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으로 살아가지 않을 용기
수록된 단편들이 모두 무겁다. 마음을 침잠하게 만든다. 유기, 학대, 소시오패스, 그루밍, 폭력, 스토킹 등이 주요 소재다. 그 어떤 것도 쉽사리 바라보기 힘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심해로 가라앉지 않는다.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다. 상처받은 인물들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그대로 도망치려고만 하지 않는다.
그 하나가 마지막 단편이자, 소설의 표제인 <밤은 내가 가질게>에서 찾을 수 있다. 주인공 ‘나’는 ‘언니’가 답답하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그저 집시 마냥 자유롭게 사는 꼴이 마뜩잖다. 그런 언니가 유기견 ‘밤토리’를 입양할 때 말한다. ‘밤은 내가 가질게’라고. 유기견은 ‘토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는다.
토리의 앞날은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언니가 깜깜하고 슬펐던 ‘밤’을 가져갔으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무책임한 언니가 ‘밤’을 가져가는 게 강인해 보였다. 계속해서 떠돌던 토리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다니.
각 단편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일부의 등장인물과 상황이 공유된다. 그중 하나가 토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을 때 각오를 해야만 한다. 앞서 이야기한 소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온전히 느껴진다. 현실은 얼마나 가혹하단 말인가. 이것을 멈출 방법은 정녕 찾을 수 없단 말인가.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한참을 이 구절에서 멈추고 세상을 들여다봤다. 악을 물리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이 세상은 악으로 사는 게 훨씬 좋다. 선으로 살면 바보 취급 하고 이용당할 뿐이다. 악에게 마구 짓밟혀도 아무렇지 않은 취급을 한다. 그럼에도 상처투성이에 엉망이 되어도 ‘밤’을 품을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더 단단해지면 좋겠다. 악에게 밀리지 않을 강인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