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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Oct 11. 2020

가족이라는 이름으로(1)

얼마 전 엄마의 생신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기로 했다. 원래가 잘 모이지도 않았지만 코로나가 이유를 만들어 주기도 했고 저마다의 일정으로 명절 때도 보지 못한 터라 정말 오랜만인 모임이었다. 다들 같은 도시에 살붙이고 살아도 이렇게 만나기 힘드니 그리움과 애틋함이 나의 마음을 뜨뜻하게 만들었다. 만나면 엄마에겐 이쁘고 다정하게 말해야지,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될 첫째 조카에겐 라떼처럼 굴지 말아야지 주문과 같은 다짐을 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생신 파티의 장소는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샤부샤부 집이었다. 궁궐의 이름을 딴 집이라 그런지 가격이 싼 편은 아니라서 자주 가지 못했는데 엄마 생신을 핑계 삼아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먹는 것에 열정은 나만 있는지라 군말 없이 다들 따라주었다. 그리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익숙한 풍경이 주는 따뜻함이 더없이 좋은 날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지하철로 40분이면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쭉 살던 나의 동네가 나온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나이 들어가는 가게들과 물길을 따라 난 산책길을 걷고 있는 평온한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가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고 여전히 어릴 때의 방황과 불안을 다 씻어내지 못해 바둥거리는 스스로가 안쓰러워서. 마음의 요동을 어쩌지 못하고 움찔거리는데 멀리서 작은언니 식구들의 차가 보인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탓인지 기다림이 길어져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론 쿨한 이모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어떤 말로 조카들에게 인사를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하루종일 찬바람 맞고 일하다 집에 가면 뜨신 밥, 국에 훌훌 말아먹어야지 했는데 집에 밥은 고사하고 텅텅 빈 냉장고를 마주한 기분이랄까.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과의 만남에 나는 입만 벙긋거리다 고작 여- 라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곤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조카들도 방긋하고 웃었지만 정말 오랜만인데다 자세한 설명도 없이 독립을 하고 볼 때마다 직업이 바뀌어 있는 이모가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나는 라떼가 아닌데 공부는 잘하니? 시험은 잘 쳤니? 남자 친구, 여자 친구는 있니? 와 같은 구질구질한 멘트만 연발하며 우리 사이를 열려버리고야 말았다. 나는 고장 난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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