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예지(Yaeji) , 씽씽(SsingSsing)
2017년 하반기는 한류의 상징적 지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케이팝(K-Pop)의 인기와 더불어 국제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려온 한국 가요계였지만, 현재와 같이 단순한 관심 환기의 수준을 넘어 메인 차트에 진입하고 평단의 극찬을 받은 때는 없었다.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톱 텐 안에 진입하며(7위) 싱글 차트 핫 100 (Hot 100)에도 'DNA'로 4주 동안 머무르는 대기록을 세웠고, 미국의 저명한 음악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에 초청받았다. 우리 민요의 가락과 펑크(Funk)의 그루브를 접목한 밴드 씽씽(Ssingssing)은 저명한 유튜브 라이브 채널에 출연해 8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재미교포 솔로 아티스트 예지(Yaeji)는 한국어를 음악의 도구로 적극 도입하며 해외 유망 평단의 갈채를 받았다. 2017 하반기를 멋지게 장식한 신한류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2017년 11월 20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는 ‘인터내셔널 슈퍼스타라는 말로도 부족한 팀’이라는 찬사로 방탄소년단을 소개했다. 2015년 < 화양연화 > 시리즈부터 칼 같은 퍼포먼스와 성장, 확장을 담은 고유한 내러티브 세계관을 통해 해외 시장의 주목을 받더니 2016년 < Wings >가 빌보드 앨범 차트 26위를 기록하고 UK 차트에도 진입하며 ‘방탄소년단 현상’의 실재를 공표했다.
2017년 5월 저스틴 비버를 꺾고 빌보드 뮤직 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면서 글로벌 인기의 공식 인증까지 받은 그들은 멈추지 않고 9월 < Love Yourself : 承(승) >을 발매한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7위, ‘DNA’가 싱글 차트 6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 가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의 멋진 데뷔를 시작으로 < 엘렌 쇼 >, < 제임스 코든 쇼 >등 다수 유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당당히 메이저 시장에 입성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경우다. 데뷔 후 활동을 통해 성숙해가는 아이돌 그룹에 ‘학교’와 ‘성장’의 내러티브를 도입해 고유의 세계관을 구축했고, 이 배경 아래 트렌드보다도 훨씬 트렌디한 비트와 멤버들의 창법,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더하며 전혀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트위터와 유튜브, V앱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도 한발 더 빠르고 적극적, 친근한 활동을 통해 팬덤 아미(A.R.
M.Y)의 글로벌 확장과 결집을 불렀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의 케이팝 마니아와는 차원이 다른 확장성과 팝 시장의 보편성을 손쉽게 획득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거대 기획사 일변도의 공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방탄소년단의 신한류는 현재 진행형이다.
씽씽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0월부터였다. 미 공영 라디오 채널 NPR의 인기 유튜브 라이브 채널 < 엔피알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NPR Music Tiny Dest Concert) >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저명한 유튜브 음악 채널에 올랐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대중은 1970년대 글램 록 스타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의상에 한번 더 놀랐고, 그들이 다름 아닌 우리의 국악, 민요를 노래한다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 경기 민요와 서도 민요를 1970년대 디스코, 펑크(Funk) 풍으로 풀어내는 씽씽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꼭 했어야 할, 멋진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팀이다.
경기 민요 이수자로 이미 국악계에선 알아주는 스타였던 이희문을 중심으로 추다혜, 신승태 세 소리꾼이 모였고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음악동인 고물로 우리의 소리를 찾아온 이태원과 드러머 이철희가 밴드를 꾸렸다. 신을 모시는 남자 무당 박수의 화려한 의상과 신을 모시기 위한 중성성을 드랙퀸 분장으로 치환하고, 디스코와 펑크(Funk)의 지속적 그루브로 국악의 연결성을 유지하며 서구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여기에 검증된 세 소리꾼의 흥겨운 가창은 ‘우리 것의 글로벌화’를 어렵지 않으면서 또 중독성 강하게 전파한다.
올해 1월과 8월 뉴욕에서 무대를 선보인 씽씽은 내년 4월까지 해외 투어가 예정되어 있으며, 특히 2018년 3월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정식으로 초청받았다. 12월 10일 예고된 국내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씽씽이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면 예지는 인디 음악의 성지 해외 웹진 피치포크(Pitchfork)에서 주목받았다. 주류 팝에 대한 공격적 평가로 유명한 피치포크는 10월 인터뷰에서 ‘하우스 뮤직의 짜릿한 새 목소리’로 그를 소개하더니 싱글 ‘Drink I’m sippin on’을 ‘베스트 뉴 뮤직(Best New Music)’으로 꼽으며 호평했고, 이어 발매된 < EP2 >에는 10점 만점에 8.1점을 선사했다. 1996년생 재미교포로 태어나 서울과 뉴욕에서 유년기를 보낸 예지 케이티 리는 EP 두 장으로 하우스 / 일렉트로닉 씬은 물론 해외 인디 씬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예지는 DJ지만 그의 음악은 단순 하우스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음악 툴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e Live)로 시작해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의 음악 세계를 탐험하며 형성된 세계는 하우스면서 랩을 더한 힙합이 되기도, 직관적인 멜로디 라인의 팝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음악이 비주얼 아트를 전공한 손을 통해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로 영상화되는 예지의 세계는 분명 흔해 보이지만 흔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보이지만 독창적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하는 메시지가 위치한다.
처음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메시지를 숨기기 위해 사용했다는 한국어는 여러 곡에서 차근차근하게 그의 음악 세계를 설명한다. 한국의 뷰티 유튜버들을 패러디한 ‘Last breath’는 낮은 랩으로 화장 과정에 우울과 한숨의 감정을 싣고, ‘Drink I’m sippin on’은 ‘그게 아니야’를 반복 배치하면서 거듭되는 부정과 불안, 저항을 읊어 나간다. 미국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의지로 기억 없는 모국(母國)으로 돌아갔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과거를 가진 예지는 한국어의 ‘낯설게 하기’를 통해 독특한 감정과 개성을 확보했고, 그 이름은 점차 더 넓은 세상을 향하고 있다. 내년 1월 3일 무라 마사(Mura Masa) 내한 공연 오프닝 무대를 통해 뮤지션으로는 처음 고국 땅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