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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an 06. 2021

파워 오브 러브

 충격적이다. 2020년 12월. 뒤를 한 번 쓱- 돌아봤더니 재미있는 사실들이 널브러져 있다. 올해 들어 옷 한 벌은 고사하고 티셔츠 한 장을 사질 않았다. 요리라곤 해본 게 물에 된장만 풀어서 끓여낸 물맛 나는 된장국이 끝이고 집에 반짇고리가 없는 줄 양말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하나같이 한 짝씩만 구멍이 났다. 나는 그걸 또 버리질 못하고 그렇다고 반짇고리를 사지도 않는 이상한 용심을 부리며 차곡차곡 구멍난 양말 컬렉션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가관이다.      


어느새 찾아온 마음속 빈 공간      


  취향에 맞는 옷 한 벌, 맛있는 요리 한 그릇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 얼마 하지도 않은 양말 몇 켤레 사면 될 것을 얼마나 부자가 되려고 궁상을 떠나 싶어서 집에 도착한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마음의 우물에 갇혀 있었다. 오늘은 영어공부를 할 기분도, 그렇다고 배부르게 먹을 기운도 나지 않아 잠이나 잘까 하다 잠은 더 오질 않을 것이므로 무작정 컴퓨터를 켰다. 이 기분을 그대로 글로 써볼까도 했지만 더 초라해질 스스로를 마주할 것 같은 두려움에 그냥 영화나 보기로 했다. 상처에는 마데카솔보다 로맨스.  

    

 만고의 진리이므로 나는 오랜만에 진부한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드(영국 드라마)를 택했다. 신분이 있는 집안의 여자와 당연히 신분이 있어야 하는 집안의 남자가 만나 결혼을 하는 이야기였다. 정말 내 인생과는 개미 똥만큼도 연관성이 없다 보니 낯간지러운 대사도 귀에 속속 들어오고 무도회에 가느라 매일매일 드레스를 맞추는 여주인공의 플렉스(flex)가 드레스 취향이 나와는 별로 맞지 않음에도 멋쁨(멋지고 예쁜것)으로 느껴지고, 너무나 취향저격인 남자 주인공은 왜 내 주위엔 없을까 한탄하며 자가 치유에 집중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단다” 너무 진부해서 웃음이 나올 법한 대사가 흘러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 밖으로 뱉어낸 나의 진심이란 게 사랑이 부족해, 사랑이 필요해. 지금 내겐 사랑이 필요하다. 나와 나 타인과 나, 세상과 나 사이에 자꾸만 커져가는 불안을 줄여줄 마음이 필요하다. 빨리 오라고 했더니 정말 빨리 와버린 2021년. 올해는 내게 정말 많은 사랑이 오는 해이길, 그리하여 자꾸만 비어 가는 마음자리에 사랑으로 가득 차길 원하고 바래본다. 이렇게 절실한 걸 보면 올해는 좀 더 따뜻하게 살지 싶다.       

그나저나 사랑에 집중하기 위해 옷 한 벌은 사야겠다.



* 사진출처-https://m.blog.naver.com/hope1day/22204742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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