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날 밤, 아쉬운 마음에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스카이타워로 갔다. 도착한 첫날에도 타워가 있는 건물 1층 카페에서 빵과 커피로 요기를 했었다. 구경은 따로 하지 않아서 쇼핑센터라고 생각은 못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이곳이 소라마치라는 이름의 쇼핑센터이고 잡화와 패션, 푸드코트와 전망대까지 제법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적한 거리와 달리 센터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광객이 많긴 했지만 장을 보거나 식사를 해결하러 나온 현지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까다롭게 굴다 사지 못한 책갈피를 살 수 있을까 싶어 문구점을 찾아다녔다. 일본의 색이 드러나면서도 실용적인 걸 사고 싶었는데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두께감이 있어 사기가 망설여졌고 두께나 크기가 적당하면 디자인이 촌스럽거나 끌리지 않았다. 결국 책갈피는 포기하고 다이어리가 놓여 있는 곳으로 갔다. 2026년이 코앞이었고 매년 다이어리를 쓰는 내게 실용적인 기념품이 될 것 같았다. 요란한 무늬가 없고 아기자기한 크기여서 선택하기는 쉬웠는데 달력이 있는 부분이 문제였다. 당연하게도 일본의 국경일과 기념일들로 채워져 있어 쓰기에 불편했다. 사놓고 쓰지 않을 게 뻔해서 아쉽지만, 빈손으로 나와야 했다.
준비해 간 예상 경비가 많지 않았는데도 넉넉하게 남았다. 꼭 다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돈이 남았고 그 돈으로 서로에게 기념이 될만한 걸 사주고 싶어 이것저것 골라주었으나 서로가 마땅치 않아 했다. 서로가 서로를 그러려니 하며 기념품 사는 건 포기하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가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또 잡화점이 보였다. 정말 마지막으로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역시나 책갈피를 찾는데 유리장에 카시오 시계가 보였다. 그와 나는 시계를 좋아했고 정확히는 나는 카시오의 기본 디자인 그는 카시오의 '지샥'이라는 디자인의 시계를 좋아했다. 정식 매장이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게 눈에 들어오자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마침 쓸 돈도 있고 역시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여행 내내 쇼핑 천국에 있었고 거기서 정식 매장을 충분히 가고도 남았었는데 어쩌면 가짜일지도 모르는 걸 산다고 서로를 비웃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떤 건 그때 그 순간이라 좋은 게 있으니까. 그 좋음에 대한 가격으로 적당한 값이었고 모든 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