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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04. 2017

2017 연말 결산
올해의 가요 싱글 18선

2017년도 이제 결산해야 할 때가 왔다. 


위너 – Really Really

세련된 취향과 발 빠른 유행 도입. 네 20대 청년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싱글로 옮겨놓은 듯한 'Really Really'는 정교한 소속사의 기획 대신 개인의 선호로 위기의 위너와 YG를 살렸다.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 위에 직관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빛나며 '널 좋아해'의 당당한 킬링 파트까지 더해진다. '쿨'하고 '힙'한 친구들까지도 만족시킨 멋진 노래. 형제 그룹 아이콘의 바비도 '사랑해'로 위너의 아성을 잠시 빌렸다. 



2 러블리즈 - Cameo

윤상 시대 러블리즈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Ah-choo'의 섬세하고도 아련한 감성과 'Destiny'의 참신한 비유는 차원을 넘나든 'Wow'에서도 적용됐지만, 더 직관적인 쾌감은 앨범 수록곡 'Cameo'에서 왔다. '잘할 수도 있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 / 1 2 3 4 5 6 7 8 NG만 쌓이죠' 등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소녀의 안절부절못함이 심한 공감을 불렀다. 타이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고 쉬운 메시지와 구성이 훨씬 좋았다. 러블리즈 감성은 죽지 않아!


3 박재범 - All I wanna do (feat. hoody, Loco) 

매끈한 그루브와 선율로 무장한 R&B. 여기저기 분주한 박 사장님은 오랜만의 정규 앨범으로 '몸매'에 버금가는 시그니처 멜로디를 만들었다. 서두부터 강렬하게 각인되는 후렴부와 감각적인 베이스 라인, 박수 리듬으로 텐션을 조절하는 등 곡을 준 차 차 말론(Cha Cha Marlone)의 솜씨가 빛나고 AOMG의 여성 신예 후디(Hoody)가 멋진 데뷔를 일궜다. 작년 10월 말에 나왔다는 게 문젠데... 연말은 봐주세요! 엉엉



4 김사월 – 달아

관계에 대해 노래하던 김사월은 라이브 앨범 < 7102 >로 내면을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낭랑한 목소리와 침잠의 메시지가 대비되는 '달아'는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부터 '몸이 타오르는 것 같아'까지 감정의 파고를 오가며 건조한 감정에 불을 지핀다. 치열하지만 더 치열하고픈, 더 높은 곳을 바라는 아티스트의 다소 앙칼진 자기 독백. 


5 행주 & 양홍원 (Young B) & 해쉬스완 & 킬라그램 (Killagramz) – 요즘 것들 (Feat. ZICO, DEAN)

그라임(Grime)보다도 참신했던 것은 기성세대에의 노골적인 반감이다. 한껏 얇고 공격적인 딘의 보컬이 '무뚝뚝하던 아저씨도 / 꼭 한 번씩 뭐라 하시죠 / 옷 입은 꼬라지 저 꼬라지 좀 보라지...'라 노래하는 부분에선 묘한 쾌감마저도 느껴진다. 자본과 미디어에 의해 젊은 세대의 문화가 된 힙합 씬, 그 중심에 위치한 < 쇼미더머니 >가 2017년 자칭 욜로들과 영포티들에게 던진 의미심장한 한마디였다. 언젠가부터 음악계에서 거세된 반항의 감각을 주류에서 (이용했다 한들) 지킨 셈. 감각적인 지코의 비트와 개성으로 무장한 네 래퍼들의 벌스도 감칠맛을 더했다. 



6 볼빨간사춘기 – 나의 사춘기에게

이젠 새삼스러운 사실이지만 볼빨간사춘기는 좋은 팝 그룹이다. 듣고 부르기 쉬운 멜로디를 쓰고 그 속에 독특한 10대의 감정을 가사로 쓸 줄도 안다. '좋다고 말해', '남이 될 수 있을까', '썸 탈거야'로 이어지는 히트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와중에 '고막여친' 별명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곡은 '나의 사춘기에게'였다. 세상 어느 사춘기가 매일 사랑에 설레고 행복만 찾을 수 있겠나. 진지하고 어두우면서도 위로가 되어준 이 노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언니 오빠들의 마음까지도 울렸다.


