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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24. 2016

2016 올해의 해외 앨범 18

배경 사진이랑 순서는 무관ㅋ


The 1975

 <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aware Of It >


밴드 백신스(The Vaccines)의 리더 저스틴 영(Justine Young)은  '현재 영국에서 1975와 포올스에 맞설 밴드는 없다'고 2016년을 정의했다. 재기 넘친 동명의 타이틀 데뷔 앨범으로 매력 발산을 끝낸 이 맨체스터의 후손은 이번 차기작으로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넘실대는 기타 그루브 바탕의 섬세한 사운드 디렉팅이 재료가 되고,  각 트랙의 아우라를 합치시켜가는 동시에 고유한 개성을 부여한다. 포근한 역동성의 'The Sound', 여기에 몽환을 덧칠하면  'Somebody else'가, 과감함을 더하면 'Love me'와 'Ugh'가 되는 방식이다. 아우라가 만든 정체성, 소리에 대한 치밀함이 돋보이는, 재기넘치는 올드 스쿨이 낳은 새 시대의 밴드.




David Bowie < Blackstar >



죽음마저도 새로운 페르소나가 아닐까. < Blackstar >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혁신과 탐구를 놓을 수 없던 천재ㅑ 예술가의 치열한 몸짓이다. 9분짜리 'Blackstar'에서 야심에 가득한 그의 눈동자를 보라. 1977년 < Low > 이후 최대의 실험이라는 평가와 걸맞는 장대한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로킹한 드럼 비트 위의 휘황찬란하게 날뛰는 색소폰 (' 'Tis a pity she was a whore'), 긴장감 넘치는 기타 리프의 'Sue', 잘게 쪼개진 록시 뮤직 스타일 아방가르드 'I Can't Give Everything Away'까지 40년 베테랑 아티스트의 손길은 섬세하고 또 치밀하다. 이 모든 작업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느끼는 와중에 진행되었다. 그리고 보위는 떠났다. 마치 당연한 듯.




Chance The Rapper < Coloring Book >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나요? 'No Problem!'. 찬스 더 래퍼는 이 믹스테잎으로 많은 걸 바꿨다. 기획사 논리를 거절한 형식 발매임에도 오직 스트리밍 누적으로만 주력 차트에 진입했다. 방황하는 시카고 사우스 타운 형제들을 위해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에서 성대한 < Magnificent Coloring Day > 페스티벌을 열었고, 존 레전드의 오프닝 공연과 대부 커먼, 깐깐한 칸예 웨스트와 릴 웨인, 투 체인이 합세하여 5만 관중을 열광에 빠트렸다. 이 모든 바탕엔 '구원'을 모티브로 삼은 획기적인 가스펠-힙합 음악이 있다. 은혜로운 시카고 프로덕션 (Donnie Trumpet & Social Experiment)과 함께 빚은 도시의 찬가('Angels'), 우울한 현실('Summer Friends'),  유년기의 꿈과 희망('Same Drugs'), 그리고 궁극적인 구원('Blessings')이 넘쳐흐른다. 




Radiohead < A Moon Shaped Pool >


'익숙한 라디오헤드'라 반갑다. 그러나 라디오헤드가 익숙해진게 아니다. 우리가 음악계의 철학자, 과학자인 라디오헤드에 익숙해진 것.  거대한 스케치 위를 챔버 팝, 기타 록,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샘플들의 형형색색 색채로 채워나가는 모습은 21세기 이후 익숙해진 라디오헤드라는 브랜드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더욱 반가운 건 들리는 멜로디. 기나긴 서사의 'Thinker taylor soldier spy'에도, 긴장에 긴장을 이어가는 오프닝 'Burn the witch'에도, 명징한 'Daydreaming'에도 명료한 멜로디가 귀를 잡아챈다. 신형 아이폰 광고같이 마법같은 라이브 클립을 감상하고 나면, 결국 21세기 우리에게 익숙한 팀은 라디오헤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Car Seat Headrest < Teens Of Denial >


