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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May 19. 2018

놀라운 성장과 확장의 방탄소년단

[앨범 리뷰] 글로벌 아이돌 스타의 위상을 창작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다.


정점의 순간에서 정적. 일찌감치 예고했던 이별의 콘셉트를 침울과 자기 파괴로 그려낸 신보는 다소 톤 다운된 테마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낸다. 독특한 박자감의 네오 소울에 짙은 뷔의 음색이 더해지는 인트로 ‘Singularity’부터 독특한 기타 리프와 플룻 샘플의 힙합 트랙 ‘134340’ 같은 팝의 복고적인 흐름, 2000년대 밀레니엄 팝 스타일의 ‘Love Maze’와 ‘Airplane pt. 2’의 라틴 리듬 같은 최신 트렌드까지 한데 조화롭게 공존 지대를 구축했다.  


글로벌 아이돌 스타의 위상을 창작의 도구로 적극 활용한 다변화다. 체인스모커스의 ‘Closer’를 프로듀싱한 DJ 스위블(DJ Swivel)의 ‘Magic shop’은 전작의 ‘Best of me’에 이어 준수한 일렉트로 팝으로 기능하며, 두아 리파와 자라 라슨이 떠오르는 시크한 영국 싱어송라이터들의 스타일 ‘낙원’은 실제로 그들의 프로듀서 엠넥(MNEK)의 작품이다. 진보(Jinbo)와 함께한 ‘Anpanman’은 미고스의 ‘Stir fry’가 떠오르는 샘플과 패티 왑(Fetty wap)의 싱잉 랩 훅을 혼합했다. 타이틀은 물론 개별 수록곡들도 좋은 해외 차트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수출에 힘쓰느라 내수를 소홀히 하는 우도 범하지 않는다. ‘I need you’와 ‘피 땀 눈물’이 언뜻 스쳐가는 ‘Fake love’는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 피울 수 없는 꽃을 피웠어’라는 여린 가사와 머리를 감싸 쥐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기존 팬덤의 향수를 자극하고, 거친 기타 리프와 신경질적인 신디사이저 샘플, 몽환적인 사운드는 우울과 불안을 무기로 미국 틴에이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모(Emo) 힙합의 변용이다.  



‘고민보다 Go’, ‘Mic drop’에서의 재치 있는 표현은 줄었지만 보다 진지한 고찰을 담아낸 메시지의 힘 역시 잃지 않았다. 인디 밴드 줄리아 하트의 이야기꾼 정바비의 참여가 물씬 풍기는 스토리텔링 ‘134340’부터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 ‘낙원’과 ‘So what’, 당당한 도전 정신의 ‘Airplane pt.2’와 ‘Anpanman’은 그들을 상징하는 ‘청춘의 대변자’ 타이틀을 다시금 증명한다. 인트로와 아웃트로의 수미상관 구조를 통해 앨범 전체의 테마를 갈무리한 것도 인상적이다. 


여타 수식어가 필요 없는 훌륭한 앨범이다. 기적과도 같았던 주목과 차트 성적에 주눅 들거나 자만하지 않고 장점만을 적극 흡수했으며, 성과를 위해 초심을 버리지도 않았다. 다양한 시도 속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로 균형을 잡는 일곱 멤버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놀라운 성장과 확장, 온 세계의 열렬한 구애는 결코 ‘Fake love’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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