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헌 Dec 31. 2016

2016 올해의 국내 싱글 & 앨범 결산

올해도 좋은 앨범 좋은 곡은 많이 나왔다. 

싱글 11


f(x) - All Mine

스테이션(STATION)과 스크림 레코즈(ScreaM Records) 론칭의 가장 큰 쾌거. 꾸준한 싱글 공급의 안정과 일렉트로닉 시장으로의 모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SM 엔터테인먼트는 청량감 가득한 여름 트랙 'All Mine'으로 그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개성 넘치면서도 치밀한 사운드 디렉터 런던 노이즈(LDN Noise)의 정직한 빅 룸 하우스 트랙은 훌륭한 시즌 송으로의 기능과 더불어 4인조 에프엑스에게 일렉트로닉 요정의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K-EDM이 아닌 EDM. 



더 모노톤즈 - 여름의 끝

< Into The Night >으로 1960년대 전설의 영전에 성실한 오마주를 바친 모노톤즈는 역시 기록될 만한 멋진 싱글을 뽑아냈다. 장대한 '여름의 끝'은 비치 보이스의 하모니로부터 출발해 비틀즈의 리듬을, 날 선 개러지 펑크를 담은 곳에 하프시코드와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편곡은 하나의 앨범과 같은 착각을 준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서서히 저물어갈 때쯤 도착한 시간 여행자들. 



원더걸스 - Why So Lonely

< Reboot >가 선언이었다면 'Why So Lonely'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답이었다. 스카 리듬 바탕의 밴드 사운드에는 빈 틈이 없고 몽환적인 아우라 속 선명한 보컬, 메시지까지 더해진 곡은 1980년대 뮤즈로 남기를 거부한 밴드의 진화한 산물이다. 전보다 뚜렷해진 멜로디 전개와 흡인력 있는 훅은 'I feel good' 이상의 성취를 안겼고 원더걸스는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넘어가는 길을 순조로이 밟았다.



이승환 - 10억 광년의 신호

올 해의 꺼지지 않을 울림.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부터 출발해 부피를 더해가는 전개는 거대한 비유의 제목에 정확히 부합한다. 떨림 속에 힘을 갖춘 이승환의 보컬은 노련하게 이 비극의 서사시를 조율하며 아름다운 한 편의 우주 유영을 완성한다. 그 탐험의 끝엔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될, 차가운 곳에 잠들어 있는 영혼들이 있다. 잊어버려선 안 돼. 잃어버려선 안 돼. 들불처럼 퍼져갔던 5천만에게 전달된 신호. 



헤이즈 - Shut Up & Groove

헤이즈는 랩 경연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편견을 깼다. 스웩과 실력 증명에 허송세월 보내는 수많은 이들과 달리 제일 잘할 수 있는 세련된 아우라에 집중했고, 그 결과로 이 곡으로부터 출발한 3 연타 히트 싱글을 보유하며 2016년을 장식했다. 단연 돋보였던 신예 딘(DEAN)의 비트 위로 밀착형 가사와 컬래버레이션이 부담 없이 깔끔한 멜로디 라인으로 진행된다. 아직 미완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히트메이커의 등장. 



장기하와 얼굴들 - ㅋ

원숙해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토킹 헤즈의 워너비들은 드디어 제 색을 내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 기발한 'ㅋ'은 여백의 미와 수준급 완성도로 마무리된 <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를 대표하는 곡으로, 1970년대 영국 투 톤 사운드를 연상케 하는 레게 리듬에 sns 세대 일상의 사랑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스토리텔링은 간소화되어 후렴까지의 쾌감을 빠르게 연결하고, 오마주로 가득한 과거의 모습들은 옅은 빛으로 남을 뿐 밴드의 타고난 재치를 가릴 정도는 아니다. 단 한 글자로 진짜 시작에 이어 정상급 위치에 다시 올랐다. 



볼빨간 사춘기 - 우주를 줄게

있었던 조합, 있었던 전략, 있었던 주제를 가지고 볼빨간 사춘기는 전에 없던 새로운 위치를 얻었다. 늘 뉴페이스에게 익숙함을 요구하는 SNS 시대에 좋은 멜로디와 공감대 어린 가사의 조합은 언뜻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성공한다. 성실한 노력과 타고난 음색, 꾸미지 않은 풋풋함이 달달하고 유쾌한 인디의 새 앤섬(Anthem)을 만들었다. 



