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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n 04. 2017

Arcade Fire 'Everything Now'

복고와 혁신 사이, 고도의 우회 혹은 순응.


과거에 빚을 진 신곡을 듣는 게 어느 순간부터 불편해졌다. 레트로 없는 오늘은 없다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지기수로 등장하는 역사의 재발견, 유물 재활용, 스타일 재가공에서 무슨 의미를 더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인지 음악 듣는 게 재미도 없어졌다. 이전의 누군가를 각주로 달지 않는 작품이란 정말 찾기 어렵고, 모두가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도 않았다. 


아케이드 파이어의 'Everything Now'를 처음 듣고 느꼈던 감정도 예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심히 당황스러웠는데, 복고주의자가 다 된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프로듀싱은 1970년대 디스코를 방불케 하고 겹겹이 쌓이는 코러스와 신스음은 아바(ABBA)가 환생했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희망찬 멜로디와 달리 '스피커가 다 깨질 때까지 노래하고' '당신이 믿고 있는 것들이 가짜'라 말하는 역설의 노랫말이 아주 다른 밴드는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준다. 


노래는 역시나 좋다. 아케이드 파이어를 믿어왔던 수많은 팬들에게나, 그들이 누군지도 모를 많은 음악 팬들의 귀를 단 한 번에 휘감을 수 있는 환희와 합창의 힘이 여전하고 멜로디 라인도 뛰어나다. 그러나 21세기를 대표하는 밴드의 신곡이 <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의 '끝내주는 믹스테이프'에 들어가도 전혀 이질감 없을 것 같은 느낌은 이상하다. 비단 아케이드 파이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그 복고 노선을 정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머릿속에는 '이제껏 읽었던 것들과 봐왔던 수많은 영화들'로 꽉꽉 채워져 있어 빈틈도 없고, '지금껏 들어왔던 수많은 노래들이 한순간에 흘러나오는' 광경은 정말 우스꽝스럽다. 모든 게 다 필요하지만,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방법은 모든 걸 다 깨부숴야 한다는 역설로 연결된다. 록은 이미 죽었고 전통적 음악의 가치는 사라져 가는 시대에 아무 생각 없이 아바 스트링을 깔아놓진 않았을 것 같다.


여러 고민을 남겨둔 채 아케이드 파이어는 현재 나와 그리고 모든 최신에 민감한, 과거에 슬슬 발을 빼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토록 목놓아 외치는 'Everything'은 대체 뭘까. 스피커 터지도록 부수고 싶은 건 또 뭘까. 발매를 앞둔 새 앨범이 던질 메시지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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