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아하는 책, 인생 책,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하나의 책. 나는 이런 것들에 알레르기가 있다. 어떤 기준과 상황이라도 그때의 상태와 기분대로 하는 대답일 뿐이고 좋은 것들은 늘 새로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또 그때는 좋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나빠지고 그때는 별로 중에 별로였으나 지금은 좋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이고 노래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하나를 꾸준히 좋아해야 하는 곤란함은 피하고 싶다는 말이다. 변덕이 내 인생의 재미라는 말이다.
‘너에게 제일 좋은 색이 초록이야, 행운을 가져다줄 거야’ 내게 이런 마법을 걸었던 사람은 누구였던가. 그 말을 들었던 뒤로 입 밖으로 제일 좋아하는 색은 초록이라 말하지 않았으나 색이 필요로 순간이면 나는 언제나 초록을 골랐다. (물론 초록이 담긴 옥색을 좋아하긴 했다) 마음속으론 상황과 상태에 맞게 색을 고르면서 결과적으론 초록색 계열에 손을 내민다. 이런 내 모습 누가 봐도 제일 좋아하는 색은 ‘초록’인 것이다. 곤란함에 하찮음을 더한 상태라는 말이다.
관용 색명으로 코발트그린과 청자색은 눈길이 먼저 가는 색. 코발트블루, 인디고블루, 스카이블루, 베이비 블루는 언제나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칠해진 색. 사람들은 초록과 파랑을 푸름 안에 두는 경우도 있고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이지만 파랑을 소리 낼 때 나는 파열음과 그저 바라보기 좋아 보러 가는 바다는 언제나 내게 파랗고 짙푸른 색이다. 다르다는 말이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해본다. 무지개가 일곱 색이 아니듯 내가 알고 보는 색은 정말 파랗고 푸른색일까. 단정 짓고 기준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해야 안심하고 마는 인간이라 정작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제일 좋아하는 것의 자리를 비어두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이런저런 가능성을 언제나 두고 싶다는 기능적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색이 무슨 색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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