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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May 28. 2021

쉬고 있지만 쉬고 싶다


새벽 5시 아니면 6시     


 눈을 떠 창가에 비치는 어스름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본다. 손을 내밀어 세상의 살결을 만지기라도 하듯 휘적휘적 조금 저어 보기도 하고 눈을 끔뻑 대면서 오늘은 또 어떤 일상을 그릴까 기대도 품어본다. 바로 달리기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의자에 걸터앉아 뭐라도 끄적거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하루가 시작되지만, 맑은 하늘을 뒤로한 채 다시 침대에 누워 비비적대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내 손끝과 발끝으로 시간은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쉬는 날엔 이렇게 하고 싶다. 이렇게 아무렇게 하려고 쉬는 거니까 아무렇게 하고 싶은 대로 버려지는 시간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만히 있고 싶어서 쉰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게 쉬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일할 때는 쉬는 날엔 하루종일 잠을 자야지, 어디 먼 곳으로 콧바람을 쐬야지, 갑자기 누가 보고 싶은데 누구를 만나야지 하며 기대하고 고대하는 계획들이 산더미인데 정작 쉬는 날이 되면 굳이 쉬는 날 일 같은 일을 해야 할까 싶고 굳이 안 하던 짓을 해야 할까 싶어 하나씩 취소를 하기 시작한다. 그럼 할 일이 하나도 남지 않아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심심해진다. 심심하니까 유튜브를 보고 심심하니까 이것저것 먹고, 심심하니까 안 자던 낮잠을 자고 심심해서 멍을 때리다 보면 어찌어찌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그럼 나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며 이럴 거면 차라리 일을 할 걸, 아 정말 제대로 쉬고 싶다, 툴툴거리면서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이런 휴식을 반복하다 보니 문득, 남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쉬는지 궁금해진다. 다들 나처럼 많이 심심해하는지 궁금하다.  

     

 아는 언니는 혼자 쉬고 싶은데 굳이 남편이 같이 쉬는 걸 원해서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단다.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 가고 이것저것 내야 할 돈들로 은행 투어를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단다. 아는 친구는 쉬는 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잠만 잔단다. 또 아는 친구는 영화만 보고, 책만 읽고,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쉬는 게 싫어서 쉬지 않고 일한단다. 비슷한 거 같아도 다 다르게 나름대로 쉬기는 하는데 정말 쉼이 되는지는 차마 묻질 못했다. 말을 뱉는 그들의 얼굴이 나와 많이 닮아 있어서였다. 쉬는 것도 힘들다고 느끼는 나의 얼굴과 많이 닮았다.         

 

 몸과 마음을 다 쏟아붓고 집으로 돌아와 자는 잠이 가장 꿀맛이듯 쉼도 쉬기 전에 모든 에너지를 다 바닥내야만 제대로 쉬는 게 아닐까. 아직은 뭐든 제대로 다 쏟아붓지 못해 찝찝해서, 나는 자꾸만 쉬는 게 싫어지나 보다. 자꾸만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며 거기에 내 얼굴을 겹쳐 보나 보다. 어쩌면 내 얼굴과는 전혀 닮아 있지 않은데도 그들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면서까지 다들 그렇게 산다고 변명하고 싶나 보다. 쉬는 날 오랜만에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아무렇게나 재미있게 글을 쓰고 싶은데, 한 글자도 시원하게 써지지 않아서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나 보다.     


아- 쉬고 있지만,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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