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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Mar 08. 2019

음악 영화 전성시대 : <보헤미안 랩소디>를 이어

역사 교과서가 아니다. 역사를 직접 ‘체험’시키는 영화들


2018년 영화계에서 가장 빛난 이들은 뮤지션이었다. 1980년대 히트 밴드 퀸의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계적으로 8억 불의 수익을 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994만 관객을 동원하며 ‘퀸 열풍’을 불러온 바 있다. 미국에서는 <스타 이즈 본>이 화제였다.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아름다운 호흡이 빛을 발한 이 작품은 북미 수익 2억 불 달성은 물론 사운드트랙도 빌보드 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유수의 영화 시상식도 ‘음악 영화’의 힘을 인정했다. 현지 시각 1월 7일 열린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고, 퀸의 프런트맨 프레디 머큐리로 분한 라미 말렉은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스타 이즈 본>의 대표곡 ‘Shallow’가 주제가상을 수상한 것은 덤이다.

이어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 술 더 떠 <보헤미안 랩소디>에게 남우주연상 포함 4관왕 (음향효과상, 편집상, 음향편집상)을 안겼다. 역시 주제가상을 수상한 ‘Shallow’는 최근의 ‘시상식 효과’로 3월 둘째 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겹경사를 맞았다.



음악 영화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3월 2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예정인 영화 <더 더트>는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메탈 밴드 머틀리 크루를 다룬다. <잭애스> 시리즈로 이름을 떨친 제프 트레마인이 원작 소설 <더 더트 :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록 밴드의 고백>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래퍼 머신 건 켈리와 더글러스 부스가 출연하는데, 더글러스 부스는 이미 2010년 BBC 영화 <워리드 어바웃 더 보이>에서 1980년대 히트 그룹 컬쳐 클럽의 리더 보이 조지를 완벽히 재현한 바 있다.

2019년 5월에는 역사상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꼽히는 엘튼 존의 전기 영화 <로켓맨>이 개봉한다. 엘튼 존의 별칭 ‘로켓 맨’을 그대로 따온 이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원 감독 브라이언 싱어를 이어 작업을 마친 덱스터 플레처가 감독을 맡았고 <킹스맨> 시리즈로 친숙한 테런 에저튼이 엘튼 존으로 분했다.

6월에는 영국의 유명 감독 대니 보일의 신작 <예스터데이>가 개봉한다. 제목부터 비틀즈의 대표곡 ‘예스터데이’를 가져온 데서 알 수 있듯 영화의 핵심 소재도 비틀즈다. 전 세계적인 정전 사태 이후 그 누구도 비틀즈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비틀즈를 알고 있는 주인공 잭 맬릭(히메쉬 파텔 분)이 비틀즈의 히트곡으로 스타가 되려 한다는 시놉시스가 기발하다. 인기 가수 에드 시런과 토크쇼 진행자 제임스 코든이 본인 역할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거장 뮤지션들의 전기 영화는 많다. 레이 찰스를 다룬 <레이>, 쟈니 캐쉬와 준 카터의 아름다운 로맨스 <앙코르>,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을 스크린으로 옮긴 <러브 앤 머시> 등 다양한 전기 영화가 등장해 뮤지션의 삶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1960년대 모타운 흑인 걸그룹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드림걸스>, 래퍼 에미넴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며 큰 화제를 모았던 <8 마일>은 주제가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밥 딜런의 7가지 페르소나를 다룬 <아임 낫 데어>는 전기 영화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보헤미안 랩소디>와 <스타 이즈 본>이 거둔 엄청난 성공은 이례적인 결과다. 이는 단순히 아티스트의 삶을 스케치하는 단계를 넘어 ‘라이브 에이드’,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뜨거운 현장감을 담아낸 것이 주효했다. 스트리밍 시대 젊은 음악 소비자들은 기성세대보다 과거 음악을 더욱 능숙히 검색하지만, 전설들의 화려한 무대와 독보적인 아우라를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실제로 <로켓맨>과 <예스터데이>는 예고편을 통해 ‘라이브 에이드’만큼은 아니지만 화려한 콘서트 무대를 예고한 바 있다. 디지털 시대 짙어가는 아날로그의 향수가 음악 영화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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