7 O.O.O – 나는 왜

쏜애플보다 덜 파괴적이고 언니네 이발관보다 생동감 있다. 공간감 있는 기타와 베이스 연주로 출발하는 곡은 리듬감 있는 진행 속에 선명한 멜로디 라인을 심고 고독의 메시지를 수놓아간다. 불안이라는 감정, 어딘가 이석원을 닮은 목소리, 펑키(Funky)한 기타 리프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왜'는 절제된 시선과 간결한 구성으로 허무의 한 순간을 멋있게 장식했다. '나는 왜 혼자만 아플까 / 모두들 웃고만 있는데' 부분은 매번 들을 때마다 슬프다. 



8 레드벨벳 – 빨간 맛

해피니스~를 기억하나요? 채드 휴고의 총천연색 컬러 팝 '행복'으로 데뷔한 레드벨벳은 'Dumb Dumb'과 '러시안 룰렛'으로 인공화 되더니 'Rookie'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소녀들이 되기까지 했다. '빨간 맛'엔? 그런 거 없다. 앞뒤 재지 않고 곧바로 투입되는 '빠 빨간 맛 궁금해 허니'의 선명한 후렴으로 이미 끝났다. 3분 내내 꿈틀대는 역동적인 드럼과 청량한 멜로디 라인은 뜨거운 여름을 날려버린 상큼한 과즙을 잔뜩 머금고 멤버들의 매력 지수는 절정이다. '빨간 맛'으로 성공적인 레드 활동을 마무리지었기에 < Perfect Velvet >도 나올 수 있었다. 



9 방탄소년단 – 봄날 / DNA

피 땀 눈물을 다 바쳐서라도 마지막 숨을 다 바칠 준비가 되어 있던 방탄소년단은 '봄날'로 치열했던 화양연화 성장 스토리를 갈무리했다. 아련한 '보고 싶다'로부터 출발하는 곡은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의 불안과 아픔을 모두 끌어안고 반드시 오고야 말 봄날까지 '머물러줘'라 작은 부탁을 건네며 아련한 성장통을 안긴다.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Not Today'로 이어진 강성 기조를 아름답게 마무리한 '봄날'은 그 섬세함으로 2017년의 기억에 남았다. 


당당한 젊은 어른이 된 방탄은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도 설명할 수 없는 역동적인 에너지의 'DNA'로 돌아왔다. 여유로운 휘파람으로부터 느껴지는 자신감은 과감한 퍼포먼스와 박력 넘치는 보컬 곳곳에 스며들어 완벽한 DNA로 구축됐다. 그리고 이 곡이 세계를 홀렸다. 2017년은 방탄소년단의 해였다. 


10 청하 – Make a wish

< 프로듀스 101 >에도 아이오아이에도 없었던 매력. 이미 지난해 < 프로듀스 101 >을 봤다면 'Fingertips'를 말 그대로 '씹어먹은' 과감한 퍼포먼스에 감탄한 바 있었던 차에 도발적이고 자주적인 솔로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치렀다. 웰메이드 트로피컬 하우스 'Why don't you know'의 매력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에 더 주목하고 싶다. 장난스러우면서도 차근차근 당돌한 매력으로 다가가는 카리스마는 무대 없이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차세대 여성 솔로의 탄생! 


11 선미 – 가시나

잠깐 외도한 테디의 무서움. '24시간이 모자라'와 '보름달'로 쌓은 장작에 불씨를 던진 '가시나'는 2017년 하반기의 맨 처음 가장 뜨거운 한 방이었다. '너의 싸늘해진 그 눈빛이 나를 죽이는 거야'로 시작부터 과감하게 치고 들어오면서 빈 틈 없이 카리스마로 압박을 이어가다 '너는 졌고 나는 폈어'라 강하게 선언하는 선미는 올 해의 가장 뜨거운 솔로 퍼포머였다. 원더걸스 없이도 JYP 없이도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 한 방이면 충분했다.  