윌 톨레도는 포스트 펑크 붐의 새로운 핵심이 될 것이다. 지적인 외모 (위저의 리버스 쿼모를 떠올리게 하는) 속에 숨겨진 리바이벌의 욕망은 스트록스에 맞닿아 있고 로 파이 사운드와 날 선 개러지는 최근의 록 계보를 자꾸만 들춰보게 만든다. < Teens Of Denial >의 의미는 이 모든 욕망과 탐구, 새로운 시도의 열망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라는 데 있다. 앞서 언급했던 영역들과 홈 레코딩으로부터 출발한 DIY정신, 새로운 사이키델리아를 살짝 암시하는 가사와 폭발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들. 장르는 부침을 겪고 아티스트들은 뜨고 지지만 한 해를 대표할 작품은 길이 남기 마련이다. 2016년의 포스트 펑크는 이 한 장으로 정리해도 좋다.




Frank Ocean < BLOND >


최고의 문제작. 원래 나온다던 < Boys Don't Cry >는 온데간데 없었고 데프 잼은 뒤통수를 맞았다. 애플 뮤직의 서비스를 불평하던 사람들도 < BLOND >를 위해 3개월 무료 체험권을 끊게 되었다. 음악 유통 방식에 대한 저항으로도, 아티스트의 주권 강화라는 의견에도 정작 그가 입을 열지 않았으니 영문은 알 수 없는 것. 종잡을 수 없기는 앨범도 마찬가지. < Channel Orange >의 서정성을 기대한 팬들은 'Nikes'의 허무주의와 전위적 미니멀리즘 속에서 그나마 들리는 'Pink+White', 'Skyline to'를 찾아야 했다. 의도된 불편이 낳은 허무의 세계. 그럼에도 옳다 그르다 따지기 전에 앨범의 인기는 상상초월이었다. 시대의 불안을 꿰뚫어본, 의도된 저항작. 




Metallica < Hardwired...To Self Destruct >


과거의 문법으로도 현재와 호흡할 수 있음을 보였다. < Death Magnetic > 이후의 메탈리카는 진보나 실험 대신 제일 잘 할 수 있는, 본연의 색에 더욱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더 강해지고 더 본색에 가까워진 < Hardwired >는 전성기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 전 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탱크 같은 더블 디스크 트랙들이 돌진한다. 메탈 제국은 저물었어도 메탈리카의 명성은 영원할 것.




Kaytranada < 99.9% >


트렌드의 새로운 획을 추가한 DJ의 고향은 아이티.  이미 우리는 마돈나의 < Rebel Heart > 투어를 통해, 더 인터넷(The Internet)의 < Ego Death >를 통해, 수많은 사운드클라우드의 리믹스 트랙을 통해 케이트라나다의 재능을 확인했다. 메이저와 마이너 가리지 않는 폭 넓은 퓨전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흑인 음악의 영역을 넘어 최신 하우스로까지 연계되고 팝의 영역까지도 넘본다. PBR&B와 딥 하우스, 트랩과 알앤비... 이 모두를 유쾌한 특유의 드럼 비트와 몽환적 일렉트로 소스로 버무려내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실험과 독창을 언급할 때 향후 계속 언급될, 마이다스의 키. 




Angel Olsen < My Woman >


이미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한 바 있는 이 싱어송라이터는 포크로부터 출발하였으나, < My Woman >에서 괄목할 만한 영역 확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의 쟁글 팝(월 오브 사운드), 1970년대의 글램 록, 전통의 컨트리와 피아노 발라드까지 모두 아우르는 와중에 명료한 멜로디가 들리고, 가녀린 보컬은 아티스트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포크 싱어를 넘어 새로운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조건을 갖춘 셈. 그는 플리트우드 맥이기도 하고 티 렉스기도, 더 셔렐리스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엔젤 올슨이다. 




