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y zena

사람들이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일하는 곳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곳이다. 딱히 기념할 만한 게 없는데도. 네모난 프레임 속 방해물로 등장하는 내 모습. 지겹다. 그들이 담고자 하는 것들과 일체 되지 않는 내 모습. 힘들다. 나는 또 방해꾼이 되고 만다. 배려와 존중 없이 사진 찍는 건 이곳을 지키는 사람의 입장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내게는 많이 일어난다.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말은 늘 투박하게 나간다. 서로가 불쾌한 일이다. 어떤 날은 차라리 입을 다물기도 한다. 그들이 가지고 가는 게 여기가 아닌 것들로 가득 차 있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거라고 나를 다독인다.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여러 마음을 뭉갠다.


등장인물이 아닌 사진사가 될 때도 있다. 옆집 책방 일을 도우며 마지막 코스로 인증샷을 찍어주는 일이다. 몇 번 찍다 보니 말도 한두 마디 섞게 되고 최대한 잘,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에서 최대치로 예쁘게 찍어주고 싶다는 욕심이 인다.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 하기도 하고 웃음이 터져 몸과 마음이 자연스러워질 농담도 건넨다. (재밌기보다 어이없어 웃는 거 같다) 그렇게 찍고 나면 돈을 번 것도 아닌데 밥값을 한 거 같고 돈 받은 만큼은 일한 거 같아 뿌듯하다. 줬는데 받은 것처럼 기쁘다. 사진사일 때야말로 그들의 사진에 함께 등장하게 된 기분이다. 그들의 사진 속엔 분명 오늘이 담겨 있을 거라고 내 마음까지 담겨 있다고 마음대로 흐뭇해한다.


무대에 오르고 싶지 않다. 무대에선 과장되게 움직이고 알아차리게 움직이고 예쁘게 움직이고 실속 있게 움직여야 하니까. 나는 늘 가만히 있고 싶고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싶고 못난 마음들도 밖으로 뿜어내야만 한다. 이 세계에 적절한 등장인물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등장해야 한다면 내가 맡을 수 있는 건 악역뿐이다. 그건 좀 곤란하다. 조금 더 노력하면 뿌연 배경으로 쓸 만도 할 거 같지만 수행이 필요한 일이다. 내게는 싫고 어려운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