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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Feb 19. 2017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철부지 남자들이 사랑을 깨닫기까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잘 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 맥과이어는 선수들과의 비인격적-비즈니스 관계에 질려 '바른 목소리' 리포트를 만들어 회사에 돌렸다가 해고를 당한다. 선수들에게 믿음과 약속, 인간적 면모를 강조해봐도 당장 달콤한 돈의 유혹 앞에선 소 귀에 경읽기다. 제리의 뜻에 감명받은 단 한 명, 여비서 도로시만이 그의 뒤를 따라 회사를 떠난다. 그저 그런 선수지만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고뭉치 로드가 그의 유일한 고객.


재기를 위해 바삐 뛰어다니는 제리를 믿고 내주 해주는 도로시의 노력은 눈물겹다. 미식축구 1순위 지명자에게 뒤통수를 맞아도, 대박 계약만 꿈꾸는 로드가 헐값의 가치만 인정받아 불만일 때도, 어린 아들 딸린 젊은 과부이자 남자들 험담을 늘어놓는 이혼녀들이 바글거리는 집에 사는 도로시는 불평불만 하나 없다. 제리의 이상과 포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바탕이 된다. 그 동경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진실함은 제리가 이해타산만 따지는 약혼녀 대신 도로시를 택하는 요인이 된다. 


한 사람의 포부가 아무리 거창하다 한들 거기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헌신하기란 쉽지 않다. 수입 따지고 직장 따지고 하물며 결혼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는 요즘 세상에 도로시의 선택은 미련해 보인다. 그러나 도로시의 그 행동에는 외로움이라는 바탕이 있다. 제리 맥과이어가 도로시에게 끌리게 되는 것도 처음에는 그의 꼬마 아들 때문이지만 결국엔 어떤 상황이든 감정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는 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서 버려졌고, 생애 가장 최악의 순간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그래도 버팀목이 되어 줄 사람이 바로 도로시라는 판단을 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출발하지만 한 사람이 열렬한 애정을 갖고 그에 동화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다 예측하고 판단하고 일정한 패턴으로 나눌 수가 없다는 거다. 한 남자의 높은 포부와 이상에 반해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랑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제리가 몰락하자 곧바로 그를 'Asshole'이라 하며 떠나버린 이혼녀, 젊은 나이에 무턱대고 결혼했다 청승 과부가 된 도로시는 젊은 날의 사랑이 가져다 줄 위험을 몰랐다. 그런데 도로시는 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은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해야 한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서다. 


대부분 이런 관계에서 남자들은 어쩔 줄 몰라하거나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한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생겼으니 든든하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하기도 한다. 연인이 되었으니 연인에 걸맞은 달콤한 태도도 가진다. 그러나 뭔가 하나씩 꼭 빠지는 부분이 생긴다. 사랑과 호의의 차이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상처받는 쪽은 여자다.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사람에게 끌려들었는데, 그 사람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이상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한 사랑의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인지 둘의 사랑은 연애인지, 파트너십인지 좀체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이사 가는 도로시의 발목을 붙잡는 장면을 창문 밖으로 내다보던 그의 언니는 '제발 뒤돌아보지 마'라고 되뇐다. 그는 섣부른 감정의 판단과 깊은 생각 없는 관계가 동생에게 준 상처를 먼저 걱정한다. 그러나 둘은 부부가 된다. 그리고 또 똑같다. 제리는 열심히 일하고, 도로시는 묵묵히 그 뒤를 받쳐준다. 그리고 결국 도로시는 울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이건 부부관계가 아니에요. 이건 사랑이 아니에요.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마지막 부분. 천덕꾸러기 로드 티드웰은 제리의 따끔한 충고와 가족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여 슈퍼볼 MVP가 된다. 감격의 토크쇼를 지켜보던 제리는 자리를 박차고 도로시의 집으로 달려간다. 그의 맨 처음 깨달음대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이나 명예, 권력 등이 아니라 자기 주위 사람들의 행복,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제리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그리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 제리 맥과이어 >는 가치관, 이상에 관한 이야기다. 새로운 포부의 계시를 받은 남자는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그 이상을 따라 그를 사랑하게 되는 여자가 있다. 그리고 남자는 다시금 성공하려 잠시 그 가치관을 잊어버리고, 여자는 상처를 받는다. 결국 마지막에 남자는 '콴(Kwan : 제일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다시 여자에게로 달려간다. 여자는 언제나 그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떻게 시작해서든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어떤 과정을 거치든, 인생의 행복은 돈과 명예가 아닌 사랑에서 온다. 나이가 들어도 하는 짓은 철부지인 나 같은 남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격언인 셈이다.


 '항상 주위를 둘러볼 것,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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