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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un 05. 2022

요가 하는 동안에 3

그랬다.      


걸으면서 걸을 수 없고 말하면서 말할 수 없고, 아는 것들을 더 알지 못했다. 이제 그 누구도 나를 아이라 부르지 않는데, 나는 더 자라야 한다고, 아직 나의 크기만큼 자라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속으로는 나를 미워했다. 겉으론 웃으면서 속된 말들로 나를 할퀴고 때리고 내던졌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나에게 껍질이 있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김없이 벗겨서 내다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되는대로 운동을 했다. 몸을 쓰면 몸 안에 고인 생각과 감정에 조금이라도 벗어날 거 같아서. 힘을 써버리기 위해 힘을 내야 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힘이 없는 데도 힘을 내야 하는 것보다 나았고 힘을 낼 때 느껴지는 찌릿함 같은 게 조금이나마 나를 쓸모 있게 만드는 것 같아서. 그래서, 역시나, 나는 운동을 모른 체로 열심히 운동한다.    

 


내가 다니는 요가센터는 아헹가 요가를 하는 곳이다. 아헹가 요가는 아헹가(B.K.S. lyengar)선생님의 이름을 딴 수련법으로 요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을 법한 명저 <요가 디파카 Light on Yoga: Yoga Dipika>의 저자 이기도 하다. (아! 물론 모를 수도 있다) 아사나(Asana 자세)와 프라나야마(Pranayama 호흡)를 결합하여 체계화시킨 것으로 회복 또는 치유 요가로 불리기도 한다. 볼스터(yoga bolster 요가쿠션 혹은 베개)와 벨트, 의자, 담요 등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라고 한다) 아헹가 말고도 여러 종류의 요가가 있고 장단점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요가를 경험해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는 그런 사람에 해당하지 않고 어쩌다 찾아간 센터에서 우주여행을 하는 사람처럼 생소한 도구들을 낯설게 만지작거리며 아직은 수련도 경험도 아닌 첫 직장에 일하러 온 사원처럼 있지만, 어쩐지 아헹가 요가가 마음에 든다.      



첫날 사용한 도구는 볼스터와 벨트였다. 선생님은 그것들을 사용하여 먼저 이름은 몰랐으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동작들을 보여주었다. 익숙함에 친근함을 느끼며 마치 그 친근함으로 내 몸이 능숙하게 움직여질 줄 알았으나, 근거가 아주 없는 생각이었고 호흡을 하지 않으면 요가가 아니라 체조다- 그러니 호흡을 함께 해야 한다- 는 선생님의 말이 야속하게만 들렸다. 마시고 뱉는 단순하고 당연한 숨쉬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자세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힘이 너무 들어가서 숨을 계속 참거나 몰아서 마시거나 뱉어냈다. 수업이 중반으로 넘어가자 한편으론 어설프게 동작을 하고있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는 자아 성찰에 빠지기도 했다. 머리 말고 몸을 쓰자 했건만 자꾸만 의미를 찾고 이유를 찾고 생각 속을 헤맸다. 당연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선 마음이 필요하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선 몸이 필요했다. 연결된 것을 억지로 끊을 순 없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내 요가를 오해하고 있는 걸까. (선생님 말대로 체조를 하고 있거나) 혼자만 복잡하게 50분의 수련을 끝냈다. 양반다리를 하고 고개를 가슴께로 숙여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쨌든 첫 수업 끝은 냈다 싶으니 그제야 마시고 뱉는 숨이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호흡이고 나발이고 집으로 가 씻고 눕고 자고 싶었다.      



그때였다. 선생님이 나직이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 해주세요. 어떤 말이라도 좋습니다.     

 

그때였다.      


마음이 깨끗해지고 몸도 깨끗해지는 기분. 어쩌면 오래 요가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작 오늘이 첫 수업이었다.     


그랬다.           



*이미지출처) https://m.blog.naver.com/iyengaryoga/22017937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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