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by zena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강풍이 불어 바싹 마른 나뭇잎들이 책방 앞으로 모두 집합했었다. 쓸고 쓸어도 사라지지 않고 바스러져 얼룩처럼 바닥에 남았다. 무언가 담겨 있었던 속이 파인 스티로폼 플라스틱과 몸체를 떠나 홀로 남은 병뚜껑, 담배 한 개비도 남아 있지 않는 담뱃갑까지 어디 숨어 있다 나타난 건지 바람에 실려 구르고 날았다.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쓸고 또 쓸어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골목으로 들어섰다. 요일별로 배출이 정해져 있지만 늘 마음대로 쓰레기를 내놓는 가게 앞을 지나는데 골목이 깨끗했다. 혹여 굴러 굴러 구르지 못하는 곳에 숨었나 구석구석 훑어보지만 확실히 어제와 달랐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방 앞까지 가는 내내 골목은 그 어떤 날보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주말 아침이었고 일찍이라면 일찍인 아홉 시. 예상과는 다르게 거리는 어제의 흔적을 남김없이 지운 골목을 걸어 책방 문을 열었다. 안으로 침투한 나뭇잎들과 완전체를 유추할 수 없는 비닐과 끈, 플라스틱 조각들이 틈이란 틈을 찾아 숨어들었다. 골목을 죄다 쓸어야 할 줄 알았는데 책방 안만 깨끗하게 청소하면 되니 한결 마음이 가뿐하다. 쓰는 내내 나라의 시스템이 그래도 돌아간다는 생각이 먼저였고 그 시스템 안엔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청소미화원이었을까. 내가 볼 수 있었던 오후 시간대의 미화원은 눈앞에 있는 큰 쓰레기도 쓸지 않고 지나가던 사람이었는데. 그였어도 혼자서 그 많던 쓰레기를 치우는 건 무리다.


천사가 다녀간 건 아닐까. 너는 이제 쓰레기는 그만 치우고 책을 좀 많이 팔라고. 믿고 싶어도 믿음이 부족해 신을 믿지 않는 내게 존재하는 건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천사들. (논리적이지 못한 전개다) 웃음 나는 생각을 하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나 말고도 도와주는 이들이 있는 건지 지금은 곁에 없는 것 같지만 내게 웃음이 필요할 때 또 찾아오겠지. 커피를 사러 가는 길에 전봇대에 파랗고 큰 쓰레기봉투가 하나는 묶여 있고 나머지 하나는 꽤 들어찬 채 열려 있는 것을 본다. 천사가 쓰레기를 들고 날아다닐 순 없어 임시로 놓아두었구나. 또 웃음이 난다. 천사에게도 쓰레기봉투가 필요한 것일까. 천사를 만나려면 몇 시에 출근해야 할까. 물론 새벽 당번 천사들로.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성 미카엘 대천사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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