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출근이 좋을 때가 있다. 걸어가는 길이 그중 하나인데 부산하지 않고 뻔하지 않고 고요하고 잠잠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어 어떤 상태인 나라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가끔은 그와 출근길을 걸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그 길이 출근이 아닌 산책이 되어 마냥 즐겁다. 이번 연휴 출근길도 함께 걷는다. 우선은 커피 한 잔부터. 연휴 때문인지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카페의 첫 손님으로 들어간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의자를 열어 앉는다. 목이 아픈 나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그는 차가운 커피와 샌드위치를 즐긴다. 긴 창으로 바깥의 풍경이 보인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차들은 막힘없이 움직인다. 건물 간판 불빛들이 꺼져 있다. 사람만 쉬는 게 아니구나 싶어 살포시 웃음이 난다. 다만 1층 웬만한 곳들은 불을 밝혀 두었다. 나처럼 오늘도 일하는구나 싶어 또 웃음이 난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걸까. 알 수 없지만, 입가에 웃음이 묻어 있다. 이런 순간은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가는 것 같다. 마음에 따라 시간의 속도도 달라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웃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속도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웃을 수 있다고 나에게 답해준다. 책방 쪽으로 걷는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점퍼를 입지 않은 그가 옷깃을 여민다. 춥지 않냐고, 하지만 점퍼는 벗어줄 수 없다며 농을 던지지만, 진심에 가깝다. 괜찮다고 하면서도 그는 몸을 조금 떤다. 어느 빌라 화단 나뭇가지에 봉오리가 피었다. 벚꽃인가 했는데 벚꽃이 찾아오기엔 아직 이르다. 이른 봄에 온다는 목련 앞에 찾아오는 꽃이 뭔가 한참을 생각한다. 매화다. 매화가 다행히 올해도 찾아온 것이다. 매화가 왔으니 봄도 가까이다 싶어 더 반갑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매화를 올려다본다. 그 뒤로 깨끗한 연파랑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떠있다. 오래 올려다보고 싶다. 그렇지만 책방이 곧이다. 마저 걷는다. 헤어질 시간. 오늘도 즐거이 잘, 보내라 당부한다.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많은 즐거움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서로를 향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