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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Apr 02. 2021

공부의 끝

-요즘 뭐해?

-영어 공부해. 

-왜?? 

-그냥.

-토익시험 치려고?

-...그래 그것도 해보는 거지     


(또 다른 어느 날)     


-요즘 뭐해?

-달리기해.

-왜?

-마라톤 나가려고, 조만간 토익시험도 칠 거야

-그래, 열심히 해봐.     


 친구와 평범한 대화를 나눈 후 집에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힘이 빠져 괜히 입을 삐죽거려본다. 이제는 사람들이 묻지 않아도 내가 먼저 말한다. 영어 공부하는 중인데 토익시험을 쳐보려고 한다, 달리기를 매일 하는 편인데 코로나가 끝나고(제발) 대면 대회가 열리면 나가서 메달을 꼭 따고 싶다- 라고. 언젠가는 그래도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일 뿐인데 그냥이라 답하거나 딱히 이유라고 할 만한 대답이 아니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니 어느샌가 미리 대답을 만들어 가거나 질문을 받기 전에 답을 내뱉어 고갯짓을 차단해버린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어쩐지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걸 보면 아마도 나는 뭐라도 하고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나 보다.     


쓸모 있고 싶다는 마음     


 딱히 관계 지향적이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소수의 주변인들에게 잘 보이고 싶나 보다. 이쁘고 돈 많고 착한 사람이기보다 쓸모 있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다. 외모나 경제력, 성격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만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이런 상황엔 이 사람이지- 와, 이건 OOO이 전문이지– 하는 말을 듣는 게 나의 로망이자 희망이다. 그러니 인정 욕구가 순간순간 솟아오르고 요리를 배워보거나 커피를 알아가 볼까 깔짝댔지만, 나에게도 적성이라는 게 있으므로 재미를 붙인 영어공부와 달리기가 어쩌다 쓸모력(?)을 채워줄 도구로 당첨되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끝을 정해 놓지 않다 보니 학습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배움은 매번 제자리걸음이고 남의 인정에 목마른 나라도 힘이 들어 제풀에 지친다. 이상하게 처음부터 재미가 덜 했던 것마냥 희한하게 배움과 어색한 사이가 된다. 그렇게 갑자기 시작된 회의감은 내가 이렇게 시간을 쏟는데 무슨 성과라도 있어야지 하는 성과주의로 빠지고 결국 시험과 자격증, 세상이 필요로 하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헛발질해대는데 시간과 정성을 쏟고 만다. 이것도 배움일까.     


그래도 뭐든 배우고 싶다     


 배움의 끝은 무엇일까. 결국 무언가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은 가능할까. 세상의 모든 것은 살아있고 가변적이라고 믿는 나에게 배움과 이해는 영원히 풀어야 하는 숙제다. 쓸모가 만들어지려면 우선 이 숙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 같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이르니 끝에서 또 시작하는 기분이다. 끝이 없다. 불현듯 오늘 배운 문장 하나가 떠오른다.     


Can you cover for me??!! (나 대신 처리 좀 해줘!!!)





이미지출처

https://m.blog.naver.com/kbolove75/222091298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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