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y zena

그녀는 지겨웠다고 한다.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추억하기 위해,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 지금을 잃어버리는 그들을 향해 지나간 것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웃어 보이는 모습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고 한다. 매일매일 지금이 떨어져 나가는 걸 지켜보면서 그녀의 사진첩엔 조금씩 사진이 지워져 갔다. 그녀는 추억도 기억도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는 순간도 사라졌으면 했다. 어째서인지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이 주어졌다. 피하고 싶었으나 피할 수 없었고 지켜보는 것보다 지켜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점을 생각하며 끝내 그 역할을 받아들였다. 모두 다 다른 얼굴을 하고선 같은 모양새를 취하는 모습이 이상하고 지루했다.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게 증발해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사진첩엔 오늘도, 지나간 것도 아닌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남아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바쁜 날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한두 마디 말을 걸기도 하고 여러 사람 중 유독 찍고 싶어 하지 않는 이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왜 그래야 했는지는 모른다) 웃음 나는 말을 던지며 찍어내기도 했다. 사람들이 웃을 때마다 모양새가 흐트러졌고 제각각의 모양이 드러났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웃길 바랐다. 어색하지만 그녀 먼저 웃어 보였다. 그런 내가 낯설었다. 그날은 세 여자의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두 명은 앞에 앉고 한 명은 뒤에 섰다. 앉은 두 명에게 다리가 길어 보이게끔 곧게 뻗으라 소리쳤으나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자세를 취하지 못했다. 손짓해가며 그들에게 다가갔고 그들도 어떻게든 자세를 만들어 보려 허둥댔다. 한 번 더 말을 뱉으며 그녀의 시선이 그들의 다리로 향하는 순간, 한 사람의 다리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고 카메라 뒤로 자신을 숨겼다. 촬영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엇을 남겨야 할지, 남길 수 있을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이미지 출처ㅡhttps://m.blog.naver.com/story2880/221154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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