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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의 아이돌학교

미디어의 음악 지배, 꿈꾸는 '아이돌 월드'

by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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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학교 >의 티저는 어떤 의미에서든 압도적이다.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이 일종의 '양성' 혹은 '성장'의 발판이 되는 학원의 역할을 맡곤 했지만, 교복, 교가, 교훈, 교사들에 진짜 학교라 해도 믿을 정도의 인원들을 체육관에 모을 수 있는 진짜 < 아이돌학교 >는 전례가 없었다. < 프로듀스 101 >의 충격조차 아득히 멀어지게 만든 '예쁘니까'는 어찌 됐든 아이돌 역사의 한 획을 그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요점은 가상의 학교라도 다니면서 아이돌 스타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천 명이 넘는 '13세 이상 여성'들이 3월 28일부터 5월 26일까지의 '예선 심사'를 했고, '입학시험'을 거쳤다. 이 입학시험의 조건은 춤과 노래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이 예쁜', '끼가 예쁜', '열정이 예쁜' 지망생이라면 모두들 환영이다. 그래서 < 아이돌학교 >는 데뷔 하나만을 보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 프로듀스 101 >의 잔혹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육성 프로그램이고, 그래서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아닌 '육성회원'들이 100% 투표를 통해 데뷔를 결정한다. 데뷔 인원도, 데뷔 멤버도 모두 육성 멤버들이 정하는데 일반 단계에서 프리미엄 블루 단계로 가는 데까지는 오직 SNS 공유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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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를 봐도, 소개를 봐도 미디어가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 진짜 '학교'는 한국 아이돌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욕망으로부터 쌓아 올려졌다. < 프로듀스 101 >의 국민 프로듀서로 자신이 원하는 아이돌을 만들 수 있었던 팬들의 욕망, 가수를 꿈꾸는 수많은 아이들이 가장 선택하기 쉬운 아이돌로의 욕망, 어린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은근히 조망하는 수많은 어른들의 욕망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가 '예쁘니까'는 '난 맘이 더 예쁜데', '빛나는 날 상상해봐'라며 멋진 미래를 그려주지만, 이 프로그램이 부추길 외모지상주의와 아이돌 지상주의의 영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 프로듀스 101 >로부터 저변을 뻗어나가는 엠넷의 아이돌 월드는 이제 '학교'라는 공간까지 가상으로 만들어냈다. 아마 시작하기 전 이런 류의 비판이나 프로그램 자체 취지에 대한 공격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방영될 것이고, 마니아층이 생기게 될 것이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육성회원'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 아이돌학교 >가 대놓고 청소년 소녀들을 상품화하고 또 그것을 '꿈을 위한 노력'이라 포장할 거라는 사실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노력의 방향이 그릇된 기획으로 실현되고, 또 그것이 거대 미디어의 힘으로 성공하게 되면서 점점 이 보이지 않는 벽은 높아만 가는 것이다.


< 아이돌학교 >가 어느 정도까지 흥행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이 씬을 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비단 < 아이돌학교 > 뿐만 아니라 < 프로듀스 101 >, < 쇼미더머니 >, 그리고 엠넷이 만들어내는 많은 무한 경쟁과 미디어에 예속된 음악 환타지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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