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않을 수 없다

by zena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을 때 혹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놀란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충분히 기뻐하고 감사했을까. 잘 고른 말로 예쁘게 표현했을까. 지나고 나면 소용이 없다. 지난 후엔 뱉은 말과 지은 표정은 그저 적당한 것들, 딱딱하고 차가운 것으로 식어버린다. 의미가 없진 않으나 되진 못한다. 연습은 없다. 연습은 예측 가능한 일에만 적용되니까. 그저 순간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싶은 것이다. 깊이 빠진 나를 그가 알아차려 주길 바랄 뿐이다. 나의 기쁨을 그의 기쁨과 가능하면 동일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쁠 때도 웃을 수 있고 기쁘지 않을 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 나조차 헷갈리는 일을 그에게 정확히 알아차리라 할 수는 없다. 상상의 끝은 언제나 조바심이 있다. 다른 방향으로 예상치 못해 놀랐을 때의 나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등 뒤에서 몰래 나를 놀라게 했을 때의 상대를 향해 돌아선 내 모습.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일이 될 걸 뻔히 알면서 거친 말을 뱉으며 싸울 때의 내 얼굴. 좋은 마음이라는 이유로 ‘너를 위해서 하는 거야’의 상황을 견디거나 혹은 스스로가 그런 상황을 연출할 때의 내 표정. 일부러 과장된 표정을 짓거나 마음을 숨기는 얼굴을 하거나 침을 뱉는 것처럼 말을 뱉을 것이다. 이런 순간 속으론 조금도 빠지고 싶지 않다. 나를 건져내고 싶다. 이 상상의 끝은 언제나 후회가 있다. 오늘은 무엇에도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ㅡhttps://m.blog.naver.com/wlsdbsqkd/22041767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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