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016년을 관통한 싱글. DJ 듀오 체인스모커스는 한 해 최고의 감성 튠을 만들어버리며 12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의 대기록을 새웠다. '#SELFIE' 한 장으로 전 지구를 셀카 열풍에 빠트렸던 과거를 떠올린다면 금물. 이들은 양산형 빅 룸 하우스의 일원이 아니라 감성적인 팝 멜로디를 작곡하는, 최신 유행의 맨 선두에 위치한 그룹이다. 물론 빼도 박도 못하는 표절로 약간은 퇴색된 분위기지만, 열풍의 중심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유로운 칠아웃 비트 위에 할지(Halsey)와의 달콤한 듀오가 이뤄지며 곡은 세련된 감성을 자극한다. 좋은 곡을 쓸 수 있는 DJ 듀오의 위력이란. 메이저 레이저와 더불어 새로운 차트 킬러들이 등장했다.
트웬티 원 파일럿츠의 강점은 '보편적 희귀성'이다. 멀티 플레이어와 드러머 2인조 구성, 신스팝-레게-펑크-랩의 장르 혼합은 분명 독특하지만, 청춘의 불안을 공유하며 대중적 멜로디를 뽑아내는 강점은 너른 소통을 가능케 한다. 이 둘의 케미가 폭발한 게 바로 'Heathens'. 악동들의 용두사미 < 수어사이드 스쿼드 >에서 막장 전개는 빼고 아우라만 골라 처연하면서도 공포스러운, 팝적이며 강단 있는 록 트랙을 만들었다. 대세의 영역에 있음을 선언한 트랙.
'내 친구들 다 야만인들이야. 조심해.'
캐나다 쌍둥이 듀오 티건 앤 사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신스팝 튠을 만들어내는데 특화된 팀이다. 과소평가된 < U-Turn >의 리드 싱글 'Boyfriend'는 이 듀오의 특수한 캐릭터를 상징하는 곡. 한번 들으면 바로 각인되는 단출한 구성에 선명한 멜로디를 담았고 모호한 성적 역할은 LGBT 씬에서 지지받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중성적 매력이야말로 티건 앤 사라를 구분 짓는 가장 명확한 지점인데, 그들은 어느 한쪽에 기대지 않고 편견에 치우치지도 않으며, 사랑의 감정 그 하나와 서로의 관계에만 오롯이 집중하면서 팝적이면서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2016년 상반기를 지배했던 곡. 명실상부 보증수표 드레이크, 1993년생 신성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와 프로듀서 보이-원다(Boi-1da)가 힘을 합친 캐나다 태생 힙합 히트 메이커들은 대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메이저 레이저의 발굴로부터 대세로 끌어올려진 댄스홀 레게 비트는 자메이카 이민자 태생의 작곡진 (드레이크 제외)의 특성을 그대로 투영할 뿐만 아니라 '다크 알앤비 싱어'로의 이미지 심화를 꾀한 리아나에게도 꼭 맞았다. 주술적인 'Work work work work work'가 귀에 맴돌지 않을 수 없었던 히트작.
멀티 아티스트이자 히트메이커 마이크 포스너에게 2016년은 자기 고백과 돌아보기의 해였다. 방탕한 아티스트로의 자의식을 소박한 포크 록으로 담아낸 < At Night Alone >은 그 히트 싱글 'I Took A Pill In Ibiza'로 그 진심을 깊게 전했다. 이비자가 어디인가. 애시드 하우스 / 레이브의 진원지이자 하우스 열풍의 성지이자 전 세계 클럽 씬의 핵심이다. 그곳에서 약을 취해 정신을 차려봤더니 남은 것은 흥청망청 망가진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우울함을 중화시킨 건 신인 DJ 팀 씨비(Seeb)의 몽환적인 트로피컬 하우스 리믹스. 이비자 관광청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올 한 해 가장 흥겨우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스틸은 < Wild World >로 경험과 성공의 여유로부터 나오는, 소포모어 아닌 소포모어작을 냈다. ‘우리도 뜨고 싶어!’ ‘좋은 음악을 하겠어!’보다 이것저것 다 해도 된다는 편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시도들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진지한 메시지를 담았음에도 기승전결 뚜렷한 팝 구조에 뉴웨이브의 잔향을 십분 활용하는 'Good Grief'는 올해 놓쳐선 아쉬울 트랙. 장엄함과 청량함을 오가는 댄 스미스(Dan Smith)의 보컬과 함께 바스틸은 새 시대의 밴드가 나갈 수 있는 모범 답안을 향한다.