제리케이 - 콜센터 (Feat. 우효)

다시금 가장 소외된 곳으로. 잊히기 쉽고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과 말하지 못해 숨겨진 저항으로 디스코그래피를 채우는 제리케이를 대표할 수 있는 곡이 탄생했다. 사실 '해커스와 시크릿', '대출 러브' 뿐 아니라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되고도 남았지만, 덤덤하게 화자의 감정선을 파헤쳐 수려한 감각으로 내뱉는 메시지는 깊은 각인과 뼈아픈 공감을 남긴다. 이제 070으로 시작하는, 김미영 팀장님의 전화를 함부로 끊어버릴 수 없게 됐다.



넬 - Dream Catcher

한국의 콜드플레이가 되려는 걸까. 다채로운 색감의 < C >가 과거의 우울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였다면, 경쾌한 무게감의 'Dream Catcher'는 말 그대로 새로운 커리어를 대표하려는 의욕으로 가득 찬 싱글이다. 신디사이저로 아우라를 빚고, 드럼 비트로 고조된 긴장은 후렴부의 거대한 합창으로 터져 나오며 꿈꾸는 이들에 바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깊어 가는 밴드 이름의 무게감만큼이나 녹슬지 않는 감각.



솔루션스 - Ticket To Moon

4인조가 된 솔루션스는 여전히 빼어난 멜로디 메이킹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번득인다. 직선적인 비트의 록 트랙에 신비의 신디사이저와 몽환적인 하모니를 더해 그려낸 달나라로 떠나는 판타지 세계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상상을 제공한다. 올 해의 여름을 은은하게 빛낸 써머 록 튠. 이 덕에 러블리즈 케이와 콜라보했다고 믿고 싶다. 부러워.




앨범 11


이랑 < 신의 놀이 > 

이 다재다능함이란. 오프닝 트랙 '신의 놀이'로부터 쏟아지는 묘한 메시지는 일상을 파고들고 단출한 음악 세계에 깊이를 더하며 공감을 더한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왜 우리는 태어나고 죽어야 하는지에 대해, 왜 나는 이런 가정에서,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지, 이런 공간과 이런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너무도 억울한 밤을 보낸 적이 있다면 이 열 개의 노래들이 선명히 들릴 것이다. 음악가의 길에 얽매이지 않는 이랑이지만 음반은 기억할만한 필요가 있다. 



저스디스 < 2 MANY HOMES 4 1 KID >

서사 구조 튼튼한 앨범을 좀체 찾아보기 힘든 한국 힙합 씬에 저스디스는 거의 광적인 집착을 보여줬다. 치밀한 구성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불안한 의식의 흐름이 독보적인 감각의 랩 위에서 미친 듯 뛰논다. 짙은 중독의 훅을 갖춘 데다 염세적 소재로 존재감을 펼쳐내는 'Doppelganger'와 '씹쌔끼', 'Motherfucker'등 자극적인 제목의 곡들은 높은 흡인력을 갖추고 있다. 저스디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앨범은 자꾸 돌려 들어야만 했다.



조동진 < 나무가 되어 >

혁신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 그대로 있어주어 빛나는 작품이다. 20년 만에 돌아온 거장은 익숙한 바로 그 지점에서 기타와 함께 시를 읊는다. 조동익의 앰비언트 사운드는 그 자체로도 묵직한 앨범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더해 거장의 위치를 더욱 높이 올려놓는다. 조용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비범한 뮤지션의 새로운 이야기다.



잠비나이 < A Hermitage (은서;隱棲) >

잠비나이의 가장 큰 업적은 얽매이는 대신 미지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데 있다. < 차연 >으로부터 더욱 돌출해나가는 < 은서 >의 파괴와 혼돈, 그 속 찰나의 공백과 끝없는 심연으로의 개척을 시도해나간다. 공허한 주문으로부터 출발하여 이그니토의 염세적 랩과 마지막 '그들은 말이 없다'까지 이어지는 해체와 실험의 영역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 모든 것들로 밴드를 격상시킨다. 



