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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21. 2016

Beyoncé < Lemonade >

업적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비욘세는 2016년을 지배했다. 



지상 최대의 콘서트 수퍼볼 하프타임 쇼에서의 압도적 대형('Formation')은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이윽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며 그 판단은 더욱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미국 흑인들의 트라우마 뉴올리언스로부터 전통, 상징, 플래시몹을 가져온 영상의 주제는 의심할 바 없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는 투쟁한다. 불평등에 저항하리라.  


한을 품은 비욘세와 그의 내로라하는 조력자들은 온 세상을 거칠게 선동했다. 비욘세가 전부는 아니지만 올해 사회적 의식을 담지 않은 블랙 앨범이 희귀했고, 목소리를 내지 않은 거물급 블랙 아티스트가 없었다. 거리에서 총을 맞고 억울히 누명을 써도 치유와 공감, 의식을 중시하던 문화 노선은 투쟁으로 급선회했다. 전투, 저항의 신호탄이었다.  I Slay, I Slay, I Slay...


거대 팝 제국의 여왕임을 증명하는 초호화 프로덕션은 시대의 최첨단을 선사한다. 마이크 윌 메이드 잇이 선사한 주술적 트랩 투쟁의 'Formation', 레드 제플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잭 화이트의 'Don't hurt yourself', 최고의 히트메이커 중 하나인 디플로와 파더 존 미스티에 뱀파이어 위켄드 리더 에즈라 코에닉(Ezra Koenig)의 아이디어까지 더해진 'Hold up', 컨트리의 'Daddy lessons'까지. 비록 이 모두가 팝 마켓 최정상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거부할 수가 없다. 단단히 악을 품고 만들어 그 완성도에 흠을 내기 쉽지 않다. 백화점식 구성이라도 < Lemonade >는 갖다 붙인 게 아니라 마치 시대를 대표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 상처받은 비욘세는 악을 품고 내면을 탐구하여 수많은 이들의 정체성을 한데 엮어 감정을 독려하고 부정함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30여 년 전 마돈나가 < Like A Virgin >과 < Like A Prayer >로 했던 일이기도 했다. 이제 블랙 아티스트들도 그들의 마돈나를 갖게 되었다.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불합리한 차별의 시선을 불태우며, 성적 유혹과 어필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대변인을 얻었다. 비욘세라는 이름은 또 다른 마돈나가 되었다. 트럼프 당선이 더해지며 < Lemondae >의 가치는 더욱 높아져버렸다. 


기나긴 투쟁의 서막.



Beyonce - Formation
Beyonce - Hol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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