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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n 23. 2021

‘광야’를 향해 떠나는 엑소의 새 출발

EXO < Don't Fight The Feeling >



정체불명의 우주선 내부와 대기권을 뚫고 돌진하는 유성 파편들. ‘Don’t Fight The Feeling’ 뮤직비디오의 초입부 등장하는 외계 요소들은 오래도록 엑소를 지칭하는 상징물이었다. 추억거리로 소회 되는 초능력과 판타지 콘셉트에서 이들은 태양계 외행성 엑소플래닛(EXOPLANET)으로부터 지구로 오게 돼 가상의 적과 대립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가상의 항공모함 위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유성우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 과감한 일렉트로 신스 팝 비트 위로 뛰어든다. 마치 더는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듯, 몰입하지 않는다는 듯 여유로운 움직임이다.


긴 시간 동안 엑소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전선에서 소임을 다했다. 2010년대 초중반 절정의 인기를 누렸고 할 수 있는 모든 콘셉트와 그룹을 다 했다. 지금 그들이 춤을 추고 있는 항공모함이 자유자재로 함재기를 출격시키듯 엑소도 멤버들의 솔로 퍼포먼스와 유닛 활동을 전개하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그 시간 동안 NCT가 데뷔했고, 엑소의 일부 멤버는 슈퍼엠으로 활동했으며, 4인조 샤이니가 돌아왔고 에스파의 시대가 왔다. SM 컬처 유니버스, 속칭 '광야(KWANGYA)'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한 역할을 마친 엑소는 이제 수호, 찬열, 백현, 첸을 입대시키며 잠시 뒤로 물러나야 할 때를 맞이했다.


EXO 엑소 'Don't fight the feeling' MV


‘스페셜 앨범’이라는 포맷부터가 일종의 전환점이다. 지금까지 엑소의 스페셜 앨범은 언제나 겨울에 발매됐다. 익숙하지만 결코 실패하지 않는 캐럴로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 이들은 < Don’t Fight The Feeling >으로도 유사한 효과를 노린다. 명쾌한 댄스곡 ‘Don’t Fight The Feeling’의 느낌은 최근 SM의 퍼포먼스나 여타 케이팝 댄스 그룹들보다 2016년 < 무한도전 댄싱킹 >의 ‘Dancing King’이나 2017년의 ‘Power’에 가깝다. 

이제는 솔로 아티스트로 더욱 기억에 남는 각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오래간만에 주최된 올스타전을 방불케 하고 절제된 보컬 플레이 아래 멈출 생각이 없는 저돌적인 베이스 리프가 직관적이다. 타이틀 싱글과 더불어 섹슈얼한 가사의 펑키한 트랙 ‘파라다이스’와 더불어 ‘훅!’, ‘Runaway’의 미디엄 템포 알앤비, 어쿠스틱 팝 ‘지켜줄게’가 성숙한 엑소의 새로운 페이즈를 단단히 뒷받침한다.


미지의 행성에서 비장하게 강림한 엑소는 이제 우주선을 타고 ‘광야’를 향해 떠난다. 치열하게 전개될 2020년대의 케이팝 무한 경쟁 시장 속 SM의 주력 카드는 NCT와 에스파이며, 엑소에게는 2010년대 중후반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가 도맡았던 ‘형’들의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다. 예비역이 된 샤이니가 멋지게 < Don’t Call Me >로 적응한 앞날이 엑소에게 기다린다. 


무게 잡을 필요 없이, 복잡한 용어와 카리스마의 부담을 벗어던진 이들은 쿨한 댄스 그룹으로 기획사 라인업에 깊이를 더하는 든든한 선배 라인을 형성한다. 이런 유연한 세대교체와 폭넓은 아티스트 구성은 입대를 앞둔 모든 보이그룹 (특히 BTS)들이 참조해야 할 SM의 체계적인 시스템이며, 결코 대중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음악과 이미지를 각인하는 핵심의 요소다.


혼돈과 무질서를 지향하는 SM 컬처 유니버스는 사실 엄격한 카오스 이론에 의거하여 운영된다. 스트리밍 차트에서의 싱글 강세는 과거 엑소의 이름값에 비해 초라하지만 앨범 판매고는 벌써 100만 장을 넘겼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구축한 엑소의 새 함선. 항로를 설정하는 기획사도, 운전대를 잡은 멤버들도, 무한 동력을 공급하는 엑소 엘(EXO-L)도 이 항해가 무척이나 즐겁다. 





해당 리뷰는
음악 뉴스레터 제너레이트의
[제너'sRATE] 2021년 6월 3주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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