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련의 사태에서 이념 갈등보다는 세대 갈등을 본다.
단일팀이 마냥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의적으로는 좋은 시도고 분단국가에서 올림픽 하는데 국제적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말도 좋고 대의도 좋다. 근데 왜 이걸 아무런 논의 없이 결정하고 3명은 무조건 출장시켜야 하냐는 거다. 대통령이 가장 강조했던 게 소통하는 정부 아니었나. 518 때 유족들 끌어안고 눈물 흘리던 대통령은 어디 갔나.
그들도 인정했듯 2030 세대를 이해하지 못했을뿐더러 어설픈 전략으로 색깔론에 빌미를 제공했고 향후 국정 운영에도 큰 짐이 될 것이다. 이미 평창 올림픽은 망한 것 같고 기대하는 사람이 없다. 선수 한 두 명의 투혼과 감동 스토리가 조금의 위안을 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라는 이유로 북한 선수가 패스해서 우리 선수가 골 넣는다고 감동을 받을 시대는 지났다. 민주항쟁 시대 운동권들의 로망일 뿐이다.
나는 이런 일련의 사태에서 이념 갈등보다는 세대 갈등을 본다. 평양올림픽을 검색어 1위로 올리는 이들은 단순히 현 정권이 친북 좌파라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다. 가뜩이나 힘들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하루하루 미래에 대한 불안만 커져가는데 북한까지 돌볼 여력이 어딨냐는 거다. 왜 열심히 하지 않고 노력도 못하고 능력도 없는 북한 선수들과 단일팀을 구성해야 하냐는 거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어차피 메달 못 딴다는 투로 말하면서까지 단일팀을 해야 되냐는 거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렇고 젊은 세대가 살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안 힘든 사람은 없다.
그래서 현재의 정부가 실망스럽고 또 우려스럽다. 젊은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탄생했는데 '꼰대'라 부르는 아저씨들 마인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청와대 민원이 열렸기에 망정이지 지금의 정부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전달할만한 시스템이나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어설프고 말도 안 되는 색깔론은 최소한 구세대들을 규합하기라도 한다. 젊은 세대는 결국 휘둘리게만 된다.
상징성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내가 무슨 일을 하고 뭘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는 이 시대에서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 말이라도 해줬으면 모를까.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될까 무섭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생 좀 더 해야지', '다 좋자고 하는 건데 참아야지' 이런 얘기로 어린 친구들 가슴에 못 박을까 봐 더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