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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Nov 10. 2020

오늘 나는 나를

계절은 왜 계속 돌아오는가      


 요즘 나는 유독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의 하늘은 옅은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기도 하고 비를 머금은 듯한 축축함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내 마음이 그런지도 모르고. 쓸데없는 질문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삶은 왜 이렇게 매번 찾아드는 계절처럼 반복의 연속인가- 자문하고 되뇌다 세차게 머리를 흔들다 보면 고개가 절로 하늘에 가 있다. 요즘 나는 많이 운다. 기쁨의 눈물도 쏟고 힘들어서 찔끔찔끔 울고 정말 몸이 아파서 운다. 내가 이렇게 잘 우는 사람이었나 싶다. 생각해보면 어릴 땐 유독 잘 참는 아이여서 울 일이 많았으나 울보가 되진 않았다. 나름의 사춘기를 겪은 10대 때는 폼생폼사를 실천하느라 울면 지는 것 같아서 잘 참았다가 집에서 이불을 걷어차며 남몰래 울었다. 그렇게 감추다 보니 우는 것은 갑자기 터져버릴 때가 아니면 거의 없었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았다.     

 

 반복되는 모든 것들이 다시 나를 출발선으로 갖다 놓고 밀어 넣고 던져놓는다. 정말 순식간에 눈물이 왈칵- 후두둑- 쏟아졌다. 새벽녘 갑자기 터져버린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여러 갈래로 흘러넘쳤다. 사실 멈추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작게 입 밖으로 울음소리를 냈다. 자연스레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힘들 땐 왜 엄마를 찾게 되는지 엉엉- 도 아니고 으아- 도 엄마- 엄마- 하고 뱉어내니 서러움까지 모여들어 통곡 수준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할 때쯤 눈물이 순식간에 마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니었는데, 왜 더 콸콸 쏟아지지 않는 건지 조금 아쉬웠다. 아까의 통곡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눈물이 말끔하게 말라버렸다. 샤워를 하고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시멘트 바닥의 찬 기운이 장판을 뚫고 올라와 등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지만 차갑지 않고 시원했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고 고요한 나와 마주했다. 누구의 위로도 필요가 없다.     


 살아갈 힘이 필요할 때 가장 쓸모 있는 위로는 스스로가 건네는 위로다. 지금 이 순간 쏟아내고 싶은 모든 것을 쏟아내도 된다고 허락하는 것.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알아주고 놓아주는 건, 그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과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요리조리 살펴보고 먹어보고 만져보고 한 다음에야 안다고 느끼는 것과의 1000000000000000000배 이상의 다름이다. 오늘 나는 온 힘을 다해 소리 내어 나를 알아주었다. 이 정도였군- 하고 나를 가늠하고 나니 모든 게 맑고 단순해진다. 나 같은 쫄보도 조금은 과감해진다. 일단 행동하자. 더 용기를 내자.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다. 생각보다 현실을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만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요즘이다. 오늘 나는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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