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미어 캣(Cashmere Cat) 내한 공연
노르웨이 태생의 DJ 캐시미어 캣은 북유럽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 라인과 최신 유행의 하우스 장르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이를 블랙 뮤직과 결합하여 새 시대 차트의 한 공식을 써냈다. 2014년 아리아나 그란데의 'My everything'부터 미구엘, 알 켈리와 칸예 웨스트, 위켄드의 성공작을 프로듀싱한 그는 상업적 취향과 선명한 개성을 동시에 잡은, 몇 안 되는 DJ 중 한 명이다. 2015년 이태원 케익샵에서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고 지난해도 내한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아쉽게 취소된 그가 2년 만에 한국, 홍대의 헨즈(The Henz Club)를 찾았다.
새벽 두 시부터 시작된 스테이지는 하루 전 도쿄 시부야에서의 셋 리스트와 흡사하게 흘러갔다. 올해 5월 발매된 정규 앨범 < 9 >의 수록곡과 과거 발매한 EP, 리믹스 버전을 섞어 배치하며 익숙함과 낯섦을 교차해 나가는 구성이 노련했다. 신예 싱어 켈라니(Kehlani)의 목소리를 담은 'Night night'로 포문을 열었고 첫 EP < Mirror Maru >의 'Mirror maru'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집중을 높이더니 곧바로 신보의 타이틀 '9(After Coachella)'를 플레이했다. 신비로운 실로폰 전주가 나올 때부터 열광에 빠진 관객들은 뫼(MØ)의 보컬 파트를 '떼창'하며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새벽 두 시 클럽의 뜨거움을 맘껏 발산했다.
이후는 앨범 수록곡과 딥 하우스 대신 트랩 비트 중심의 리믹스 선곡으로 진행됐다. 그 와중 익숙한 트랙의 배치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했는데, 칸예 웨스트의 < The Life Of Pablo >에서 자신이 프로듀스한 'Wolves'나 정규 앨범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한 'Quit', 체인스모커스의 'Closer'로 주목받아 훌륭한 데뷔작을 낸 할시(Halsey)에게 선물한 'Hopeless'가 끊임없는 바이브 속 짙은 연기를 드리우듯, '낯설지 않은 낯선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포스트 말론의 'Rockstar'가 잠깐 나온 것도 즐거운 포인트.
팝 지향의 셀레나 고메즈와의 'Trust nobody'와 카밀라 카베요의 'Love incredible', 린 위버의 'Octahate' 리믹스가 이어졌고, 칸예 웨스트의 굿 뮤직(G.O.O.D Music) 이블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허드슨 모호크(Hudson Mohawke)의 'Forever 1'이 피날레를 장식하는가 싶었다. 그때 의외의 멜로디가 모두의 환호를 불러왔으니, 바로 2004년 어셔의 출세작 < Confession >의 히트 싱글 'My boo'였다. 예상치 못한 2000년대 추억의 소울 트랙은 가지각색 모습과 취향의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어 아름다운 '떼창'의 환희를 가져왔다.
클럽 공연의 특성상 음향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한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도 단독 퍼포머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짧게 느껴졌을 테다. 그러나 그래미 노미네이트 된 스타 DJ의 퍼포먼스를 한국의 클럽에서 현장 그대로 '체험' 한 것만으로 이 모든 단점은 사소하게 느껴진다. 빈틈없이 꽉 찬 진행과 유려하면서도 개성으로 꽉 찬 곡들은 아리아나 그란데와 셀레나 고메즈, 뫼가 없었을 뿐 최근의 차트를 지배하는 블랙 뮤직과 딥 하우스의 다채로운 교배를 경험시켰다. 지난해의 석연찮은 공연 취소,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 부족했던 팬 서비스에도 훌륭한 퍼포먼스로 각인된 공연이었다.
Fake Virgin Seoul
Photo Credit : 백윤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