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시런의 인기 요인 4가지
에드 시런의 시대다.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 ÷ >는 음악인이 거둘 수 있는 모든 상업적 성과를 기록하며 끝날 줄 모르는 싱어송라이터 성공 신화를 이끌고 있다. 드레이크의 < More Life >가 등장하기 전까지 발매일로부터 쭉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석권했고, 선공개곡 'Shape of you'는 8주째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올 해의 최고 히트곡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모국인 영국 차트가 보여주는 사랑은 더욱 뜨거운데, 위 사진이 보여주듯 싱글 차트를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남자 가수 최고의 초동 판매고 (67만 장)를 선사했다. 수록곡이 16곡이라 20위권 내에 16곡 밖에 못 들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다.
사실 에드 시런과 같은 남자 싱어송라이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그와 같은 영국 태생의 싱어송라이터들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제임스 블런트, 제임스 모리슨, 데미언 라이스 등이 특유의 감성을 뽐냈다. 미국의 제이슨 므라즈는 'I'm yours'로 한국 국민 가수가 되었고 잭 존슨은 특유의 편안함으로 사랑받았으며 캐나다의 다니엘 파우터는 빌보드 넘버 원을 5주나 차지한 'Bad day'를 불렀다. 따져보면 이때가 싱어송라이터들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이들 중 에드 시런만큼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린 이는 없다.
이 1991년생 영국 더벅머리 싱어송라이터의 슈퍼스타 등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몇 가지 이유를 찾아봤다.
루프 스테이션(Loop Station)으로 환상적인 원 맨 라이브를 선보이는 능력은 이미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에드 시런의 라이브를 직접 접하거나 혹은 라이브 영상을 보더라도 이 부분에선 감탄만이 나온다. 자유자재의 기타 연주와 이를 활용해 최대한 역량을 이끌어내는 에드 시런의 루프 페달 활용은 원 맨 밴드에 가깝고, 백 밴드의 존재를 뭇 만들어버린다. 단순 어쿠스틱 팝에서부터 리드미컬한 트로피컬 하우스, 힙합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장르 혼용은 이런 기술의 적극적 반영이 있기에 가능하다. 루프 스테이션은 에드 시런을 여타 싱어송라이터들과 구분 짓는 가장 큰 상징이다.
이 기술적 바탕을 통해 에드 시런은 앞서 언급한 대로 최신 유행을 반영할 줄 안다. 그가 월드 스타로 거듭나게 된 < X >의 타이틀곡은 히트메이커 퍼렐 윌리엄스의 손을 빌린 'Sing'이었다. 에드 시런은 포크와 어쿠스틱 사운드에 R&B를 심었고, 랩을 넣었으며 그에 따른 그루 비한 비트 감각을 더했다. < + >에는 'You need me, I don't need you'가 있었고 < X >에는 'Don't'와 'Runaway'가 있었다. 본디 리아나에게 갈 것을 염두하고 작곡한 'Shape of you'는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한 트로피컬 + 댄스홀 하우스를 심었다. 그러고 보니 저스틴 비버의 빅 히트 'Love Yourself'도 에드 시런의 작품이다.
어린 시절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밥 딜런, 비틀스와 함께 에미넴이 자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시대에 에드 시런의 이름이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수려한 멜로디 메이킹 능력과 더불어 그의 넓은 장르 범용성 덕이다. 이번 < ÷ >에는 켈틱-아일랜드 밴드와 함께한 'Galway rock'과 서던 록의 'Dive'도 있다. 물론이 과정이 제이크 고슬링, 릭 루빈, 퍼렐 윌리엄스 등 프로듀서들의 공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제이크 고슬링은 본 앨범에서는 빠짐)
그래미 어워드에서 아델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슷한 이유라 할 수 있다. 현재 록 팬들은 갈 길을 잃었다. 주류 차트에 있는 밴드는 콜드플레이와 마룬파이브 정도이며 그 이외 밴드들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현재 음악 수요층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건 미고스, 드레이크, 리아나와 체인스모커스지 2000년대 중반 같은 펑크 밴드들이 아니다. 이에 백인 - 록 팬들의 선택지는 상당히 제한되며, 포크 기반 에드 시런은 썩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들을 만은 하다.
이 또한 최신 유행이 가져온 반사이익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의 삶과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쌓아 올리는 그의 스토리텔링은 이런 류의 메시지가 거의 사라져 버린 차트에서 독창적인 힘을 발휘한다. 마약 중독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The A Team', 진솔한 러브 송 'Thinkin' Bout Loud', 어린 시절 그의 고향 가까이 있었던 서포크의 프래믈링 성(Framling Castle)의 추억을 회상하는 'Castle on the Hill' 등, 에드 시런의 노래에는 인생이 있고 삶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 싱어송라이터들이 힘을 잃고 가사의 진정성은 래퍼들에게로 이동한 현재, 에드 시런의 메시지 전달은 옛 방식이지만 새로운 접근법처럼 들린다. 꾸미지 않고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패션의 외양도 중요한 부분.
종합하자면 에드 시런은 '기술적으로 능숙하고 -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 본질에도 소홀하지 않은 - 틈새시장 공략'이 제대로 먹힌 사례다. 제이슨 므라즈도 랩을 했고 제임스 블런트의 러브 송도 아름다웠으며, 데미언 라이스는 진정성 면에서 원조라 평가받지만 올인원은 아니었고 시대 상황 또한 경쟁자들이 많았다. 에드 시런은 아주 뛰어나진 않더라도 기복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건실한 작곡 능력을 보여주며, 스타에는 어울리지 않는 순박함과 진솔함으로 스타 자리에 올랐다. 역사가 현재를 새로운 트렌드의 주류 차트라 기록하더라도, 에드 시런은 '그럼에도 고전은 살아남는다'는 훌륭한 예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