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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an 29. 2019

두 번째로 만난 슈퍼올가니즘

예스24 라이브홀이 꽤 큰 무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1월 27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다국적 밴드 슈퍼올가니즘의 첫 내한 공연. 그러나 내겐 ‘첫’이 아니었다. 작년 8월 30일 슈퍼올가니즘의 첫 미국 투어 공연을 현지에서 직접 봤으니 2회 차 관람이었던 셈이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두 번 이상 보는 경우는 드문데 해외 인디 밴드의 콘서트를 중복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약간의 기시감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반쯤 섞여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에서의 공연과 다른 점은 없었다. 당연한 결과다. 이제 겨우 정규 앨범 한 장을 발표한 신인 팀이고 개별 곡 러닝타임도 짧은 데다 첫 월드 투어다. 몇 개월 사이에 한국만을 위해 특별한 퍼포먼스를 꾸렸으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실제로 이들은 정규 앨범 < Superorganism >의 수록곡 열 곡을 깔끔하게 선보이고 자리를 떠났다.



코러스 멤버들의 신비로운 등장과 키치한 비디오 아트 배경 역시 동일했다. 규모가 작은 밴드임에도 나름의 시나리오를 구축해 그에 맞는 퍼포먼스와 자연스러운 곡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 노련했다. 비주얼적으로 눈에 확 띄는 팀임은 분명하다.


라이브 실력도 준수했다. 엄청난 연주 실력이나 파워풀한 무대 매너를 기대하기 어려운 스타일의 빈틈을 소소한 재미와 자유로운 분위기로 채웠다.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단신 보컬 오로노는 세상 무심한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뽐냈고, 소울, 루비, 비의 코러스 라인은 재치 있는 율동과 적재적소의 재치를 보여줬다. 기대한 만큼 최선을 다한 인디 밴드의 무대였다.


그럼에도 짧은 러닝타임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그 시크한 오로노도 미국 첫 투어에선 멤버 해리의 전자 기타를 들고 마일리 사이러스의 ‘Party in the U.S.A’를 불렀다. 준비만 해왔다면 혁오의 ‘강강술래’ 커버나, 유튜브로 알려진 포스트 말론의 ‘Congratulations’ 라이브를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과한 부탁일지도 모르나 팬들의 호응이 그만큼 열성적이었다. 8월 30일 라이브 클럽 원더 볼룸(Wonder Ballroom)에서의 무대와 비교하면 거의 3~4배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꽉 채웠을 뿐 아니라, 오프닝 트랙 ‘Sprorgnsm’과 ‘Night time’, ‘It’s all good’부터 대미를 장식한 ‘Everybody wants to be famous’, ‘Something for your M.I.N.D’까지 대부분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핵심 부분마다 열광적인 함성을 들려줬다.


슈퍼올가니즘의 무대는 팬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각인하고 라이브 무대만의 독특한 질감을 선사했다. 고향 무대에 선 한국인 멤버 소울(Soul)이 능숙한 한국어를 뽐내고, 무대를 떠나는 멤버들은 큐시트와 드럼 스틱 등을 나눠주며 즐거운 순간을 만끽했다.


다만 미국 공연의 3배 가까이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똑같은 러닝 타임에 만족해야 했던 팬들의 입장에선 여러 모로 아쉬움도 컸을 무대였다. 신선하고 재밌었지만 마냥 즐겁진 않았다. 미국의 작은 클럽에서의 즐거운 느낌과는 또 달랐다. 예스24 라이브홀이 꽤 큰 무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사진 제공 = Y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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