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헌 Dec 17. 2018

바쁘게 달려 나갈 모두를 위해 추천.

2018년을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위로의 노래들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제목들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나가는 우리가 어떤 방식의 ‘힐링’을 바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내려놓기, 속도 줄이기, 위로받기. 그러나 누군가에게 힐링은 마냥 쉬어가는 지점이 아니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 대부분의 치유는 무언가를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자극의 영역에 있었다.

2018년 한 해도 바쁘게 달려온 모든 이들을 위해, 그리고 2019년도 올해 못지않게 바쁘게 달려 나갈 모두를 위해 개인적인 힐링 노래 다섯 곡을 선정해봤다.


Journey ‘Don’t stop believin’’


전주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수백, 수천번은 넘게 들었을 텐데, 아직도 이 곡의 피아노 선율만 들으면 주먹을 불끈 쥐고 어디론가 달려 나가고픈 열정이 밀려온다. 1980년대 초를 대표하는 미국 밴드 저니 (Journey)의 대표곡 ‘Don’t stop believin’’은 ‘가진 건 미소뿐인’ 청춘들에게 ‘절대로 믿음을 멈추지 말길’ 힘 있는 목소리로 응원한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에 기타 리프가 더해지고, 맑게 뻗어나가는 목소리와 함께 클라이맥스로 도달하는 과정은 한 편의 감동 뮤지컬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에겐 미국의 뮤지컬 드라마 글리(Glee)를 대표하는 곡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Don’t stop believin’’은 대중뿐 아니라 밴드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 곡이다. 2007년 밴드는 원년 보컬 스티브 페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새 멤버로 뽑힌 이는 불우한 뒷골목 가수의 삶을 살던 필리핀 출신의 아넬 피네다(Arnel Pineda)였다. 주위에서 저니 노래를 잘 소화한다는 칭찬을 받던 그는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저니 멤버들이 확인하게 되면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동화 속 이야기 같은 아넬 피네다의 삶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감독 존 추의 손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The Killers ‘Mr. Brightside’


언뜻 ‘힐링’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다른 남자아이와 있는 것을 목격하고, 그 질투심에 뒤척이며 화를 내면서도 ‘난 긍정적인 사람이니까’라 애써 위안하는 노래라니.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신 밴드 킬러스의 2004년 히트곡 ‘Mr. Brightside’는 요즘 표현대로라면 일종의 ‘정신승리’ 트랙이다. 그럼에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활기찬 기타 선율과 보컬 브랜든 플라워스의 보컬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신나는 록 트랙이다.

킬러스의 인기 비결은 그들이 누구나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을, 사춘기 시절의 치기 어린 추억을 들춰내는 밴드인 데서 온다. 달콤 쌉쌀했던 첫사랑의 기억, 답답한 학창 시절 남몰래해봤을 공상,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에의 고민을 희뿌연 안갯속 명징한 멜로디로 엮어내는 이들의 음악은 보편의 경험을 자극한다. 진심보다 공식이 우선, 재고 따질 것 많은 어른 아이들의 세상에서 ‘Mr. Brightside’의 철없는 메시지는 더욱 아름답다.


서태지와 아이들 ‘컴백홈’


1996년 가출 청소년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유 머스트 컴백홈’에 위안을 얻고 집으로 돌아갔다. 2018년의 청소년을 감싸주는 뮤지션은? 선뜻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실 이데아’로 신랄하게 비판받은 한국 교육 제도가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우리 청소년들은 입시 지옥과 강압적 교육 시스템 하에 꿈을 잃어버린 채로 방황하고 있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메시지가 어느 순간부터 ‘과연 괜찮은 미래가 있긴 할까?’라는 회의론으로 바뀐지는 꽤 오래됐다.

2017년 7월 서태지 데뷔 25주년을 기념해 리메이크된 ‘컴백홈’의 주인공은 방탄소년단이었다. ‘꿈이 없어도 괜찮아’(‘낙원’), ‘조금만 기다리면 며칠 밤만 더 새우면 만나러 갈게’(‘봄날’)라 노래해왔던 그들은 한국 사회의 기형적 구조 속 방황하는, 우리 모두의 학창 시절을 위로하며 폭발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비록 그 표현과 장르 스타일은 달랐지만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는 20여 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같았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빈지노 ‘Break’


힐링은 때때로 ‘깨부시는 것’에서부터도 온다. 억압의 사회, 눈치 볼 것 많은 사회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빈지노의 ‘Break’은 일종의 과감한 ‘자유 선언’처럼 느껴진다. 편견은 ‘깨부수고 싶고’, 꿈은 ‘깨버리기 싫다’는 메시지가 거친 록 드럼 비트 위 정제되지 않은 랩으로 쏜살같이 박힌다. 제목 그대로 뭐든 다 부숴버리다 못해 벽에다 하염없이 머리를 찧어대는 뮤직비디오 역시 독특하다.

2018년 한국은 여느 때보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검열적이었던 모순의 사회였다. 상호 존중과 역지사지의 태도는 간데없고 편을 갈라 상대에게 비하 표현과 혐오 딱지를 붙이는 것이 일상이 됐다. 다수를 따르는 만큼 소수 입장에도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도 우리는 시종일관 소수를 깔아뭉개고 압박했다. 그런 사회에서 가끔 외계인처럼 느껴진다면, 그리고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자유롭고 싶은 빈지노의 메시지는 여느 곡보다도 절실한 ‘힐링송’이 될 것이다.


 Crowded House ‘Don’t dream it’s over’


2017년 5월 2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비극이 터졌다. 인기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22명이 목숨을 잃은 이른바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 사건이다. 특히 이 사건의 희생자들은 아리아나 그란데를 보기 위해 공연장에 온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용감한 결정을 내린다. 6월 4일 맨체스터로 돌아가 대규모 자선 콘서트 ‘원 러브 맨체스터’를 개최한 것이다.

콜드플레이,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 저스틴 비버, 케이티 페리 등 초호화 게스트들이 총출동했고, 이 날 모금액은 2백만 파운드를 넘겼다. 이날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마일리 사이러스가 함께 부른 호주 밴드 크라우디드 하우스의 ‘Don’t dream it’s over’였다. 눈물을 참아가며 노래하는 아리아나와 그를 다독이는 마일리 사이러스, 그리고 올드 트래포드 크리켓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 다 함께 ‘그들은 우릴 이길 수 없어요 /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라 노래하는 광경은 그 자체로 거대한 ‘힐링’이었다. 순수한 감동이 필요할 때 이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OK Computer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대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