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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May 30. 2018

한국이 방탄을 소비하는 법

미디어의 혜택은 되려 너네가 받았지


현재 대한민국의 방탄소년단 2차 가공은 열광을 넘어서 상찬, 상찬을 넘어 성역의 위치에 오른듯한 인상을 준다. 분명 대단한 성과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태도는 심각하게 균형이 결여되어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개인의 의견이나 지나친 긍정적 시각으로 왜곡되어 전파되며,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바로잡거나 생각해야 할 점을 시사하는 이가 없다. 평론가, 전문가의 직함을 달고 있는 이들 역시 ‘차트 1위’의 의미만 상찬 할 뿐, 그 누구도 이번 앨범이나 노래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을 보여주지 않았다.

우선 현재 빌보드 차트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의 빌보드 차트는 단순 CD 구매를 넘어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음원 다운로드, 유튜브 비디오 조회수까지 집계에 반영한다. 때문에 현재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곡, 혹은 앨범은 단순 판매량만 따졌던 과거와 달리 수많은 변수와 다변화된 음악 취향, 소비 형태를 복합적으로 포용하는 형태를 보인다. 빌보드 200 차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싱글 차트에 생소한 마니아층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생태계 변화를 대변하는 것이다.

< Love Yourself ‘Tear’ > 빌보드 앨범 차트 1위가 시사하는 것은 실물 앨범 판매가 점점 줄어가는 미국 시장에서도 1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는 팬덤을 보유했다는 데 있다. 이것은 케이팝 팬덤의 특수한 문화가 SNS를 통한 국제적 팬덤 연대로 확산되었고, 그것이 주류에 이름을 올렸다는 의미가 있다. 싱글 차트 톱 텐 데뷔는 발매 첫 주 빌보드 뮤직 어워드 데뷔, 엘렌 쇼 출연 같은 대대적 프로모션이 기존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에 더해 높은 에어플레이(Airplay : 라디오 선곡) 지수로도 이어졌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이 정도만 짚어줘도 이미 대단한 성과인데 요즘 언론 보도는 의미를 더 부풀리려 한다. 게다가 잘못된 정보도 구분하지 못한다. '빌보드 핫 100이 지금 유행하는 노래에 대한 지표, 빌보드 200이 유행을 이끌 노래, 아티스트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서술하는 등 오류도 흔하다. 차트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성과를 분석할 수 있는데 빌보드 200 차트가 '가장 핵심적인 차트'라는 말을 하거나, '싱글보다 앨범 차트 1위가 더 어렵다'는 말을 하고 있다. 수치만 나열하고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디어의 보도 영역에 균형을 잡아야 할 전문가들도 휩쓸려가기만 한다. 이미 롤링 스톤(Rolling Stone), 피치포크(Pitchfork) 등 해외 유수 음악 평론지들은 앨범 발매 하루 혹은 이틀 후에 각각의 시선이 담긴 평을 내놓은 지 오래다. 올뮤직(Allmusic)처럼 화려한 장르 포용을 호평하는가 하면 더 가디언(The Guardian) 같이 ‘흥미롭지만 밋밋한 부분도 있다’는 중립적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정작 방탄소년단의 나라 한국에서는 평론가들의 진지한 앨범 비평이나 코멘트를 읽을 수 없다. 상업적 성과를 떠나 개별 곡과 앨범 전체의 완성도, 세계가 주목한 이후 방탄소년단의 스타일 변화 등 다양한 주제로 의미를 도출해 낼 수 있지만 빌보드 차트 성과에 대한 원론적인 코멘트뿐이다. '방탄의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Fake love가 다음주 차트 몇 위를 할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건 평론의 영역이 아니다. 그나마의 비평도 '다양한 장르, 안정적 모습, 청춘을 대변하는 메시지'의 영역에 갇혀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차트 분석이나 성공의 비결을 짚어주는 역할도 필요하지만, 진지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와대와 외교부,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과는 다른 성격이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국제적 성취에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행정부가 이와 같은 문화적 성취를 소홀하게 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미디어의 겉핥기식 찬양과 평론가들의 직무유기는 진심 어린 축하보단, 그들 개인과 기업의 영달을 위해 방탄소년단을 이용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앨범 예고 때부터 심상치 않았던 방탄소년단의 기세는 현재 상상 그 이상의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발매 첫 주 미국에서 앨범 판매 10만 장 포함 총 15만 건 실적으로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에 오른데 이어, 타이틀 싱글 ‘Fake love’는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 10위로 데뷔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단한 기록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런 기조를 지켜보다 보면 비판 없는 무조건적 수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염려가 된다. 어떤 성과와 권력이 있다 한들 건드려선 ‘성역’이란 존재해선 안될 법이다. 더구나 그것이 오류와 명성에의 욕심으로 점철된, 균형 없는 허술한 시각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당장 아티스트는 묵묵한데 그를 이용하는 이들만 많은 모습이다.

< Love Yourself ‘Tear’ >엔 ‘Fake love’만큼이나 인기를 얻고 있는 ‘Airplane pt.2’라는 곡이 있다. 흥겨운 라틴 팝 리듬 위에 월드 스타의 바쁜 일상과 자랑스러운 성취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이 노래의 뼈 있는 다음 가사를 새겨둘 필요가 있겠다.

‘미디어의 혜택은 되려 너네가 받았지 / 야 셀럽 놀이는 너네가 더 잘해 / 우린 여전히 그때와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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