"있잖아, 말이야…"
저녁상을 치우며 아내가 말을 건넨다.
나는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어떤 남자가 청혼하면서
자기가 되게 부자이고
학교도 막 하버드를 나왔대.
근데 결혼하고 보니까
돈도 없고
대학도 안 나온 거야.
그래서 이혼하면
여자가 속물인 걸까?"
잠깐 생각하는 척 눈썹을 찡그려 본다.
"아니지.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원래는 아닌데
전혀 다른 사람인 척 한 거잖아.
그건 사기지."
TV를 켠다.
곧 야구 중계가 시작될 시간이다.
"그래?"
아내는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렇지? 그렇다면…
사랑한다면서 평생 친구처럼
재밌게 살자더니
결혼하고 나서는 관심도 없고
배려도 없는 남편이랑도
이혼할 만한 거겠지?
다른 사람인 척 한 거잖아?"
그제야 아내의 말뜻을 짐작했다.
운동에 취미에 술자리에….
갈수록 아내를 혼자 두는 시간이 많아진 걸
사기 결혼에 빗댄 거였다.
이럴 땐 재치 있게 빠져나가는 게 필살기다.
"자기야~
알았어, 알았어.
난 그 남자처럼 그렇게
무책임한 거짓말쟁이는 아니야.
부자는 못 돼도 돈은 열심히 벌어올게.
그럼 될까?"
애교 웃음을 발사했지만,
아내는 나보다 한 수 위였다.
"하버드도 나와야지!"
아, 하버드.
야구는 이미 시작했지만, 나는 TV를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