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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Mar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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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어느 날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예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은 믿지 않았다. 

기다리기만 하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나? 거짓말이다.  


너무나 사랑해서 헤어져야 할 때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말도 믿지 않았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지나? 거짓말이다.


사랑하는 건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힘들다.
잘 모르겠지만 그 말 역시 믿지 않았다. 
사랑하니까 막 주는거지 무슨 말인가? 거짓말이다.


아무 인연도 없었던 사람이 내 인생으로 갑자기 들어온다. 
그런 적도 없었지만 그 말 또한 믿지 않았다. 
사랑은 옆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데 말이 되나? 거짓말이다.


그 사람이 불안하기만 하고 날 선 삶을 바꿀 것이다. 
그럴 가능성 자체가 없었기에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난 모두에게 낯설고 어둡고 어쨌든 가까이하기엔 
어려운 사람인데 그럴 수가 있나? 거짓말이다.


포기하기 바빴던 일상에 언제나 힘이 될 것이다. 
그 말만큼은 정말 정말 믿지 않았다.
나 좋아하는 일만 하기도 바쁜데 여유가 되나? 거짓말이다.


모든 글과 생각 음악 영화 기타 등등 그에게서 나올 것이다.
그 말은 허황된 것 같아 믿지 않았다.
내가 좋아야 하는거지 남한테 영향을 얼마나? 거짓말이다.


사랑 때문에 진공 속으로도 빨려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 말 역시 믿지 않았다.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인데 그게 되나? 거짓말이다.


만나는 순간 순간이 애틋하고 간절한 사랑이다.
그 말은 그럴싸했지만 믿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만나는데 그럴 수 있나? 거짓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행복만을 미치도록 원하게 된다.
그 말은 정말 바라는 바였지만 믿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언젠가 끝이 있지 않나? 거짓말이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과 천일 동안 사랑하게 된다.
그 말은 진짜 웃음이 나올 정도로 믿지 않았다. 거짓말이다.


이 모든 거짓말같은 일이 
지난 천 일 동안 그와 나 사이에 생긴 일이다.


모든 글이 그로부터 나왔고
모든 생각이 그로부터 나왔고
모든 마음이 그로부터 나왔다.
그가 있어 내 삶은 거짓말 아닌 진실일 수 있었다.


사랑해.
그 말을 절실하게 믿는다.
거짓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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