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루 Jul 08. 2021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인 줄 알았다.

나의 첫 재테크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었다.

14년도 말이었다. 추위 밀려오려 하던 어느 겨울의 밤이었다. 기숙사에서 공인회계사 기본 강의를 막 듣던 겨울 방학이었다.


농담 삼아 검은 벽돌이라고 부르던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그 시기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께서 중환자실이에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언젠가는 올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칠흑같이 어두웠던 밤 나는 어머니를 안정시키며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고 창원으로 내려갔다.


나의 길은 평범하진 않았다. 캐나다 고등학교로 조기 유학길에 올랐으나 1년 만에 경제적 이유로 돌아왔다. 자퇴를 2번 한 셈이다. 한국어로 영어로 각각 한 번씩...


모두들 걱정했다. 늦게 대학을 입학하여 아직도 대학생 신분인 나와 이제는 돈을 벌지 않으시는 어머니...


다행히도 아버지께서는 그 수많은 블루코드가 반복되었던 밤을 지나 살아나셨으나 당뇨로 인한 만성 신부전증 및 합병증은 평생 가지고 사셔야 했다.


그런데도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나도 침착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렇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로 향했다.


근로소득을 만들어내는 건 그 당시 불가능했다. 답은 자본소득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나의 전공은 경영학과였다. 학교도서관의 장서수는 전국 대학 2위였다. 지방대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원 없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6개월 동안 총 180권의 책을 읽었다. 답은 얻었다. 2015년도 모든 게 다 싸 보였을 때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좋은 시기였다는 것은 나조차도 몰랐고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든다.


그렇게 나는 20대의 나이에 남들이 하는 노후를 위한 재테크를 하게 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