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헌 Jun 22. 2021

에스파(Aespa) 'Next Level', 제껴라.

KOSMO에 닿을 때까지



⭐️5
KOSMO에 닿을 때까지, SMP 유산과 함께 제껴라.

인공지능과 신기술을 찬미하며 등장한 에스파에 대한 감상은 과거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의 세계관 속 연결 정도를 의미하는 용어 ‘싱크’를 가져와 설명하자면, ’Next Level’의 평가 기준은 1990년대 말부터 SM 엔터테인먼트가 뚝심 있게 밀어붙여온 스타일 ‘SMP’와의 ‘싱크(SYNK)’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시기 그룹과 스타일을 체화하고 지지한 세대라면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같은 우스꽝스러운 파트도, 급작스러운 파트 전환도, 모든 가사가 밈(Meme)과 같은 가사도 모두 납득 가능한 추억의 매개체가 된다.


S.E.S.와 보아, 신화와 동방신기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십수 년간 길들여진 SMP의 핵심 요소들 - 세상을 용서하지 않는 가사, 급작스러운 댄스 브레이크와 장르 혼합, 과격한 미래주의 - 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재현하는 에스파의 존재가 반갑다. 2019년 영화 ‘분노의 질주 - 홉스 & 쇼’ 속 지루한 신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원곡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았지만, 기계적인 스토리텔링은 손목 꺾기 및 자극적인 가사, 틱톡의 카메라 워킹을 모방한 요소들을 더해 지루함을 피하고 유영진의 손 아래 극적인 브레이크를 걸며 보아의 기념비적인 ‘Better’ 문법을 신인 그룹에게 주입한다.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딸’이라 불리는 멤버 윈터가 ‘더 아픈 시련을 맞아도 난 잡은 손을 놓지 않을게’라 냉철하게 노래하는 모습은 ‘슴덕’들의 가슴 깊은 곳 본능을 자극한다. 전환부의 시작을 알리는 ‘Naevis, Calling’ 신호. SM이 에스파를 통해 갈망하는 마블의 ‘어벤저스 어셈블’과 꼭 닮았다.


aespa 에스파 'Next Level' MV


동시에 너무 그 시대를 잘 알아도 문제가 된다. H.O.T., 신화, 동방신기, 보아의 끝없는 재활용이자 유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위험이 있다. 제목과 다르게 이 노래는 상당히 복고적이다. 2019년 원곡과 더불어 1999년까지 소환하는 ‘리메이크의 리메이크’다. 회사가 이런 일련의 정신을 정체성이라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설정과 회사, 케이팝의 역할 놀이에 민감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 노래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곡 자체 매력을 희석하며 큰 그림에 몰입하는 이 전략은 ‘그들만의 KWANGYA’에 머물며 비타협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럼에도 Next Level에 쏟아지는 큰 관심과 인기는 이 마니악한 전략이 미래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한다.


현재 SM은 ‘컬처 유니버스’를 위해 얼마든지 더 거칠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YG, JYP, HYBE의 성과를 따라잡아야 하는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 ‘Black Mamba’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공격적인 미래주의를 선포한 에스파는 ‘Next Level’로 오랜 시간 SMP의 자취에 노출된 국내 케이팝 팬들과 대중을 단합하려 한다. 제국의 역습을 위한 이데올로기 확립. 그 과정에서 ‘레트로’와 ‘전통’을 강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해당 리뷰는
음악 뉴스레터 제너레이트의
[제너'sRATE] 2021년 6월 2주차 리뷰
뉴스레터에 포함된 리뷰입니다.






상단 링크를 클릭하시면
2021년 음악 리뷰 목록 리스트로 연결됩니다.
 


김도헌의 제너레이트 ZENERATE
https://zenerate.glivery.co.kr/


김도헌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zenerkstand


김도헌 브런치 
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


김도헌 노션
https://www.notion.so/1ce5d83c31114831b38e03fea2b747d3
 



매거진의 이전글 태민 <ADVICE>, 파괴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