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지지 않는 낮과 들뜬 밤, 끈적끈적한 공기가 느껴지면 여름이다. 세상의 색과 향이 한층 더 짙어져 회색빛 도시도 이 계절엔 싱그럽다. 강렬한 햇볕이 쏟아질 때 그늘을 찾아다니다 보면 잠시 멈춰 쉬어갈 수 있고 가로수조차 반가워 괜히 아는 체하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쏟아져 그럴 바엔 흠뻑 젖을 만큼 몸을 움직이자 싶어 안 하던 짓도 하게 되는 게 여름이라는 계절이다. 멀리, 가능하면 더 멀리 사람들은 점이 되어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것도 좋고. 땀에 절었지만 손끝도 발끝도 갈라지거나 트지 않고 반들반들해져 좋다. 겨울이면 아플 정도로 트고 갈라지는 내 손발이 거짓말처럼 반질거리는 걸 보면 다른 이의 손발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겨울에 서서 여름 생각을 한다. ‘춥다, 추워’하다가 금방 ‘덥다, 더워’하고 여름이 오긴 오나 하면 어느새 봄 지나 여름이다. 겨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을이다 싶으면 어느새 겨울이 코앞이니까. 지나간 계절에 대한 아쉬움보다 소중함을 알게 되어 여름은 덥게 겨울은 춥게 자연스레 나려 한다. ‘얼어 죽는’ 것과 ‘더워 죽는’ 다는 게 말로 끝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도 알기에 무겁게 살아간다. 계절과 날씨가 아름답기만 하면 좋겠다. 벌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여름에 서서 겨울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쓰레기 매립에 관한 뉴스를 떠올린다. 더는 매립할 곳이 없어 동네를 옮겨 쓰레기를 매립해야 하고 당연히 반발과 갈등이 일어나고, 쓰레기는 매일매일 생겨나고 오늘 나도 많은 쓰레기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