빌보드 넘버 원을 차지할 때만 해도 원 히트 원더의 후광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Closer'의 12주 연속 1위 행진을 막아선 래 스레머드 형제는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과 함께 감히 비틀즈를 가져와 현세대 최정점에 자신들이 있음을 선언한다. 갓 성인의 영역으로 접어든 1990년대 중후반 세대들이 문화를 리드할 때라는 것을 선언하기라도 하듯, 몽환적인 트랩 비트 위의 랩-송과 끝날 줄 모르는 파티의 뮤직비디오는 이 정도의 파격조차 이제는 일상적인 것임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이 블랙 비틀즈들이 존 레논, 폴 매카트니처럼 역사 속에 장대한 이름을 남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의 파급력 아니 그 이상을 넘보는 건 현실이고 어쩌면 그 조차도 작아 보일 정도일 수도 있다. 새로운 베이비붐 세대의 역습. 거칠 것이 없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칸예 웨스트도 이 웅장함에는 만족 또 만족했을 것이다.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와 함께 빚어낸 장엄한 대서사시의 시작은 (내용 자체는 거리가 멀지만) 혼란 그 자체의 < The Life Of Pablo >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핵심 이유였다. 폭발적인 찬스와 칸예의 퍼포먼스가 오르간 연주 위로 수놓아지는 광경은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롭다. 'Yeezus'의 앤섬 리스트 신곡 업데이트.
가녀린 목소리의 유혹. 1990년대 네오-제시카 조슈아, 나오(Nao)는 2016년이 기억할 만한 신인이었다. 일렉트로닉 비트 위의 보컬은 힘 있으면서도 개성 있는 음색으로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아우라를 발산한다. 작년 발매된 곡이지만 그중에서 'Bad Blood'를 추천한다. 재즈 기반의 그루브를 바탕으로 비트를 하나하나 타고 올라가다 정점에 달하는 보컬 운용에 놀라고, 과하지 않으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DJ 그레이즈(GRADES)의 비트도 인상적이다.
어둡다는 말의 한 단계 아래를 지향하는 새비지스. 조이 디비전의 황폐함과 수지 앤 더 밴시스의 고딕을 뒤섞어 맹렬히 질주하는 로-파이 펑크 록은 아우라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Adore'는 이 팀의 재능을 더욱 무섭게 만드는데, 'Evil'과 같이 질주하거나 'The Answer'처럼 혼란과 불규칙스럽지 않고도 진중하게, 루즈하게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증명한다. 데뷔작 < Silence Yourself >보다 능숙해진 완급 조절과 아우라 구성에 자신감이 붙었음을 엿볼 수 있는 곡. 새비지스는 2016년에도 이런 흑백-고어 필름이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2016년을 빛낸 얼굴로 피프스 하모니가 빠지면 허전하다. 대세 중 대세로 오랜만에 보는 걸 그룹 히트를 일궈가는 이들은 범접 불가능한 비주얼과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든다. 타이 달러 사인과 함께한 'Work From Home'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한국계 브랜든 리(Brandon Lee) 등이 만들어낸 트랩-일렉트로 팝은 간단한 구조와 타이 달러 사인의 적절한 랩 브릿지로 칠(Chill)한 감성을 강화하며 멤버들의 섹시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더 큰 성공을 향해 가려는 야심의 곡. 그러나 막내 귀요미 카밀라 카베요가 팀을 나가면서 큰일 났다.
호주 출신 귀요미 트로이 시번은 상큼하고도 몽환적인 < Blue Neighborhood >로 전 세계 누나들의 마음을 훔쳤다. 최신 트렌드 신스 팝을 어색하지 않게, 무게를 덜어낸 여유로운 R&B로 엮는 재주가 수준급. 'Youth'는 매력 발산 타임의 하이라이트다. '내 젊음은 모두 네 거야'라는 달콤한 소년의 목소리, 환상의 세계로 입장하는 드롭, 끊김 없이 은근한 바이브. 이 소년은 사랑받는 법을 타고났다.
브랜든 유리의 솔로 프로젝트가 된 패닉 앳 더 디스코가 근사한 곡을 내놓았다. < Death Of A Bacholer >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LA Devotee'는 미 대중 음악사에서 끊임없이 소비되어온 LA라는 도시를 활용하는데, 휘황찬란한 도시 불빛의 '추종자'들의 허무와 어두운 면모를 드러내며 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브랜든 유리 그 자신이 가진 LA의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메시지를 빼고서라도 경쾌한 팝-펑크 구조와 긴장을 주입하는 트럼펫 세션, 뉴웨이브의 잔향인 신시사이저 자체로도 즐길거리가 충분.
※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