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도약을 이끄는 '자체제작' 막내 그룹들
5월 2일 'La ta ta'로 가요계에 데뷔한 (여자) 아이들은 데뷔 20일 만에 SBS MTV 음악 프로그램 더 쇼(The Show)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7년과 2018년 사이 데뷔한 걸 그룹으로는 최초의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오른 이들은 24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음원 차트에서의 성적도 고무적으로, 'La ta ta'는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 최고 순위 11위까지 오르고 20~30위 권에 머무는 등 신인 걸그룹으로는 순조로운 출발세를 보이고 있다.
(여자) 아이들의 선전 이전엔 펜타곤의 도약도 있었다. 2016년 데뷔로부터 5장의 미니 앨범과 두 장의 디지털 싱글을 발매했음에도 아쉬운 성적을 거뒀던 그들은 4월 신보 < Positive >의 타이틀 '빛나리'로 전기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미미한 반응에 그치던 이 곡은 음악 방송 이후 점차 순위가 오르더니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위치했고, 연이은 컴백에도 100위권 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에겐 막내 남매 그룹들의 성과가 흐뭇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두 팀의 공통된 전략이다. '빛나리'와 'La ta ta'의 기본 외형은 케이팝 시장의 익숙한 지점을 재활용한 것에 가깝지만, 팀의 핵심 멤버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곡 내부는 에이스의 존재와 각 멤버의 포지션이 조화롭게 배분되어 독특한 개성을 확보한다. 전자에선 트리플 H 유닛 활동과 < 프로듀스 101 시즌 2 >의 'Never'를 작곡한 후이와 이던, 후자의 경우에는 < 프로듀스 101 >과 < 언프리티 랩스타 3 >로 얼굴을 알린 전소연이 그 주인공.
후이가 작곡하고 이던이 작사를 맡은 '빛나리'부터 살펴보자. 이 곡의 '첫사랑 뮤지컬' 풍 무대와 자체 작사/작곡 시스템의 형식은 지난해 세븐틴이 '아주 Nice'를 통해 대부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후이 & 이던 콤비와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어떤 모범 사례를 만들어낸다. '널 사랑하는 찌질이 / 그래 나는 겉절이'를 노래하는 이던의 직설적인 가사와 청량한 스쿨 룩, 자유로운 소품과 유기적이고 익살맞은 안무가 곁들여지며 10명의 멤버 각각은 3분 18초의 짧은 러닝 타임 속 확실한 존재감을 확보한다.
피아노 원 코드의 단출한 구성으로 곡을 구성하면서도 기시감 없는 멜로디를 짠 후이의 작곡 능력과 더불어 분홍 섀도우로 퇴폐를 강조한 (< 주간 아이돌 >에서 데프콘이 '아파 보인다'라고 말한) 메이크업의 이던이 '빛나리'의 시작과 끝이다. 장난감 기타나 멜로디언, 혹은 뮤직비디오처럼 장난스럽게 맨 땅을 손가락으로 짚는 이던의 하이톤 랩은 힘 있는 후이의 보컬이 더해지며 균형을 맞추고, 이 구조는 브릿지의 옌안-진호, 다음 후렴부 우석-진호 등으로 반복되며 완급 조절을 반복한다. 에이스 콤비의 존재가 개성 강한 열 명의 펜타곤을 멋지게 조율하는 셈.
'La ta ta'의 핵심 멤버는 전소연이다. 이미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인 바 있던 전소연은 신인 걸 그룹 아이들의 리더로 데뷔 작사 / 작곡에 참여하는 능력을 입증받았고, 그 결과도 '빛나리'처럼 익숙하면서도 다른 어떤 형태를 만들어낸다. 몽환적 리듬과 보컬 대신 자리를 채우는 후렴부 신스, 이국적 분위기는 익히 블랙핑크의 '불장난'에서 경험했던 것이지만 기시감은 약하다.
개별 멤버를 최대한 부각하는 확실한 파트 분배와 퍼포먼스 덕이다. 곡의 시작과 중반부 랩, 종반부를 독특한 카리스마의 목소리로 리드하는 전소연을 중심에 두고, 이 사이사이 후렴을 담당하는 미연과 브릿지의 우기 등이 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여기에 특별한 절정부 없이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정적인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는 구성이 곡에 힘을 실어준다. 낯선 감각은 줄이는 동시에 신인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도 성공한다.
원래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트렌드를 선도하기보단 확고한 개별 아티스트들의 개성으로 그 트렌드를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현아의 카리스마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던 포미닛, 개성 강한 멤버들로 뭉쳤던 비스트와 현재의 비투비가 그 역사였다. 내홍의 2016년엔 잠시 주춤했지만 전소연과 펜타곤의 존재를 알렸고, 이듬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관린과 유선호, 이주현과 같은 또 다른 미래 자원이 등장했다.
여기에 현재 펜타곤과 (여자) 아이들에 비추는 조명으로 이들의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익숙한 콘셉트를 젊은 재능으로 새로이 단장하는 그들의 전략이 포화 상태의 케이팝 시장에서 새롭진 않더라도 안정적인 어떤 길을 안내한다. 때론 그 경향이 너무 강해 레퍼런스의 악명을 쓰기도 했던 전례도 있었지만, 한동안 부진했던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다시 주목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