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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Sep 14. 2018

찬란히 피어나다. 트로이 시반

정규 2집 <Bloom>이 전하는, 담대하고도 용기 있는 메시지.

1995년생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의 두 번째 정규작 <Bloom>은 섬세하고도 곱게 피워낸 정체성으로 빛나는 앨범이다. 2015년 커밍아웃 선언 후 본인의 성적 지향을 숨기지 않던 그였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그는 젊은 ‘게이 팝 스타‘의 순수한 농밀함을 극대화하며 한 시대를 상징할 아이콘으로 준비를 마쳤다.


각종 음악 평론지들과 언론의 만장일치 호평까지 더해지며 <Bloom>은 명실상부 2018년을 대표할 강력한 후보작으로 손꼽힌다. 트로이 시반의 세계를 완성하는 작품 속 결정적 메시지를 통해 그의 아름다운 정체성이 어떤 과정으로 완성되고 또 만개하는지를 짚어본다.


Seventeen

'소년은 남자가 돼. 천천히 하라고 말할 수 없어.

그는 정말 원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하고 말 거야'


신비로운 신디사이저로 첫 망울을 틔우는 ‘Seventeen‘은 소년을 어른으로 만들어준 열일곱의 수줍은 밤을 노래한다. 능숙한 연상 남성의 리드에 긴장하면서도 잠들어있던 감각에 황홀함을 느끼는 트로이 시반의 목소리는 설렘과 오묘함, 달콤함으로 가득하다. 비하적, 사회적 편견으로 묘사되는 동성 간의 성관계를 오히려 아름답게 그려낸 ‘Seventeen’은 트로이가 성소수자 데이팅 앱 그라인더(Grindr)에서 만난 남성과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My My My!

‘사랑으로부터 도망치지 마.

오 세상에, 너의 모든 움직임을 위해 살아'


앨범의 선공개 싱글 ‘My my my!’는 <Bloom>에서 가장 섹시한 묘사를 담고 있다. 감탄사 ‘세상에(Oh my)’를 세 번이나 연속해서 붙인 데서 짐작할 수 있듯, 곡은 ‘사랑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커플의 억압 없는 환희를 노래한다. ‘이 사이에 혀를 집어넣으며 ‘ 달콤한 키스를 나누고, ‘우리가 떨어져 있는 마지막 밤’을 끝으로 사랑 앞에 당당해지기를 소원한다.


Bloom

‘널 위해 아껴둔 거야.

난 너만을 위해 피어나‘


제목 그대로 절정의 만개를 노래하는 곡. 트로이 시반은 ‘Bloom’ 뮤직비디오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꽃다발 사이 드랙퀸으로 분장하며 앨범의 확실한 주제 의식을 예고한 바 있다. ‘나의 정원으로 놀러와 / 우리만의 롤러코스터를 타자’는 달콤한 욕망은 앞서 ‘My my my!’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눅 들지 않는 섹슈얼리티를 한껏 피워낸다. 억압과 편견에 숨겨져야 했던 성소수자들의 사랑은 ‘프라이드 운동‘을 통해 찬란한 무지갯빛 깃발로 빛나고, 트로이는 이와 같은 사회적 연대의 선두에서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다. 그럼에도 그는 겸손하다.


‘게이 아이콘으로 불리길 원치 않는다. 난 숱한 (LGBTQ 커뮤니티의) 잃어버린 목소리들 중 하나일 뿐이고, 나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 <빌보드> 인터뷰 중 -


Dance To This (Feat. Ariana Grande)

‘젊은 야망.

천천히를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지.’


지난 8월 네 번째 정규 앨범 <Sweetner>를 발표한 아리아나 그란데는 트로이와 함께 젊음과 성숙을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최적의 아티스트다. 미국 어린이 채널 아이돌부터 재능 있는 팝 스타 탄탄대로를 걷던 아리아나는 작년 맨체스터 콘서트 테러 후 보다 성숙한, 행동하는 뮤지션의 행보를 밟고 있다. 자아를 확립해나가는 두 신인의 콜라보레이션이 담대하고도 자유롭다.


Animal

‘나만이 널 가질 수 있길.

다른 누구도 할 수 없게 해

난 너와 함께 있는 한 마리 동물이야‘


<Bloom>은 거침없는 자아를 표상함과 동시에 개인의 내밀한 감정과 고백을 섬세히 묘사한다. ‘Animal’은 헤어진 연인 코너 프란타(Connor Franta)를 그리워하는 어쿠스틱 팝 ‘The good side’와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트랙으로, 트로이는 이 곡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본인과 그의 연인, 모델 제이콥 빅센만(Jacob Bixenman)뿐이라 밝힌 바 있다. 서로를 갈망하는 달콤한 서정시가 둘의 관계를 넌지시 암시한다. 이처럼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기에 <Bloom>은 더욱 너른 공감의 폭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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