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다큐멘터리, 거대한 색깔과 무한한 상상력
<콜드플레이 : 헤드 풀 오브 드림스>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2016년-2017년 진행된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 투어>의 황홀한 무대 영상 아래 밴드와 네 멤버의 역사가 담백히 흐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만 메가박스의 몇몇 상영관에서 한정 상영됐고 치열한 예매 전쟁이 일어났다.
휘황찬란한 무대와 웅장한 상상의 경이로움은 소박한 친구들의 믿음과 우정, 지속적인 자기 혁신으로부터 잉태된다. 아름다운 라이브 영상이 일종의 집단적 공감을 만든다면, 밴드 작업기와 소박한 상상력은 관객 개인에게 하여금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콜드플레이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2000년 데뷔작 <Parachutes>의 소박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출발한 이들에게 대중은 제 2의 브릿팝 물결을 기대했지만, 그들은 앨범마다 더 큰 사운드, 더 큰 메시지를 담으며 그들이 시대를 대표할 밴드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왔다.
9/11 테러의 공포를 치유한 <A Rush of Blood To The Head>로 미국 차트를 뚫었고, 실험가 브라이언 이노와 함께한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는 웅장한 세계구급 밴드의 칭호를 가져왔다. 서정적인 무채색은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의 <Mylo Xyloto>를 통해 더욱 넓은 대중을 향해 나아갔다.
<헤드 풀 오브 드림스>는 콜드플레이 세계관의 집대성과 같은 작품으로 묘사된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이 앨범은 무대 구성과 투어 일정은 물론 테마와 수록곡 선정 등 모든 작업 과정을 멤버 본인들의 의지로 완성한 최초의 작품이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색색의 폭죽, 원격 조종되는 LED 팔찌, 거대한 무대 등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밴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사람들은 우리를 월드 스타로, 모든 것이 기획되어 나온 상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우린 모든 일을 우리가 한답니다.’
- 크리스 마틴-
다큐멘터리가 강조하는 부분은 이와 같은 장엄한 밴드를 완성한 핵심 덕목이 겸손과 믿음이라는 점이다. 1998년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인연을 맺은 크리스 마틴, 조니 버클랜드, 가이 베리먼, 윌 챔피언은 숱한 밴드들이 해체되고 멤버를 교체하는 와중에도 20년간의 우정을 지켜왔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독재’라 명명한 콜드플레이의 시스템은 활발한 토론과 의견 개진과 더불어, 기숙 학교에서 처음 음악을 만들고 첫 공연과 앨범을 위해 조그만 클럽에서 고생하던 과거의 순간을 각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밴드는 정진하되 끊임없이 의심한다.
보컬 크리스 마틴은 매 앨범을 녹음할 때마다 ‘이번 작품은 콜드플레이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수식을 덧붙인다. 하나의 스타일에 매몰되거나 안주하지 않고, 지난 세계관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다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그 과감한 단절과 무한의 창의력은 때때로 멤버들을 창작의 굴레에 얽매기도 하지만, 앨범마다 전작과 다른 콘셉트로 즐거움을 주며 비욘세, 리아나, 체인스모커스같은 팝스타들과의 유연한 협업을 가능케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를 2016년 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NFL) 결승전 슈퍼볼(Superbowl) 하프타임 쇼에 서게 만든 원동력이고, 록이 고전하는 시대에 대중의 굳건한 지지를 획득한 몇 안 되는 밴드로 격상시킨 중요한 요소다.
영화가 끝날 무렵, 뒤에 앉은 관객 한 명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이런 평을 남겼다.
‘작년 콜드플레이 내한에 갔었잖아. 저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
그렇다. 우리는 이미 2017년 4월 15일과 16일 잠실 주 경기장에서 <헤드 풀 오브 드림스> 속 찬란한 무대를 함께 즐겼다. 양일 1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유튜브에서는 ‘떼창의 끝’이라 명명된, 여러모로 내한 공연사에 한 획을 그은 거대한 무대를 말이다.
음악과 이미지, 수억 개의 색깔로 만국 공통어를 만드는 콜드플레이의 감동은 1년 반이 넘은 극장에서도 여전히 뜨겁게 빛났다. <헤드 풀 오브 드림스> 속 콜드플레이는 일견 평범하지만, 그 투박한 진심이야말로 전 세계를 진동시킬 거대한 모든 것이란 진리를 잔잔히 일깨운다. 지난날 '콜드플레이의 시대'가 아름답게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