서사무엘 < EGO Expand (100%) >

정체성의 성장을 하나의 세계로 기획한 시도가 우선 신선하다. 빅딜 레코즈에서 데뷔한 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서동현은 서사무엘이 되어 현재 한국 블랙 뮤직의 가장 뜨거운 재능으로 거듭났다. 흉내 낼 수 없는 리듬감과 독창적인 딕션, 소울 펑크(Funk) R&B 디스코를 넘나드는 장르 혼용이 깔끔한 프로덕션의 힘을 입어 가장 치명적이고 중독적이며 세련된 앨범으로 발현한다. 'Ego death'로 시작한 작품이 'Ego Expand (100%)'로기어이 채워지고야 마는 순간은 경이로울 정도. 



전범선과 양반들 < 혁명가 >

마치 그들은 2016년 10월을 예언한 것 같았다. 개러지 펑크 록 밴드로 탈바꿈한 양반들은 날 선 기타 리프와 선동적 가사로 모두의 가슴속을 불태워버릴 역동을 전통 속에 담았다. 블루스 하드 록리프에 버무려낸 전통의 요소들이 직선적 선율을 타고 흐른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온도 차가 약간의 공백을 만들어내지만 앞의 임팩트로도 올 해를 기억하기엔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시기가 너무 절묘했다.


박효신 < I Am A Dreamer >

드디어 온전한 자신의 목소리로. 무게를 벗어던진 창법처럼 음악도 군더더기를 털어냈고, 깔끔한 멜로디 전개는 그의 진심을 하나하나 실어 나른다. < I Am A Dreamer >는 희망과 기쁨, 즐거움과 공감의 정서를 한데 아우르며 파트너 정재일의 힘을 얻은 유려한 사운드가 뒤를 받친다. 그 자체로 듣기 좋은 앨범이자,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개한 아티스트의 재능을 목격하는 순간. 


빈지노 < 12 > 

선명한 스케이프 위에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정체성. 빈지노가 가진 창작에 대한 자부심과 독창적인 표현 방식은 힙합 열풍이라 하는 2016년에도 단연 독보적이었다. 12시간 타임 테이블을 채우는 피제이의 비트와 수려한 완급 조절의 트랙 배치도 인상적이지만, 역시 핵심은 원 앤 온리로 남고파 하는 자유로운 아티스트의 목소리다. 이토록 심각하지 않으면서 멋있기는 정말 어려운 일.  


잔나비 < Monkey Hotel >

특별하지 않아 더욱 빛나는 밴드. 팝 록이라는 보편적 틀을 가져와 내실 있는 구성으로 웬만한 새로운 시도들을 뛰어넘었다. 가식 없는 순수한 메시지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소리 구성이 중립을 이루며 손쉬운 접근과 매력을 모두 잡는다. 빈티지 레트로 트랙의 아름다운 흐름이 음악을 듣는 그 자체의 재미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매번 공부하고 피 같이 노력해서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올해의 트랙!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 < bbdTRIO >

재료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요리는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의 앨범은 균형을 잡았다. 영미권 인디 록의 요소에 노이즈를 더하고 적재적소의 기타 연주로 공간감을 더한 'A Line In the Sky'만 해도 당장 올 해의 곡으로 꼽고 싶어 지는데 노이즈 투성이의 'Golden boy'와 블루지한 진행의 'The Time Is Your Time' 등 놓치기 어려운 트랙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인디 록 / 인디 팝의 마니아이자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본다면, 서정적인 노이즈의 인디 팝을 찾는다면 빼놓을 수 없다. 


화지 < ZISSOU >

화지의 페르소나는 한 단어로 단정 짓기 어렵다. 사이키델릭한 21세기 히피를 지향하는 그는 < ZISSOU >라는 이름의 비행기를 타고 '21세기 헬조선'을 관조하며 그 하나하나씩을 단어와 문장으로 겹겹이 층 지어 견고하게 작품을 지어 올린다. 나른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프로듀서 영 소울의 총괄 하에 깊은 고민을 담은 '21세기 히피'로의 허무주의 철학 집대성. 완성판. 



매거진의 이전글 David Bowie "Hero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