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리고 사람. 시부야에 대한 첫인상이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놀란 눈을 하고 바라보는 도시. 시부야의 랜드마크인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는 사람에 밀려 하마터면 미아가 될 뻔했다. 이것저것 섞여 울리는 음악 소리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쿰쿰한 냄새, 어디든 찍고 싶은 곳이면 멈춰 서서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까지. 이곳이 '핫 플'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쇼핑은 좋아하기는커녕 잘 하지도 않으면서 쇼핑의 메카인 시부야를 나는 왜 왔을까. 건물 다음 건물 사람 다음에도 사람뿐인 도쿄가 여행 이틀째인 나에겐 조금 지겹고 힘겹게 느껴졌다. 걸어도 걸어도 그곳이 그곳인 것만 같았다. 허기가 심하게 몰려왔다. 시계를 보니 점심때가 한참 지났다. 어디라도 얼른 들어갔어야 했는데 눈에 보이는 건 죄다 돈가스 아니면 라멘뿐이었다. 라멘은 전날에 먹었고 돈가스는 점심으로 먹고 싶지 않았다. 겨우 오니기리와 무스비를 파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한국의 삼각김밥과 얼마나 다를까 내심 기대도 하며 잠시 대기석에서 기다렸다. 외국인을 위한 메뉴판이 있어 미리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앉아 있는 동안에도 제법 사람들이 들고났다.
태블릿으로 주문을 하다 보니 양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바(Bar) 형태의 테이블로 되어 있어 앞에 직원분들이 열심히 오니기리와 무스비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지친 탓에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삼각김밥이겠거니 하며 각각 두 개씩 다른 맛의 오니기리를 주문했다. 여차하면 바꿔 먹고 한입씩 맛보여 주기로 했다. 따듯한 물을 마시자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고 차차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치면 오래된 김밥천국 같아 보였다. 주방 조리 도구들이 낡고 낡아 내 눈엔 새까맣게 보일 정도였다. 손맛이 심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직원분들의 동작은 빠르고 군더더기 없었다. 그래도 맛은 있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생각했다.
오니기리가 나왔다. 너무 놀랐다. 오니기리가 커도 너무 컸기 때문이다. 보기에도 컸지만 먹는 중에도 밥이 사라지지 않았다. 밥을 누르듯 뭉쳐 놓은 거라 한 입만 먹어도 배가 차는 기분이었다. 몸 안에서 밥이 실시간으로 불어났다. 원래 구성인지 가리아게 조각까지 나와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제야 양옆에 앉은 사람들이 시킨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성인 남자들도 오니기리 한 개가 전부였고 거기에 가리아게를 곁들이는 정도였다. 그것도 남아 포장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생각보다 비싼 이유가 있었다. 결국 나는 다 먹지 못한 채 그에게 나머지를 넘겼다. (결코 평소 식사량이 적지 않다 그런 말은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다) 허기를 달래러 들어왔건만 배만 부르고 허기는 달래지지 않았다. 모든 게 넘치는 이 도시가 어쩐지 나에겐 공허만 가져다주었다. 처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나와서 우리는 또 걷고 걸었다. 걸어서 갈 수 있다면 집까지 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