Solange < A Seat At The Table >


'돈 많은 부모 만나는 것도 능력.'. 이 말의 주인공은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쫓기는 중졸 신세의 '말종'이 되었지만 솔란지는 웰 메이드 소울 명반을 만들어버렸다. '과연 언니가 없었다면...? < Lemonade >가 없었다면...?'과 같은 의문을 완전히 덮어둘 수는 없겠지만, 2003년 셀럽의 흔한 음악 발 담그기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데뷔작에 비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 우아한 프로덕션은 'Rise'부터 클로징 'The Chosen Ones'까지 길을 잃는 법이 없고, 사뭇 진지한 고뇌는 아무리 늦게 배웠다 해도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다. 그러고보니 < Lemonade > 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솔란지의 핸드백 스매싱 한 방으로부터였으니... 어쩌면 비욘세를 넘어서는 2016년의 스타. 




Sturgil Simpson < A Sailor's Guide To Earth >


프로그레시브 컨트리의 훌륭한 현재화. 스터길 심슨은 컨트리에 사이키델리아를 더하고, 뉴웨이브를 덧칠하며, 소울의 향수를 듬뿍 묻혀 훌륭한 프로듀싱으로 풀어낸다. 곡조마다 각기 다른 양식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 A Sailor's Guide To Earth >는 장르 간 혼합의 좋은 예일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듣는 이를 감싸주기까지 하는 수려한 작품이다. 컨트리는 단 한 번도 팝 시장을 떠난 적이 없었고, 2016년의 스터길 심슨은 그 좋은 증거로 남을 것이다. 




Bon Iver < 22, A Million >


< 22, A Million >의 제작 과정은 샘플러 한 대로 이루어졌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였던 저스틴 버논도 이제 디지털 DIY의 시대에 발을 들였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칸예 웨스트의 절친이자 실험주의자로 유명한 저스틴 버논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대부분 이런 극적인 변화는 아티스트의 심리상태나 개인적 상황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래미를 휩쓴 저스틴 버논에겐 급작스러운 명성과 창작의 갈등이 찾아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여름의 산토리니 섬에서 더욱 고독하고, 쓸쓸해진 마음이 멜로디에 하나하나 아로새겨졌다. 혼란과 왜곡이 더해진 사운드의 안개 속에서 선명함을 찾아나간다. 그러면서도 낯설지가 않다. 핵심 구성이 명료하고 거부할 수 없는 멜로디를 써내려가는 덕이다. 




Danny Brown < Atrocity Exhibition >


대니 브라운이 또 훌륭한 작품을 냈다. 무려 조이 디비전의 노래를 가져온 < Atrocity Exhibition >은 홈타운  디트로이트의 몰락으로부터 초래된 개인의 붕괴를 약물 중독의 페르소나로 승화시켜 현대 사회의 불안과 우울로 확장시켰다. 광기에 가까운 극-하이톤 플로우는 그 자체가 샘플로 불안의 아우라를 구성하며, 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비유와 표현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안개 속에서 날아드는 서슬퍼런 칼날과도 같다. 무서운 재능이 큰 그림을 그렸을 때.




Blood Orange < Freetown Sound >


라이트스피드 챔피언(Lightspeed Champion)으로 따뜻한 포크 록(!)을 선보이던 데브 헤인스는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로 자아의 확장을 꾀했고, < Freetown Sound >에 이르러 그 노력은 결실을 맞는다. 웅장한 'Augustine'의 울림 하나만으로 모든 이들을 넉다운시키기에 충분하지만, R&B 펑크와 록, 신스 팝까지 멀티  아티스트의 재주를 만천하게 공포한다. 댄스와 일러스트 등으로 보여지는 일관된 콘셉트까지 보고 나면 이 남자의 내공이 보통이 아님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흥겨움과 연약함 속에 내면의 흔들림이 하나씩 꺼풀을 벗는다. 아프리카 이민자의 후예, 거리에서 죽어간 트레이본 마틴, 여전히 곱지 않은 동성애, 현실 도피의 수단. 프랭크 오션이 전위의 세계로 떠나고 비욘세가 21세기 흑표범당을 천명할 때 블러드 오렌지는 조용한 울림을 택했다. 구원을 위해 길을 떠난 아우구스티누스처럼. 




