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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Apr 02. 2021

위클리, 쟨 뭐니? 별나지 참.

쾌활하고 빼곡한 케이팝 틴에이지 백과사전



월화수목금토일 한 주 내내 위클리 이야기가 들린다. ‘이 친구들 알아요?’, ‘SNS에서 봤는데 잘하던데요?’ 같은 감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작년 6월 데뷔한 이 신인 그룹은 케이팝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호감, 관계자들 사이에선 요주의 관찰 대상이다. 


이들은 소속사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이전 페이브엔터테인먼트의 ‘페이브걸즈’로 주목받는 유망주들이었다. 하지만 일곱 소녀들은 화려하고 복잡다단한 콘셉트나 다재다능한 스펙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발랄하고 당찬 자신감, 일상과 판타지를 오가는 십 대들의 생각을 꾹꾹 눌러 담은 자기소개서가 위클리의 강점이다. 웹툰, 웹 드라마, 하이틴 영화, 케이팝이 그리는 학교와 ‘청순’ 콘셉트를 방대하고 치밀하게 조사한 기획과 멤버들의 잠재력, 차근차근 준비된 콘셉트와 무대가 더해지면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자기소개서만으로 합격’이라는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훌쩍 다가온다. 


[MV] Weeekly(위클리) _ Tag Me (@Me)


위클리의 세계는 ‘틴에이지 백과사전’이다. 아이엠 그라운드, 의자 뺏기 게임, SNS 용어, MBTI, 왁자지껄 학창 시절과 어른 세계에의 동경 등 MZ세대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십 대의 모든 것을 흡수한다. 세상에 그룹을 소개한 데뷔곡 ‘Tag me(@me)’부터가 기성 하이틴 콘셉트와는 달랐다. 지루한 교실 속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는 소녀들은 현실세계보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주목을 기대하고 (‘한번 뜨면 수군수군 난리 나는 Timeline’) 적극적인 태도(‘알려줄게 내 TMI’)로 속칭 ‘인싸력’을 뽐냈다. ‘여기저기 모두 다 반가워 Hello!’라며 ‘Hello’라 발랄하게 인사하지만, 분명 오래도록 의문 없이 재활용된 ‘교복 입은 소녀’들의 청순 이미지와는 분명 달랐다. 


우울 혹은 쾌활의 이지선다 대신 호기심, 동경, 혼란, 고민 등 풍부한 감정선을 풀어놓는 점도 독특했다. ‘하쿠나 마타타’, ‘거침없이 달려’, 우린 터닝 터닝 터닝 포인트가 필요해’라 여러 단어를 어지럽게 늘어놓다가도 (‘My earth’), 논리 정연하게 ‘요즘 나 왜 이런지 알 수가 없어’ (‘Zig zag’)라 노래한다. 사운드로는 강렬한 드라이브 기타를 전개하며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하이틴 록을 지향하는데 반대로 이들의 고민은 아기자기하고 확실한 퍼포먼스가 뒷받침된 현실 밀착형이다. 틴에이지 콘텐츠에서 ‘저런 애들이 어딨어?’로 결론지어지고 마는 비현실적 위화감이 위클리에게는 확실히 적다.


[MV] Weeekly(위클리) _ After School


그렇다고 이 ‘소녀의 세계’가 가감 없는 리얼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3월 17일 발표한 세 번째 EP < We play >는 위클리 기획이 십 대들의 공감을 넘어 2~30대 케이팝 주 소비층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틴에이지 판타지’ 임을 보인다. 타이틀곡 ‘After school’만으로도 구체화된다. ‘교복 치마 대신 체육복 바지’를 언급하며 현실과 맞닿지만 ‘우린 스케이트보드 위로 마치 춤을 추듯 발을 굴러’라며 이 순간이 이상향의 영역임을 분명히 한다. 


이들이 노래하는 ‘자유로운 기분’은 온통 입시뿐이었던 학창 시절을 보낸 한국 청소년들에게 낯선 감정이지만, 위클리의 혼합현실은 마치 그런 시절이 있었던 듯, 혹은 그런 시절을 살고 있는 듯한 기억 보정,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메시지 뿐만 아니라 사운드 면에서도 거침없다. 전작의 '언니'를 이어가는 'Yummy'와 강한 비트 위 어쿠스틱 기타와 다양한 샘플을 가미한 'Lucky',  힘찬 챈트와 큰 부피의 신스 및비트에서 성숙한 사운드로 '난 누가 뭐래도 포기는 없어', '가자 미지의 세계로'를 외치는 그룹은 엉뚱하고도 해맑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과 익숙한 교실에 반짝이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건 듯 환상 한 스푼을 더하는 순간, ‘월화수목금토일’같은 힘찬 다짐과 ‘Reality’, ‘나비 동화’의 기대하는 소녀들의 서사까지도 화사하게 빛난다. 완벽하지 않아도 힘 내보고 다짐하는, 주저하지 않는 십 대의 힘이 완성된다. 


[Weeekly - After School] Comeback Stage | #엠카운트다운 | M COUNTDOWN EP.702 | Mnet 210318 방송
[4K] 신곡 최초공개 신인여돌 위클리(WEEEKLY) | BLACKPINK BTS SEVENTEEN NCT ATEEZ | Cover Dance Medley | COUNTDANCE


사실 이런 긴 설명보다 무대를 직접 보는 것이 더 다이내믹하고 직접적인 ‘입덕’에 도움이 된다. 공간을 넓게 쓰고 의자, 주사위, 보드, 휴대폰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며 확실한 지향점이 있는 위클리의 퍼포먼스는 트와이스, 라붐, 세븐틴 이후 오랜만에 접하는 ‘틴에이지 뮤지컬’이다. 군무부터 개인 댄스까지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실력의 근간은 타 그룹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으로 많은 커버 댄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치밀한 기획, 눈에 띄는 퍼포먼스, 설득력 있는 서사, 여기에 성실한 2차 콘텐츠 생산까지. 복잡한 세계관 없이도 흥미진진하고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풋풋하다. 일종의 ‘케이팝 모범 공식’에 현재 가장 가까운 팀이 바로 위클리다. 정말이지 ‘Tag me(@me)’의 가사를 자꾸만 곱씹을 수밖에. "쟨 뭐니 쟨 뭐니 쟨 뭐니 Blah Blah / 별나지 별나지 별나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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