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의 워딩은 너무 거칠다. 거친 수준을 넘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역겹고 짜증날 지경이라 기분을 잡치기도 한다. 해학이나 정감 있는 욕설과는 급이 다른 저질스럽고 끔찍한 단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댓글창에서, 기사에서, 유튜브에서 범람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싫은걸 세개만 꼽아보자면
- '지능' 운운 : 이런 말 하는 사람은 나치의 우생학에 동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타인의 의견이나 주장, 생각을 지능 수준이라고 생각하다니...
- ~충 : 들을 만한 짓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을 벌레에 비유해도 된다는 생각이 더럽다. 심지어 그 기준조차 지극히 주관적이고, 한 집단을 싸잡아서 까내려버리는 단어다. 근데 다들 너무 많이 쓴다.
- 남녀 성기를 비유하는 말들 : 더 설명할 필요없다.
굳이 이런 단어가 없더라도 의견을 나누는 태도 자체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며 누구 하나 끝장이 나고 망해야만 만족하겠다는 이상한 심리가 깔려있는 것같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악플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받아본 지난 세월이지만 이런 수준의 인터넷 문화는 너무 공격적이라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흥미로운 건 이런 워딩 제일 많이 하는 애들이 '무죄추정의 원칙' 같은 공정과 중립, 사실에 근거한 주장을 신봉하는 집단으로 보이길 원한다는 거다. 어떤 쪽은 대단한 사상이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그들만의 사명감으로, 어떤 쪽은 그런 가식이 짜증난다며 '위선없는', '자유로운' 태도로 더러운 말들을 쏟아낸다. 더 배웠든 덜 배웠든 별 차이도 없더라.
이런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게 낙인 찍고 공감없이 말하고 내 일 아니니까 익명의 뒤에 숨어 아무 말이나 해대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들은 빨갱이나 공산주의 독재를 욕으로 받아들인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좋은 말이 있군.
과거 인터넷에서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인터넷에서 풀까 하는 동정이라도 얼핏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서로가 중세시대 영주들의 성 마냥 자잘한 이념이나 단체, 공동체에 소속되어 다른 누군가를 멸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허상에 시달린다. 공포는 폭력이 되기 마련인데 그 수준이 너무 잔혹하다.
난 진지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또 살아남는다 해도 가치가 있을까. 아니 아예 무시해야 하는걸까 혹은 엄청난 멘탈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 하는 여러 생각에 머리가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