12 우원재 – 시차

건조한 현실과 밤낮을 바꿔가며 치열해야 했던 꿈과의 시차를 좁힌 싱글. < 쇼미더머니 >의 알약 소년은 홍익대학교 동아리 동기 로꼬와 그레이의 지원 사격을 통해 멀기만 했던 메인스트림의 사랑을 획득했다. 주류 미디어 바탕이 없었어도 가능했을 성취였을까의 의문은 있지만, 세련된 비트와 꿈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밤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르며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으로 충만함은 부정할 수 없다. 우원재는 2017년 대중이 가장 사랑했던 이름이었다. 



13 혁오 - Tomboy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 청춘의 노래. 기승전결 뚜렷한 'Tomboy'는 멜로디 라인 그 자체로도 성공이지만 젊은 세대의 불안과 허무를 짚어낸 메시지가 핵심이었다. 출구 없는 방황과 리더 없는 사회, 정처 없는 청춘의 발걸음이 선명한 오혁의 보컬을 따라 이리저리 타오르는 불꽃처럼 사그라든다. 혁오 밴드의 주류화가 비단 <무한도전 >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4 워너원 - Wanna be (My Baby) 

'널 내 마음속에 저장~'. 워너원 13 소년과 < 프로듀스 101 시즌 2 >의 소년들은 2017년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그들의 주체할 수 없는 왕성한 활력과 신선함을 기세로 끌어간 '에너제틱'과 '활활(Burn it up)'까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워너원은 남매 그룹 아이오아이의 아성을 넘어 오디션 아이돌 시대의 가장 큰 성공을 향해'꽃길만 걷고' 있다. 깜찍한 출사표 'Wanna be'의 청량한 보컬과 멜로디 비트는 특히 이 소년들을 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수많은 워너블들의 카카오톡 뮤직을 장식한 올 해의 '저장 곡'. 


15 서사무엘 X 김아일 - Monk  

창의적인 두 아티스트가 뭉쳤다. 서사무엘과 김아일은 EP < Elbow >로 유유자적 비트를 타고 아티스트로의 포부와 창작가의 멋진 공상을 자유롭게 펼쳐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해방의 쾌감은 전설의 재즈 피아니스트 델로니어스 몽크를 꿈꾼다. '난 이길 수 없어 this feeling  /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아'의 후렴부 선언과 어지러이 날아들다 귀에 파고드는 촌철의 메시지가 멋지게 어우러진다. 


16 이진아 - Random

이진아는 언제나 자신의 음악을 했다. < K팝스타 >부터 안테나 뮤직에 둥지를 튼 후에도 피아노 한 대로 일궈내는 난해함 속의 여린 감성과 당돌한 매력은 연약해 보이는 이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계속해서 생명을 부여했다. 잠을 깨듯 부산한 피아노 선율이 건반을 훑고 지나가면 조곤히 적어나가는 고유의 시선이 은은히 모습을 비추는 'Random'의 매력은 특히 올해 결산에 새겨둘 만하다. 점점 단단해지는 아티스트의 세계, 자꾸만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 


17 KARD - Oh na na 

DSP의 새 희망 혼성 그룹 카드는 놀랍도록 글로벌한 사운드로 참신한 데뷔를 일궜다. 가요계에서 혼성 그룹은 다소 고전적인 구성이지만 현대적이며 트렌드의 최전선에 위치한 'Oh na na'는 과거의 향수로 읽히길 거부했던 절묘한 교집합이었다.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 풍의 뭄바톤 / 댄스홀 하우스에 파워풀한 보컬과 여유 있는 구성에 더불어 센스 있는 세련된 곡을 만들었다. 국내보다 세계 시장을 노리는 카드가 DSP의 총아가 될 수 있을지. 


18 효린 X 창모 - Blue Moon

코리안 트로피컬 사운드의 2017 대표곡. 힙합 프로듀서 팀 그루비룸은 세계적 트렌드를 가져와 EDM의 새로운 뮤즈 효린과 무서운 신예 창모를 붙여 한 해를 대표할만한 싱글을 뽑아냈다. 매혹적인 드랍부까지 다다르는 효린의 보컬은 섬세하고 절제되어있으며 창모의 랩은 곡에 감칠맛을 더한다. 이 한 곡으로 그루비룸은 온 나라에 그들의 시그니처 사운드 'Groovy, Everywhere'를 재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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