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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an 12. 2022

질문에 질문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다 보면 이제는 조금 친해졌다는 생각에 질문을 해올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책방 지기와 손님과의 간격은 어느 정도야 하는지 가늠해 보지만 이렇다 할 답은 없다. 처음부터 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보통은 어쩌다가(?) 책방을 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 밥은 먹고 사는지- 정도의 무난하고 당연한 질문일 때가 많지만 다짜고짜 몇 살인지 어디에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안 했는지-와 같은 놀랄 만한(?) 질문을 해올 때도 있다. 또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 같아 보이지만 결코 질문이 아닌 말을 시작으로, 스스로가 책을 얼마나 읽었고 얼마나 좋아하며 얼마나 무겁게 이고 지고 있는지-와 같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끝도 없이 쏟아내는 경우도 생각보다 너무 많다.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겨 성실하게 대답을 할 때도 있고 웃음으로 때울 때도 있으며, 침묵으로 단호하게 대화를 마무리할 때도 있다. 책방을 열고 닫는 것처럼 질문과 답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문득, 사람들은(손님들은) 왜 그렇게들 질문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다든가 알고 있다는 것으로 관계의 권력을 선점한다든가 어느새 찾아온 감정의 깊이를 가늠하기 위해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한다든가 여튼, 중요한 것은 질문 그 자체가 질문은 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정말 내 나이가 궁금했을까. 정말 이 책방의 세월이 궁금했을까. 정말 스스로를 책과 함께한 인생이라 자부했을까. 아닌 것 같다. 질문이 아닌 질문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굳이 대답이 필요 없는데도 어쨌든 답은 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으므로 공허할 때가 많다.    

 

따뜻한 남쪽이지만 겨울엔 어디나 춥고, 여기도 당연히 춥다. 요즘 같은 날씨엔 얼른 집에 가 이불 뒤집어쓰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틀어놓고 공상에 잠기고만 싶다. 이럴 땐 또 실천력이 엄청나서 행동으로 잘 옮기고 이불콕이 일상이다. 그러나 정말 나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늦게까지 책방을 지킬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발걸음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고요해진 세상을 마주한다. 당연히 마음 까지 데워주진 않지만 두 발 정도는 따뜻하게 해주는 난로 옆에 착- 붙어 앉아 이것과 저것을 생각해본다. 지나온 것과 지나갈 것들을 헤아려 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는 나에게 질문한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긴 한데 궁금하지 않다. 어차피 답이 없는 질문이니까. 어차피 살아가며 끊임없이 해댈 질문이니까. 그들과 똑같다. 책방을 오고 간 사람들 생각이 난다. 답이 필요했던 게 아니고 질문이 필요했던 거구가- 하고 늦게나마 알아차린다. 좀 더 다정하게 굴어야지 뱉어본다. 그래도 어디 사는지 묻는 건 너무하다 싶다. 때때로 자기에게 거짓말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나쁘진 않네 여긴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질문에 질문을 하다가 추워도 너무 추워서, 빠르게 책방 문을 굳게 닫고 가볍고 신나게 집으로 향한다.      



*이미지) 앤드류 와이어스의 [헬가]

*출처가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나네요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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