Mitski < Puberty 2 >


2015년엔 코트니 바넷, 2016년엔 미츠키. 뉴욕 언더그라운드로부터 3분 이내 펑크 록에 불안과 어둠을 녹이는 방법을 전수받은 미츠키는 대체 불가능한 아우라의 < Puberty 2 >로 입지를 공고히 한다. 단출한 구조에 날 선 로-파이 디스토션 기타 록은 이제 새 시대의 아티스트들이 따라할 만큼 1990년대가 멀어졌다는 의미. 그러나 미츠키가 빛나는 것은 고유의 정체성에 있다. 혼혈 태생에서 오는 정체성, 감정의 기복, 사랑과 이별, 인간 관계의 불안이 '사춘기'라는 타이틀 아래 하나하나씩 꺼풀을 벗는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노래하는 미츠키의 존재는 끊임없이 우리의 감정선에 질문을 던진다.




Kanye West < The Life Of Pablo >


이제 이 정도 혼란은 익숙한 것...? 앨범 제목도 수시로 바뀌었고, 앨범 수록곡도 미정이었고, 스트리밍 방식도 불명이고, 앨범에 통일성이 있다 하기도 어렵다. 칸예 웨스트의 < The Life Of Pablo >는 익히 알려진 대로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몇몇 핵심 요소들을 콜라주 방식으로 전시해놓은 앨범이다. 그런데도 그 재능의 깊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니 확실히 천재는 천재다. 찬스 더 래퍼와 함께 빚어낸 '자칭 가스펠' 'Ultralight Beam'의 울림은 진정성을 따지기 전에 감동부터 밀려오고, 'No more parties in LA'와 'Father stretch my hands Pt.1'에서는 피쳐링 아티스트들에 감탄하며, 'Famous'의 도발에는 입방아를 찧을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안티팬들과, 아티스트들과, 따가운 시선들과 싸우는 대신 음악 자체와 싸우기로 한 아티스트의 표현.




Anderson .Paak < Malibu >


닥터 드레에겐 < Compton >이 마지막이었겠지만 무명의 브리지 러브조이는 그 이름을 폐기하고 앤더슨 팩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내면에 꿈틀거려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그루브 타래들은 끈덕진 네오 소울에 청량을 바른 형태로, 펑크(Funk) 사운드로, 힙합 베이스의 수려한 멜로디라인으로 온 곳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자유분방한 해방감의 비트 속에는 섬세한 사운드 디렉팅이 있고, '말리부'라는 가상의 공간 속에 아티스트의 인생과 자의식을 꾹꾹 잘 눌러 담았다. 역시 향후 몇 년 자주 보게 될 이름.




A Tribe Called Quest <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


이들의 컴백은 그 자체로 뉴스였다. 그러나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언제나 그랬듯 차분하고 우아하게, 여전히 손볼 곳 많은 사회 곳곳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올뮤직(Allmusic)의 설명처럼 이 앨범에 '추억 여행이나 냉담한 컴백'은 찾아볼 수 없다. 큐팁의 정밀한 사운드 샘플 운용과 우아한 재즈 프로덕션은 어떤 하나의 교과서를 보는 것처럼 깔끔하고 촌철살인의 메시지는 불투명한 미래와 혼란의 시대에 가야할 길을 계도한다. 이미 공표된 대로 마지막 앨범이었으나 이 한 장으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라는 이름은 힙합 역사에서 보다 큰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RIP 파이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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