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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l 03. 2017

엠넷의 아이돌학교

미디어의 음악 지배, 꿈꾸는 '아이돌 월드'



< 아이돌학교 >의 티저는 어떤 의미에서든 압도적이다.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이 일종의 '양성' 혹은 '성장'의 발판이 되는 학원의 역할을 맡곤 했지만, 교복, 교가, 교훈, 교사들에 진짜 학교라 해도 믿을 정도의 인원들을 체육관에 모을 수 있는 진짜 < 아이돌학교 >는 전례가 없었다. < 프로듀스 101 >의 충격조차 아득히 멀어지게 만든 '예쁘니까'는 어찌 됐든 아이돌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요점은 가상의 학교라도 다니면서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천 명이 넘는 '13세 이상 여성'들이 3월 28일부터 5월 26일까지의 '예선 심사'를 했고, '입학시험'을 거쳤다. 이 입학시험의 조건은 춤과 노래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이 예쁜', '끼가 예쁜', '열정이 예쁜' 지망생이라면 모두들 환영이다. 그래서 < 아이돌학교 >는 데뷔 하나만을 보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 프로듀스 101 >의 잔혹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육성 프로그램이고, 그래서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아닌 '육성회원'들이 100% 투표를 통해 데뷔를 결정한다. 데뷔 인원도, 데뷔 멤버도 모두 육성 멤버들이 정하는데 일반 단계에서 프리미엄 블루 단계로 가는 데까지는 오직 SNS 공유만이 필요하다. 





공식 홈페이지를 봐도, 소개를 봐도 미디어가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 진짜 '학교'는 한국 아이돌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으로부터 쌓아 올려졌다. < 프로듀스 101 >의 국민 프로듀서로 자신이 원하는 아이돌을 만들 수 있었던 팬들의 욕망, 가수를 꿈꾸는 수많은 아이들이 가장 선택하기 쉬운 아이돌로의 욕망, 어린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은근히 조망하는 수많은 어른들의 욕망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가 '예쁘니까'는 '난 맘이 더 예쁜데', '빛나는 날 상상해봐'라며 멋진 미래를 그려주지만, 이 프로그램이 부추길 외모지상주의와 아이돌 지상주의의 영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 프로듀스 101 >로부터 저변을 뻗어나가는 엠넷의 아이돌 월드는 이제 '학교'라는 공간까지 가상으로 만들어냈다. 아마 시작하기 전 이런 류의 비판이나 프로그램 자체 취지에 대한 공격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방영될 것이고, 마니아층이 생기게 될 것이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육성회원'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 아이돌학교 >가 대놓고 청소년 소녀들을 상품화하고 또 그것을 '꿈을 위한 노력'이라 포장할 거라는 사실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노력의 방향이 그릇된 기획으로 실현되고, 또 그것이 거대 미디어의 힘으로 성공하게 되면서 점점 이 보이지 않는 벽은 높아만 가는 것이다.


< 아이돌학교 >가 어느 정도까지 흥행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이 씬을 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비단 < 아이돌학교 > 뿐만 아니라 < 프로듀스 101 >, < 쇼미더머니 >, 그리고 엠넷이 만들어내는 많은 무한 경쟁과 미디어에 예속된 음악 환타지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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