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이 즐겁지 않다.
한 달 전부터 아침마다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오전 7시 15분, 혹은 7시 20분.
잠결에 문득, 새벽 강둑을 달리다 문득,
잠을 깨우는 메이저리그 라디오 중계 속 문득.
알람 소리와는 다른 아침의 긴소리를 받을 때도 있었고,
못 받을 때도 있었다.
몇 달째 병원에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께선
자꾸만 빠른 연결 2번과 5번을 잘못 누르셨다.
병간호하는 할머니의 익숙한 목소리 대신
잠 덜 깬 굵은 소리가 당황하시던 그는
이내 밥은 먹었는지, 건강 잘 챙기는지,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지로 머쓱한 대화를 마치곤 했다.
이 기묘한 아침의 부름에 할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못해 그렇다고 염려하셨다.
그렇다기엔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또렷했다.
내가 미국을 혼자 갔다 온 것도,
새 학기가 시작된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어머니도 할머니도 모두 내 설명을 듣고 마음을 놓았다.
뭐든 괜찮아졌다는 희미한 신호였으니.
그렇게 모두가 안도할 때 즈음부터
그도 더 번호를 잘못 누르지 않게 되었다.
가끔 그가 더 많이 2번 대신 5번을 눌러주기를 상상했다.
잘못 건 전화는 뭔가가 잘 되어간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믿으며 조금이나마 잘 되겠지.
근거 없는 믿음을 가져 봤었다.
또다시 10월 말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싶진 않았다.
그 이후로 잘못 건 전화는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제 내겐 전화를 잘못 걸어줄 할아버지가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이 문득,
집요하게 오래도록 나를 괴롭힐 것이다.
마치 잘못 걸려온 그 수십 통의 전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