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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05. 2017

After The Seoul Night

캐시미어 캣(Cashmere Cat) 내한 공연


노르웨이 태생의 DJ 캐시미어 캣은 북유럽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 라인과 최신 유행의 하우스 장르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이를 블랙 뮤직과 결합하여 새 시대 차트의 한 공식을 써냈다. 2014년 아리아나 그란데의 'My everything'부터 미구엘, 알 켈리와 칸예 웨스트, 위켄드의 성공작을 프로듀싱한 그는 상업적 취향과 선명한 개성을 동시에 잡은, 몇 안 되는 DJ 중 한 명이다. 2015년 이태원 케익샵에서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고 지난해도 내한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아쉽게 취소된 그가 2년 만에 한국, 홍대의 헨즈(The Henz Club)를 찾았다. 

새벽 두 시부터 시작된 스테이지는 하루 전 도쿄 시부야에서의 셋 리스트와 흡사하게 흘러갔다. 올해 5월 발매된 정규 앨범 < 9 >의 수록곡과 과거 발매한 EP, 리믹스 버전을 섞어 배치하며 익숙함과 낯섦을 교차해 나가는 구성이 노련했다. 신예 싱어 켈라니(Kehlani)의 목소리를 담은 'Night night'로 포문을 열었고 첫 EP < Mirror Maru >의 'Mirror maru'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집중을 높이더니 곧바로 신보의 타이틀 '9(After Coachella)'를 플레이했다. 신비로운 실로폰 전주가 나올 때부터 열광에 빠진 관객들은 뫼(MØ)의 보컬 파트를 '떼창'하며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새벽 두 시 클럽의 뜨거움을 맘껏 발산했다.

                                                        


이후는 앨범 수록곡과 딥 하우스 대신 트랩 비트 중심의 리믹스 선곡으로 진행됐다. 그 와중 익숙한 트랙의 배치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했는데, 칸예 웨스트의 < The Life Of Pablo >에서 자신이 프로듀스한 'Wolves'나 정규 앨범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한 'Quit', 체인스모커스의 'Closer'로 주목받아 훌륭한 데뷔작을 낸 할시(Halsey)에게 선물한 'Hopeless'가 끊임없는 바이브 속 짙은 연기를 드리우듯, '낯설지 않은 낯선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포스트 말론의 'Rockstar'가 잠깐 나온 것도 즐거운 포인트. 

팝 지향의 셀레나 고메즈와의 'Trust nobody'와 카밀라 카베요의 'Love incredible', 린 위버의 'Octahate' 리믹스가 이어졌고, 칸예 웨스트의 굿 뮤직(G.O.O.D Music) 이블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허드슨 모호크(Hudson Mohawke)의 'Forever 1'이 피날레를 장식하는가 싶었다. 그때 의외의 멜로디가 모두의 환호를 불러왔으니, 바로 2004년 어셔의 출세작 < Confession >의 히트 싱글 'My boo'였다. 예상치 못한 2000년대 추억의 소울 트랙은 가지각색 모습과 취향의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어 아름다운 '떼창'의 환희를 가져왔다.

                                                        


클럽 공연의 특성상 음향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한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도 단독 퍼포머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짧게 느껴졌을 테다. 그러나 그래미 노미네이트 된 스타 DJ의 퍼포먼스를 한국의 클럽에서 현장 그대로 '체험' 한 것만으로 이 모든 단점은 사소하게 느껴진다. 빈틈없이 꽉 찬 진행과 유려하면서도 개성으로 꽉 찬 곡들은 아리아나 그란데와 셀레나 고메즈, 뫼가 없었을 뿐 최근의 차트를 지배하는 블랙 뮤직과 딥 하우스의 다채로운 교배를 경험시켰다. 지난해의 석연찮은 공연 취소,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 부족했던 팬 서비스에도 훌륭한 퍼포먼스로 각인된 공연이었다.

Fake Virgin Seoul 
Photo Credit : 백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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