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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Sep 18. 2021

여기저기서 들리는 록 음악

주류 차트에서 록 음악의 요소들이 많이 들린다.


까슬까슬한 일렉 기타 소리, 힘차게 내려치는 드럼, 둥둥거리는 베이스라인에 또렷한 목소리로 젊음을 노래하는 보컬. 주류 차트에서 록 음악의 요소들이 많이 들린다. 오래도록 ‘록은 죽었다!’라고 푸념하던 음악 팬들에게는 즐거운 요즘이다.



차트를 보자. 현재 한미 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은 2003년생 호주 래퍼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와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컬래버레이션 곡 ‘스테이(Stay)’다. 더 키드 라로이는 힙합 가수지만 팝 펑크(Punk)의 요소가 짙은 록 음악에도 능한데, ‘스테이’에서도 빠른 비트 위에 거친 멜로디를 전개하며 저스틴 비버에게 새로운 옷을 입혔다.


그다음 한국 차트에서 꽤 오래 정상의 자리를 넘나드는 노래가 이무진의 ‘신호등’이다. 작년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에서 63호 가수였던 이무진은 독특한 음색과 개성으로 우승자 이승윤, 준우승자 정홍일과 더불어 화제의 인물이었다. 기타를 메고 막 성인이 된 어지러운 젊음을 노래한 ‘신호등’은 지난 8월 멜론의 TOP100 차트 월간 1위에 오르며 꾸준한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승윤은 로커, 정홍일은 헤비메탈 가수다.



올해 팝 시장에서 최고의 신인은 올리비아 로드리고다. 2003년생 디즈니 스타로 ‘하이 스쿨 뮤지컬’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던 올리비아는 올해 1월 8일 발표한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로 빌보드 싱글 차트 8주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웬걸, 이 잔잔하고 애절한 발라드의 후속곡은 전 남자 친구를 ‘소시오패스’라 공격하는 팝 펑크 록, 그런지 장르의 ‘굿 포 유(good 4 u)’였다. 방탄소년단의 ‘버터(Butter)’에 밀려 빌보드 1위는 딱 한 주밖에 못했지만 7주 연속 2위를 수성한 올해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다. 이 노래가 우상으로 삼는 2000년대 초 에이브릴 라빈, 파라모어 등 가수들도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케이팝과 힙합, 인디 신도 록 음악을 주목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잇는 빅히트 뮤직의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난 5월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을 ‘혼돈의 장’이라 이름 붙이더니, 타이틀 곡으로 강렬한 기타 연주와 절규하는 듯한 보컬의 ‘0X1=러브송(Lovesong)’을 내세웠다.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의 솔로 데뷔곡 역시 스케이트 문화와 결합된 펑크 록 스타일의 ‘삠삠’이다.


지금 원고를 쓰면서 듣는 곡은 2011년 ‘60’s 카르뎅(Cardin)’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듀오 글렌체크의 신곡 ‘다이브 베이비, 다이브(Dive Baby, Dive)’다. 나의 사춘기를 지배한 1990년대 밴드들의 소리, 익숙하지만 너무도 세련된 만듦새로 부르는 밴드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다.



하이라이트 레코드 소속 래퍼 스월비(Swervy)와 한 인터뷰가 기억난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란 질문에 2001년생인 그가 제일 먼저 언급한 가수는 바로 록 밴드 그린 데이(Green Day)였다.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의 기억 속에 록 음악은 어떤 형태로든 침투해 있다.


섣불리 ‘록 음악이 돌아왔다’ 같은 표현은 쓰지 않으려 한다. 찾지 않았을 뿐 록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전자음악과 힙합의 유행 속에 나 혼자만 좋아하는 것처럼 간직하던 노래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요즘이 반갑기는 하다. 오래 잊고 지낸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랄까?


*국방일보 고정 연재 중인 '조명탄'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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