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거짓말

by zena

괜찮다. 사건사고 없이 아픈 발목으로 조금 절뚝이는 일 같은 건. 십여 년 전으로 순식간에 돌아가 혹시나 또 제대로 걷지 못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불안이 덩어리째로 굴러오지만 그런 일은 쉽게 오는 게 아니라고, 과도한 생각이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할인율에 혹해서 산 운동화를 바닥 한구석에 밀어 놓고 다른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매시 소재의 시원한 하얀색 운동화가 이 겨울에 괜찮겠냐,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자문자답하면서 천천히 걷고 조심스레 움직인다. 걸음에 차가운 바람이 실린다.


붕세권(붕어빵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을 찾아갔었던 것인지 한 손엔 고이 접은 종이봉투를 들고 다른 쪽 손가락을 빨며 들어와 책을 만지는 손님의 유형들은 어째서 내 눈에만 잘 보이는 건지, 물티슈를 권해도 내가 너무 크게 이야기를 해서일까 괜찮다고 말하는 이에게 사실은 내가 괜찮지 않은 거라는 말을 꾹꾹 누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내 말에 이미 삐죽한 날이 서 있었기에 손님은 이내 나가버리고 남은 건 왜 그리 과민하게 행동했을까,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 속상함이 가득 찬다. 괜찮으시다면?이라 말했었더라면 결과적으로 나도 괜찮아졌을까. 서로가 괜찮지 않아 지면 그건 공평한 것일까.


이런저런 어려움이 매일 다르게 일어나는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오늘따라 칼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은 물론이고 골목의 갖가지 쓰레기들이 공중을 유영한다. 더 세차게 불 땐 삭고 있는 시멘트 덩어리들이 비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도 할 일은 해야 하고 남은 할 일은 집으로 가는 것이다. 천천히 오래 움직여 집으로 간다. 씻고 밥 먹고 관심이 생긴 드라마도 잠시 보고 일과를 정리하니 당연히 밤이다. 잠이 솔솔 찾아오면 망설임 없이 침대로 간다. 이불을 눈 밑까지 덮고 보이지 않는 천장을 올려다보면 오늘은 그래도 좋았고 괜찮았다고 느낀다. 그런 날들의 연속이고 좋았고 괜찮다는 말이 더디게 나올라치면 한 번 운다. 그러고 나면 좀 더 자연스레 좋았고 괜찮았다고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 날들이 내 삶이다. 그러니 괜찮다. 나쁜 것과 좋은 것이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였는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알려줄 수 있으니 결국엔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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