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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an 24. 2018

평창, 평화, 평양, 그리고 우리 세대.

이런 일련의 사태에서 이념 갈등보다는 세대 갈등을 본다.


단일팀이 마냥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의적으로는 좋은 시도고 분단국가에서 올림픽 하는데 국제적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말도 좋고 대의도 좋다. 근데 왜 이걸 아무런 논의 없이 결정하고 3명은 무조건 출장시켜야 하냐는 거다. 대통령이 가장 강조했던 게 소통하는 정부 아니었나. 518 때 유족들 끌어안고 눈물 흘리던 대통령은 어디 갔나. 



그들도 인정했듯 2030 세대를 이해하지 못했을뿐더러 어설픈 전략으로 색깔론에 빌미를 제공했고 향후 국정 운영에도 큰 짐이 될 것이다. 이미 평창 올림픽은 망한 것 같고 기대하는 사람이 없다. 선수 한 두 명의 투혼과 감동 스토리가 조금의 위안을 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라는 이유로 북한 선수가 패스해서 우리 선수가 골 넣는다고 감동을 받을 시대는 지났다. 민주항쟁 시대 운동권들의 로망일 뿐이다.


나는 이런 일련의 사태에서 이념 갈등보다는 세대 갈등을 본다. 평양올림픽을 검색어 1위로 올리는 이들은 단순히 현 정권이 친북 좌파라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다. 가뜩이나 힘들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하루하루 미래에 대한 불안만 커져가는데 북한까지 돌볼 여력이 어딨냐는 거다. 왜 열심히 하지 않고 노력도 못하고 능력도 없는 북한 선수들과 단일팀을 구성해야 하냐는 거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어차피 메달 못 딴다는 투로 말하면서까지 단일팀을 해야 되냐는 거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렇고 젊은 세대가 살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 안 힘든 사람은 없다.


그래서 현재의 정부가 실망스럽고 또 우려스럽다. 젊은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탄생했는데 '꼰대'라 부르는 아저씨들 마인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청와대 민원이 열렸기에 망정이지 지금의 정부에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전달할만한 시스템이나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어설프고 말도 안 되는 색깔론은 최소한 구세대들을 규합하기라도 한다. 젊은 세대는 결국 휘둘리게만 된다. 


상징성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내가 무슨 일을 하고 뭘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는 이 시대에서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 말이라도 해줬으면 모를까.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될까 무섭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생 좀 더 해야지', '다 좋자고 하는 건데 참아야지' 이런 얘기로 어린 친구들 가슴에 못 박을까 봐 더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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