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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Nov 01. 2020

Happy ending is mine

-10km 완주를 기록하며



할까 말까, 정말 할 수 있을까 매일 달리기를 하면서 매일 생각했다.     


 생후 8개월 고관절 골수염 발병, 8번이 넘는 수술, 절름발이, 벋정다리로 7년을 살아내다 더 나빠질 불운의 수를 끌어안고 인공관절 수술을 감행, 달린다는 감각마저 잃어버린 내가 드디어 10km를 완주했다. (더 자세한 건 [하루키는 아니지만] 편을 참고하세요) 언젠가 10km 완주를 하고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을 나가겠다며 글을 써 내려갔지만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은 사실, 없었다. 그런 꿈을 꿀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겐 꿈같은 것이었다. 삶에서 도피하듯 시작된 걷기가 가벼운 산책이 되고 조금 뛰어볼까 하던 게 매일 달리기가 되었다.   

  

 새벽과 아침 사이를 달리면 달과 해가 다정하게 함께 떠 있는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었고 길가에 나무와 풀들 사이로 해가 찾아들면 나도 같이 그 볕을 온전히 받아 안아 온몸에 저절로 생기가 들어찼다. 오며 가며 만나게 되는 달리기 친구들은 늘 열심히 달린다며 칭찬도 해주시고 동호회에 가입 하라며 제안하기도 했다. 거리의 수호자 청소 아저씨는 한 번씩 엄지척을 해주셔서 나는 부러 더 열심히, 세차게 뛰었다. 고맙다.   

   

자주 엄마를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많은 나날 원망도 했지만 나의 웃음과 슬픔, 고통과 희망, 나라는 사람을 이 세상에 있게 해준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 언젠가 호놀룰루에 가서 완주를 하고 메달을 받는다면 엄마 목에 걸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젠 무거운 짐은 굳이 엄마가 나 대신 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땅만 보며 매일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내게 휠체어라도 끌어주겠다며 수술을 하자고 했던 나의 소울메이트. 그가 없었다면 나의 두 번째 삶은 없었을 것이다. 많은 순간 나를 빡치게 하지만 용서할 수 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행복해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 번에 1km씩 늘려봐! 할 수 있어, 정말 할 수 있어! 라고 단 한 번도 나를 의심하지 않고 믿어준 반짝반짝 나의 작은 별. 나조차 나를 의심할 때 그의 말들과 마음은 언제나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해주었다. 고맙다. 나도 작은 별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다.     


다시 통증이,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길어봤자 15년이다. 고작 4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찾아오는 통증이 다시 내 마음속에 숨겨놓은 타이머의 시작 버튼을 눌러버렸다. 두렵다. 하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달리는 것뿐이다. 내년엔 하프 마라톤에 나가서 꼭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사실 10km 완주 기념으로 인터넷으로 메달을 사볼까도 했는데 가성비가 별로라 포기했다. 아쉽다. 그래서 꼭 메달을 목에 걸어야겠다. 그리고 정말 언젠가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에 나가서 완주를 하고 싶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하겠지 아마도. 허리랑 다리가 아프다. 오늘은 일도 쉬엄쉬엄 농땡이 부리고 저녁엔 좋아하는 고기라도 실컷 먹어야겠다.





**글의 제목은 달리기를 하다 발견한 가게의 간판에서 따왔습니다. 저의 창작이 아닙니다. 마음에 들었고, 다른 sns에서도 비슷한 문구를  본 후, 이번 글에 쓰고 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해피엔딩은 저의 것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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