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틴에이지 스타를 넘어

4년 만에 컴백하는 로드

by 김도헌

본명 : 엘라 마리야 라니 옐리치 오코너(Ella Marija Lani Yelich-O'Connor)
출생 연도 : 1996
고향 :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줄평 : 이 나이에 이 정도면



'Green Light'는 이미 2017년 최고의 곡 한 자리를 예약했다. 아직 올 해는 8개월이나 남았고 연말 결산 때 제일 잊어버리기 쉬운 게 연초 곡들이지만 이미 마음속에선 더 들을 것도 없는 베스트다. 'We are young'의 밴드 펀(. fun)의 기타리스트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와 함께한 이 싱글은 그간의 로드 음악보다 박진감 넘치는 드라이빙(Driving) 트랙으로, 피아노 연주와 함께 멜로디 하나하나씩을 쌓아나가며 드럼이 들어가고, 빌드업이 이루어지다 후렴 부분에서 환희의 합창이 터진다. 'I'm waiting for it, that green light, I want it!' 빌보드(Billboard)를 인용하자면 'Green Light'는 '구조적이고, 팝 라디오를 수놓을 후렴을 가진 곡'이다.


사실 뉴질랜드의 이 작은 소녀가 세계적인 팝스타로 발돋움한 건 그 나이 덕분이 컸다. 시인인 어머니 소냐 옐리치(Sonja Yellich)의 영향이 문학 그 이상으로 유전되었는지, 불과 2009년 열세 살로 음악을 시작하더니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간택을 받았고, 2012년 첫 EP를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며 결과물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열여섯이었다. 그 EP에 실려있던 'Royals'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는 대형 사고를 쳤을 때가 그로부터 불과 1년 후였으니 얼마나 빠른 성장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시 로드가 꺾은 아티스트들로는 마일리 사이러스, 케이티 페리, 제이지, 드레이크 등이 있었다. 헐. 이후 그는 그래미 2관왕을 차지했고, 앨범은 2700만 장이나 팔렸다.



Lorde - Royals (US Version)


'Royals'의 어두컴컴 앰비언트-송라이팅은 아무리 봐도 정신 연령을 뛰어넘는 재주였다. 당시 썼던 앨범 리뷰에 '안티 팝(Anti-Pop)'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무분별한 트렌드 쫓기 대신 '나는 그런 빛나는 것들 되고 싶지 않다'는 쿨한 로드의 정신세계에 딱 적합한 단어라 생각했다. 더 비범했던 건 그 결과물은 성숙했지만 세계만큼은 어쭙잖게 나이 든 척하지 않았다는 점. 'Glory and gone'과 'Team'에서 보였던 냉소적인 시선은 반항적이고 제도권과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십 대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면서 또래 세대의 공감과 평론가들의 탄성을 확보했다. 그에겐 확실히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성공 이후의 태도도 여타 팝 스타들과는 다르다. 로드에게 창작 활동은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으로 성공을 의식하지 않았다. < Pure Heroine >에 대한 설명은 '인생의 한 번뿐인 십 대 시절, 그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었고 2014년 < 헝거게임 >의 사운드트랙 참여 후 2년 간의 공백기 동안에도 기타 가십난을 장식하지 않았다. 2016년 오랜만에 그가 미디어를 장식한 것은 데이비드 보위를 추모하는 브릿 어워즈(Brit Awards)의 추모 공연 때였다.



David Bowie Tribute l The BRIT Awards 2016


앞서 언급했던 '이른 성공'은 이처럼 없어도 될 선입견을 미리 깔아놓는다. 이미 우리는 어린 천재들이 롱런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로드의 경우도 기대보다는 걱정을 먼저 언급하곤 한다. 정작 로드는 창작, 일상, 그리고 창작, 새로운 음악, 기타 평가 등 신경 쓰지 않는 바람직한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데 말이다. 가슴 아픈 이별을 바탕으로 하지만 묘한 환희의 송가처럼 들리는 'Green Light'의 의미가 그래서 더 깊다. 십 대를 넘어 성숙의 세계로, 본격적인 본인의 세상으로.



135e9ae4d19e7816e0ffdd9a95922a0c.1000x1000x1.jpg Lorde - Melodrama (2017)


오는 여름 발매를 앞둔 소포모어 앨범 < Melodrama >에 로드는 '본격적으로 파티를 시작해볼까.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21세기 새로운 틴에이지 스타의 등장을 알린 그의 세계관이 얼마나 확장되었을지, 거대한 성공을 바탕으로 영리한 새 판을 짤 수 있을지, 여러 모로 올 해의 기대작이다. 일단 싱글 하나는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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