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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an 24. 2021

기분의 습관

기분이 바닥이다.      


 한번 가라앉기 시작하면 좀체 오를 줄 모른다. 하는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고 흥이 나지 않아 대부분 하루를 망치고 만다. 어릴 땐 이런 내 모습이 감성적인 거라고 착각하기도 했고 좀 불행한 삶인가 보다 하고 자신을 가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극단적인 감정 변화를 오랜 시간 지켜보던 이는 거침없이 내게 말했다. 왜 네 기분 때문에 내 기분까지 나빠져야 하는 건데.      


 언제 내가 내 마음이라도 알아달라고 했나? 정말 웃기지도 않아- 라고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론 맞는 말이라고 찔려했다. 띵작인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나온 명대사처럼 습관이 태도가 매번 되고 있으니 나조차 내가 싫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건지. 그때마다 아주 자질구레한 이유가 곁가지로 붙고 붙었지만 그 가지들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딱 한 가지의 이유만 남았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싫어서. 정말 일곱 살 어린아이 같은 응석이다. 말로는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며 세상 해탈한 척은 다하더니 속으론 매번 마음대로 안될 때마다 남한테 대놓고 화풀이는 못하고 내 기분 좀 알아주세요- 하고 심술을 부린다.      


 스스로와 대화를 시도해본다. 어차피 너만 손해라고, 그런다고 너에게 우쭈쭈- 해줄 사람 하나 없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까지 망가질 수 있으니 그러면 안 된다고, 나를 달래 본다. 쉽지가 않다. 정말 기분이 태도가 되고 습관이 되어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징조가 보이면 나의 몸이 알아서 힘들어지고 늘어진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루였다. 또. 또. 또.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의 주식보다 더 빠르게. 약속도 취소하고 하려던 몇 가지의 계획도 힘들지 않은데 미뤘다. 모든 게 다 불만스럽고 삶의 재미력이 급하강이다. 노트를 펼쳐 든다. 써본다. <기분이 내려앉는 것까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기분을 어떻게 다루고 해소할지는 연습할 수 있다. 연습해서 좋은 태도를 보인다면, 나와 타인의 에너지 온도를 낮추는 일 따윈 하지 않겠지> 유치하지만 나온 해결방법들은      


1. 생각할 틈 없이 움직이기 

2. 책만 읽기 

3.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하기 

4. 동기부여 동영상 보기(먹방 영상은 다른 동기부여이므로 금지)  

5. 계획을 위한 계획 세우기 (버킷리스트 같은 건데 바로 이뤄지기 힘든 것들도 바로 이뤄질 것처럼 써본다) 등이다.      


 잘 들어먹을진 모르겠지만 오늘은 1번과 2번을 하면서 기분이 조금 올라왔다. 다음번엔 이런 방법들이 꼭 먹힐 것 같지 않지만, 안 해보는 것보다 낫다 싶고 그러다 보면 이것 또한 습관이 되겠지... 더 내려갈 때도 없는데, 이제 그만 올라오면 좋겠다. 



이미지출처-https://m.blog.naver.com/ahjart0707/22214866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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